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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멘뿐♡ 전체글ll조회 578l

 

 

[]안의 글은 중국말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11

 

 

 

[여기서 지내 당분간.]

 

.

.

.

 

루한과 민석이 하루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민석은 경수를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마카오에서부터 들여온 습관이라 그런지 둘 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오늘 수업은 다음으로 미루고..루한이랑 이야기 좀 해봐. 우울해하니까 못봐주겠다."

 

민석이 루한에게 중국말을 배울 때 그나마 조금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아주 친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색할게 분명했지만 루한에게 지금 필요한 건 레이선생님보다는 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민석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루한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

 

[루한..]

 

[시우민..]

 

[남한에 온 걸 환영해요.많이 힘들었죠.]

 

[...]

 

민석이 루한의 손을 꼭 잡았다.

상처 투성이인 루한의 손은 요 며칠간의 고생을 다 드러내주는 것 같았다.

 

[사모님이랑 아이는..]

 

[....죽었어.]

 

민석이 루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을 넘어선 체념의 눈빛이 보였다.

그는 큰 충격에 울지도 못한 것 같았다.

 

[이래도 될지 모르겠어요...루한..당신대신에 내가 울어줄게요..]

 

민석이 루한을 끌어안고 엉엉울었다.

울어주는건지 그냥 우는건지는 모르지만 민석이 엉엉 울었다.

루한의 속이 시원해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

.

.

 

"빨리 엔터눌러!!!"

 

"뭐하는거야!!"

 

"아 다들 좀 조용히 해봐 떨리니깐."

 

경수가 다들 조용히 시키고 검색창에 자기 이름을 타이핑한 후 심호흡을 하고 엔터를 눌렀다

 

<'도경수'학생의 성적결과입니다.>

 

그 글을 필두로 큰 표가 그려졌고, 마지막에 기쁜 말이 써져있었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와!!!!!!!"

 

찬열이 경수를 끌어안았다.

모두가 경수에게 축하의 말을 남겼다.

경수도 웃었다.

참으로 오랜만의 경사였다.

 

"이제 수능봐야지"

 

"벌써?"

 

"수능 일찍 못봐? 지금 6월이고 수능은 11월이고. 나 고3과목도 다 할 수 있어."

 

"아..물론 볼 수는 있지. 근데 안 쉬어?"

 

"쉬어야 돼?싫은데?"

 

"너 대학은 정했어?"

 

"나중에 선생님한테만 말해줄게 특별히."

 

"그냥 여기서 말하지 짜식"

 

찬열이 경수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고, 경수가 아 짜증나 진짜. 라면서 머리에 있는 찬열의 손을 탁 쳐냈다.

그래도 찬열이 경수한테 다시 붙었다.

 

"쟤네 사귀냐?"

 

준면이 어이없다는 듯 둘을 쳐다보았다.

 

.

.

.

 

"갈거지?"

 

"갈거야?"

 

"가겠지?"

 

"내기할래?"

 

다들 경수의 여행참석여부에 대해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수능준비를 하는 경수가 가장 중요한 9월인데 여행을 간다고 할지 안간다고 할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나가던 찬열을 만났다.

 

"경수 여행간대?"

 

"네! 당연히 가죠."

 

찬열의 뭘 묻냐는 듯한 말에 레이와 민석은 시무룩해있고, 준면은 쾌재를 불렀다.

이미 내기를 한 상태였고, 승자는 준면이었다.

 

.

.

.

 

[첸. 같이 갈거지? 민석이랑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좋게 지낼 필요가 있어.]

 

[....]

 

[나는 첸이 같이 놀러갔으면 좋겠는데?같이 안갈래?]

 

[...갈래.]

 

[잘 생각했어!]

 

레이가 첸의 손을 잡았다.

첸은 하루종일 같이 있는 민석과 레이에게도 어색하게 대했지만 센터의 다른 사람들과는 눈도 안마주쳐 봤을 정도로 낯을 가렸다.

 

.

.

.

 

"너 오늘 공부 안해?"

 

"내일 다시 돌아가면 오늘 것까지 해야지"

 

"대단해..."

 

레이가 박수를 쳤다.

경수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찬열에게 갔고, 레이의 옆에 있던 첸이 레이를 툭툭 치며 물었다.

 

[방금 저 친구 이름이 뭐죠?]

 

[도경수. 왜?]

 

첸의 눈빛이 달라졌다.

크리스와 쯔타오에게 듣고 사진까지 확인한 그 도경수를 지금 보다니.

쯔타오에게 신속히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다 모이자"

 

"졸려...난 잘래"

 

캠프파이어를 둘러싸고 몇몇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첸은 경수를 쳐다보고 있고, 경수는 찬열에게 기대고 있으며 찬열은 붙어있는 민석과 루한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놀리고 있었고 민석은 레이 옆에만 붙어있는 첸을 보고 있었다.

 

.

.

.

 

[쯔타오. 나 도경수를 찾았어요.]

 

[그래. 보고드릴게.]

 

[근데 왜 크리스 말고 당신에게 보고를 하라고 한거죠?]

 

[크리스는 바빠]

 

[하지만 그 사람의 일이라면 늘..]

 

[내가 보고드리마. 끊는다.]

 

매정하게 끊긴 전화에 첸이 아쉬운 듯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

.

 

"내일모레가 수능이야?"

 

"어..그러니까 다들 조용히 해야돼..물론 쟤가 은둔을 하고 있긴 한데.."

 

찬열이 레이의 상담실에 와서 이야기했다.

수능이 이틀남은 날 경수는 당장 다음날에 죽을 것 같이 공부를 했고, 그날은 한 끼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센터는 하루종일 정적에 휩싸였었다.

