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네 목욕탕 上 w. 날개 |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도시 로스앤젤레스 속 한인 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장가네 목욕탕'은 26년을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꽤나 허름해 보이는 입구를 들어서면 키박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우가 있었다.
때는 늦은 새벽 2시. 딸랑- 하고 울리는 입구문에 달린 종소리에 비몽사몽 깬 동우가 침을 닦으며 저도 모르게 '어서오세요-'한다. 아차차 싶어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보니 영업종료 후 목욕탕 청소를 해야할 시간이였다. 동우는 깔끔한 검정색 수트를 입은 사내에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Sorry sir, but our business hours are over for the day (손님, 죄송하지만 영업시간 끝났는데요)"
이제 보니까 동양계 사람이였다. 그렇다고 함부로 한국말을 쓸 수도 없었다. 괜히 일본이나 중국인이면 나만 무안해지니까 말이다. 역시 영어가 괜히 만국통용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닌 듯 싶다.
"문 앞에는 당당히 'Opened' 라고 써놓고선 끝났다뇨"
아뿔싸. 문닫는 시간에 맞춰 푯말을 돌려놓은다는게 조느라 잊고 말았다. 그나마 이쪽 동네가 LA와는 다르게 한적해서 사람이 없다는게 불행중 다행이지만. 어찌해야할까, 허둥지둥 푯말을 'Closed'로 돌려놓은 동우는 고민했다. 뭐 간단히 샤워만 하는거라면 상관없겠지 싶었다. 눈을 또르륵 굴리던 동우는 눈을 휘어 접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안되요 손님- 오늘은 제가 실수한거니까 봐드리는거에요! 7달러입니다" "어차피 출장 온거라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겁니다"
키박스에서 키를 꺼내 수건과 함께 내미니 지폐 몇장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는 쌩-하고 들어가버린다. 뭐 저런 까칠한 사람이 다 있나 싶다. 입구문을 잠구고는 여탕을 둘러보니 역시 청소하시는 할머니께서 정리를 하시고 가신 모양이였다. 탕에 물도 다 빠지고, 깔끔한 상태인 여탕의 불을 끄고는 몇가지 청소 도구들을 챙겨 남탕으로 갔다. 따지고 보면 남탕 역시 청소가 되어있어 탕에 있는 물만 빼면 동우는 퇴근할 수 있었다. 근데 저 인간이 목욕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자신의 퇴근 시간도 늦어지니 불만일 수 밖에. 이왕 이렇게 된거, 자기도 목욕이나 해야지, 하면서 입고 있던 옷을 탈의하는 동우였다.
목욕탕에 들어서니 온탕에 몸을 담군채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아까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샤워만 하고 가는거 아니였어? 간단히 물로 샤워를 한 동우 역시 온탕에 들어가 뻐근해진 몸을 풀어줬다. 곁눈질로 얼굴을 뜯어보니 꽤나 잘생겼다. 몸도 적당히 근육이 잡힌게 보기 좋고... 마르기만한 자신의 몸과 비교하던 동우는 앞의 남자가 눈을 뜨자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괜히 옆집 누나 훔쳐본 것 마냥 얼굴이 달아올랐다.
"못 볼거라도 봤어요?"
아까는 잠에서 막 깬 상태라 못느꼈던 미세한 알코올 향기가 좁은 탕안에 있으니 훅- 끼쳤다. 어어, 술마시고 목욕탕 들어오면 안되는거 기본중에 기본인 걸 모르나? 이 아저씨가 보자보자하니까 안되겠네
"저기요, 근데 사우나에 술 마시고 들어오면 안되는거 몰라요?" "안취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내 책임인데" "여기... 때도 밀어줍니까?"
들어올 때 보니까 때밀이다이도 있고... 라고 중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동우가 풋,하고 웃어버렸다. 뭐냐는 듯이 눈썹만 꿈틀이는 모습에 그만 푸하하- 하고 더 크게 웃는다. 세상에 때밀이 '다이'가 뭐야 '다이'가. 목욕탕 관리하는 아빠가 쓰는 말을 젊어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들려오자 뭔가 정겹기도 하고 안어울리기도 해서 웃어버린 동우였다. *때밀이다이 - 때밀이 침대, '다이'는 '받침(다른 물건의 밑에 대는 데 쓰게 만든 물건)의 잘못된 일본식 표현입니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르 거리는 사춘기 소녀마냥 한참을 웃던 동우가 끄덕이며 말했다.
"한인타운이 옆동네에 있어서, 가끔씩 단골 손님이나 밀어드려요-. 왜요, 밀어드려요?"
..........아니 그럼 왜 물어본 건데????????????????????????????????? 배수구 마게를 끌어당기니 물이 빨려들어가는 소리가 고요한 목욕탕에 울려퍼졌다. 여유롭게 마게를 한쪽으로 치우고는 다시 온탕에 몸을 담구는 동우를 향해 눈길 한 번을 안준다. 덕분에 평소에 수다스러운 동우는 입이 근질근질했다.
결국 둘 사이에 맴도는 적막감을 못 참고 동우가 입을 열었다. 그냥 참기에는 자신은 지금 매우 심심했다. 허구한 날 할머니,아줌마 혹은 할아버지만 봐 왔으니 오늘따라 제 나이대의 젋은 사내가 반갑기도 하고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젊어 보이는데 무슨 출장으로 왔어요?" "그냥 회사일이요" "..아,하하하- 그렇구나. 곧 있음 다시 한국 가겠네요?" "일 끝나는대로 가겠죠" "아... 한국 많이 변했으려나, 되게 가고 싶다" "...." "음...이름이 뭐에요? 느하핳-" "이호원입니다" "아, 저는 장동우에요"
동우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도무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호원의 단답식 대답에 울화가 치미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대체 왜 이래 나한테?! 아니 내가 뭐 지한테 잘못한거 있어? 잘못한거 따지면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나한테 이러게 까칠하게 대하냔 말이야..!
"몇살이에요?" "저한테 관심 있습니까?" "예?"
으아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
안녕하세요 서용남으로 찾아 뵈었던 ε날개з 입니다!
아직도 텍파나눔글에 계속 요청하시는 댓글들을 보면 진짜 감동이...!
인피니트 앙콘 끝나고 곧바로 차기작 올릴려고 했는데
여운이 쉽사리 가시질 않아서 늦었네요 하핳
이번에도 단편으로 갈 것 같아요!
'목욕탕'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즈는 이제 밀린 글잡픽을 읽으러 가야겠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