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벌써 한시간째 카페에 앉아 책만 읽고 있었다. 그앞에서 앉은 찬열은 좀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었다. 30분 늦게 도착한 찬열은 들어오자마자 백현에게 사과를 했지만, 백현은 사과도 받아주지도 찬열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익숙한 일이니까... 찬열은 백현의 눈앞에 이리 손을 흔들어보고, 콧등도 쳐보고 손을 간지러 보기도 했다. 미동도 없는 인간, 결국 1시간 10분째 되던 순간 찬열은 백현이 들고 있는 책을 빼앗았다.
그럼 자신을 봐주겠지? 찬열의 기대는 와장창 깨져버렸다. 뺏자마자 백현은 가방에서 한권의 책을 더 꺼냈다.
뺏고 꺼내기를 5번 반복했다. 에이씨! 찬열이 열을 내자,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버렸다.
"아저씨!"
"..."
"내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 일찍 다닐게요"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고 메달리자 백현은 못 이기는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찬열이 20살이 되었다. 처음 봤을때랑 그렇게 별반 달라진것은 없지만,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는다는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중에 하나일 것이다.
찬열이 성인이 되고 안좋은 점은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수 있는 나이가 되어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고, 좋은점은 더 이상 의미없는 싸움질을 하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것은 하나 아직도 찬열은 백현을 좋아한다.
대학생활이 재밌는지 얼굴을 마주할때마다 학교이야기를 재잘거린다.
고등학교때는 그렇게 학교 가기싫다고 징징 거리더니, 이제는 가지말래도 간다. 신나서 재잘거리는 찬열을 한번 힐끗 올려다보고 백현은 다시 책을 읽었다. 듣고 있냐는 찬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혼자 열심히 떠들던 찬열이 갑자기 백현의 책을 빼앗아 들었다.
백현이 제일 싫어하는것이 책을 뺏는일이였다. 백현이 인상을 쓰자, 찬열이 더 인상을 쓰고 백현을 바라봤다.
"줘"
"싫어요"
"..."
"아저씨"
"왜"
"우리 사귀는 사이 맞아요?"
"..."
"뭐야? 왜 말이 없어?"
"그렇다고 쳐"
"아저씨"
"왜.. 책이나 줘"
찬열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백현에게 책을 내밀었다.
백현은 아무 표정없이 찬열이 내민 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찬열과 백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이 어색하다. 원래 시끄러운데서는 책을 절대 읽지 않는 백현이지만 찬열덕에 더이상 조용하면 책에 집중되지 않았다.
한동안 말이 없던 찬열이 침묵을 깼다.
"아저씨 우리 몇년 만난지 알아요?"
"...알아"
"거짓말. 아저씨 나 몇살인지 알아요? 나 무슨 대학 다니는지 알아요? 내 생일은?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알필요 있겠어요?"
"박찬열. 유치하게 그럴래?"
"난 유치하게 그럴거예요. 아저씨랑 오늘 만난지 2년하고도 2달 3일 됐어요. 그러니까 793일 됐다구요. 그리고 아저씨 36살, Y대학 졸업했고 지금은 Y대학병원에서 내과의로 일하는것도 알아요. 물론 아저씨 생일이 5월6일 이라는것도 알죠."
"..."
"왜요? 또 나랑 말싸움하는게 입 아파요? 내가 어려서 짜증나요?"
"찬열아"
"그렇게 부르지마요. 사귄다고 치라고요? 아저씨 진짜 날 좋아하긴 해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나만 아저씨 좋다고 그러는거 같아, 첫만남부터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는게 당연한거고, 후... 그래요, 나 아저씨에 비해 많이 어려요. 됐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또 짜증난다고 하겠죠. 아저씨는... "
"이야! 박찬열!"
찬열이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는데, 하이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찬열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백현과 찬열의 테이블 옆에 남자들이 모두 좋아할법한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자아이가 섰다. 찬열을 보고 엄청나게 반가워 하는 여자아이... 백현의 눈에 거슬렸다. 그런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는 찬열.
"야 강지원?"
"맞네! 박찬열!!"
"야 깡지 너 살아있었냐? 졸업하고 처음본다?"
"그니까, 근데 저 앞에 훈훈한 오라버니는 누구?"
"오라버니 좋아한다, 삼촌뻘이다. 그냥 아는 아저씨"
"아.. 그래? 근데 너 이런데도 들어오냐? 내가 그렇게 한번만 같이 카페 가자고 할때는 낯간지러워서 들어가기 싫다고 싫다고 하던애가..."
"그랬었냐?"
"그래! 섭섭하다, 나처럼 예쁜애가 오자고 할땐 안오더니.. 훈훈한 오라버니랑은 오다니"
"너 번호 바꼈지? 찍어봐"
찬열이 지원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지원이 휴대폰을 잡으려는 순간 백현이 찬열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지원의 눈은 동그래졌고, 백현은 찬열의 손을 잡았다. 찬열도 평상시에 하지 않는 백현의 행동에 놀랐다.
"아저씨?"
"이름 박찬열, 나이 20살, 생일 11월 27일, M전문대학 체육과 재학중, 그리고... 멍청한 793일 아니야. 821일이야. 내가 너보다 28일 일찍 좋아했으니까..."
"..."
"그러니까 저년이랑 이야기하지마"
백현은 찬열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카페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백현과 찬열의 모습을 본 카페 안 몇몇손님들과 지원은 멍하니 둘을 바라봤다. 지원은 무슨일이냐고 찬열에게 물었지만, 찬열은 대답해주 않고 백현을 꽉 끌어안았다.
"많이 사랑하고 있어, 찬열아..."
그렇게 36살 변백현 아저씨와 더이상 고등학생이 아닌 20살 대학생 박찬열은 그 누구 못지않게 평범하게 연애하고 있다.
지원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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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풋풋해지고싶달까?
재미없죠? ㅠㅠ
처음 시작은 찬열이가 고등학생이였죠~~~ 그래서 제목이 저래요 쏴~리~~~♡
역 아고물 찌고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