그 정적엔 다 이유가 있었다.

소란이 일기만 해도 찬열이 가서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언어와 외국어에 한해선 찬열이 완벽한 과외를 자처했고, 효과는 직빵이었다.

 

.

.

.

 

"잘 봐. 그동안 했던대로!"

 

민석이 직접 만들었다면서 경수에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찬열이 경수를 데리고 갔다.

 

"쟤 참 독해.."

 

"강한거지요"

 

"친구라고 감싸주긴"

 

준면과 민석이 경수가 탄 차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대학은 어디로 갈거래?"

 

"글쎄요..저한테도 안알려줘서..근데 자기철학이 늘 확고한 친구니까 믿어요. 뭐든 옳은 것을 하겠죠"

 

"경수는 좋겠다.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준면이 웃었다.

민석은 어느새 경수에 빙의되었는지 같이 긴장하고 있었다.

 

.

.

.

 

[일하겠다고?]

 

[어. 너무 민폐끼치는 것 같아. 나는 탈북자도 아닌데.]

 

[아니야.여긴 탈북자 친구들만 받는게 아니고 그냥 사회적응이 필요한 사람들 보호해주는데라서 괜찮아]

 

[내가 보호받아야되는 입장도 아니고.내년까지는 여기 있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그동안 일할 곳이 필요해.]

 

[음....]

 

레이가 컴퓨터로 어느 사이트를 들어갔고, 루한이 열심히 찾다가 이거다!라면서 한 회사를 가리켰다.

 

.

.

.

 

[여보세요.]

 

[쯔타오! 나 첸이예요]

 

[왜.]

 

[그냥 안부라도 물으려..]

 

[끊는다.]

 

[아..잠깐만요!!크리스에게 연락이 오지않아요. 쯔타오의 보고를 들으면 곧장 나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언젠간 연락해주겠지. 우리 쪽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 아니 아예 그냥 한국에 눌러살아.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쯔타오...끊지마요..왜 그러는거예요? 중국 상황이 안좋아요?]

 

첸이 불안한듯 발을 동동거리며 전화기에 대고 물었지만 이미 쯔타오와의 통화는 끝나있었다.

첸이 연거푸 전화했지만 받지 않고, 결국엔 꺼져있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점심을 먹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마침내 일지를 쓰고 자기 직전에 전화하자 툭-소리와 함께 쯔타오와 통화가 되었다.

 

[여보세요? 쯔타오..내 말 들리죠?]

 

[이 바보같은 새끼야. 이 정도로 했는데 왜 못알아먹어.]

 

[...?]

 

[안전하게 도망시켜준거야. 내가. 크리스 몰래. 넌 도경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거고. 여긴 너가 있기엔 너무 더러워. 한국에서 잘 살아.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잊고 살아]

 

[쯔타오....]

 

[거기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도 돼. 나 대신 너가 매일을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게 살아줘.]

 

[.....]

 

[언젠가 나도 깨끗해진다면, 그 때 보자.]

 

전화는 끊겼고, 첸은 선 자리에서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소음에 레이가 찾아왔고, 첸은 정신을 잃었다.

 

.

.

.

 

"그 친구 아프다면서요? 어딨어?"

 

"지금 방에 있지. 링거맞고 있어."

 

"이유는 뭐래요?"

 

"그냥 현기증? 실신에 스트레스성 쇼크라나봐."

 

"어이구.."

 

경수는 수능을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수능전엔 아무도 건들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와 함께 암흑의 아우라를 몰고 다녔다면 수능을 만족스럽게 치고 난 후에는 대학을 기다리면서 센터지킴이가 된 듯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이리저리 신경쓰고 찬열을 닮았는지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앓는 첸을 친해질 겸 제가 간호하겠다며 레이를 밀어내고 첸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는 건 아니지? 몸은 좀 괜찮아?"

 

"흐으...크리스..."

 

아직도 열이 있는지 첸이 인상을 찡그린 채 크리스...라며 잠꼬대를 했고, 경수는 크리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자기가 아는 그 크리스는 아니겠지...하면서.

.

.

.

 

"어디로 갈건데?"

 

"학비 싼 데."

 

경수는 정시로 연대 의대와 시립대 의대를 동시에 붙었고, 찬열과 함께 행복한 고민 중이었다.

찬열은 대학 네임벨류를 따져서 연대로 가라고 했고, 경수는 학비 부담이 상당한 연대 대신 저렴한 시립대로 가려고 했다.

 

"너가 원하는 데로 가. 시립대라고 해서 안좋은데도 아닌데 뭘"

 

자금은 종인의 도움으로 예치금 정산해서 납부하고, 편한 마음으로 저녁에 레이대신 약을 들고 첸을 찾아갔다.

 

.

.

.

 

[으으...]

 

[이제 좀 괜찮아?]

 

[저리가...]

 

[응? 나 경수야 경수.]

 

[그러니까 저리 가라고...너 정말 싫어...]

 

경수가 첸에게 물과 약을 가져다주면서 묻자 첸이 경수가 싫다는 답만 했다.

 

[첸아..왜그래..]

 

[너때문에...너때문에 다 잃었어!! 쯔타오도..크리스도..다 잃었다고!!! 너 때문에!! 이게 다 너 때문이야!!!!남한으로 오지만 않았어도..]

 

첸이 펑펑 울었고, 경수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났다.

 

[너....너 뭐야...]

 

[너...너 때문에..버려졌어..이 외지에 버려졌다고!!!!]

 

[크리스...쯔타오..그 사람들..]

 

[내 눈 앞에서 꺼져...꺼져버려!!]

 

경수가 어버버거리면서 방을 도망치듯 나섰다.

그리고 짐을 싸서...센터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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