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여주친구
:一
"여주야. 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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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어? 어 뭐라고 했어? 미안해. 다른 생각을 하느라 못들었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끝나고 애들이랑 같이 노래방 가자! 어때?"
"으응! 좋아!"
"야!! 여주가도 좋데!! 끝나고 노래방 각이야? 어?!" 아이들 틈새로 금새 들어가는 여주를 바라보다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주의 책상에 몰려든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 틈에 내가 들어갈 곳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문제집을 바라보며 의미없이 샤프를 눌러대다 결국 샤프심이 모조리 부서진 후에야 멈출수 있었다. 친구는 있는데 느껴지는 소외감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웃음을 터뜨리며 복받은 소리 하네. 라고 할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이곳에서 다른 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였다. 둥근 원형들만 모여있는 곳에 뾰족하게 모난 세모가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 나는 이들 사이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내 자신에게 항상 던지던 질문이였다. 아이들과 나는 어떤 사이인가. 그 질문에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여주가 없다면. 그들과 내 사이에 여주가 없다면 분명 친구라는 이름으로도 옆에 있지 못할게 분명했으니까. 그걸 알고 있어서 여주의 옆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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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까?" 내게 묻는 여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팔에 팔짱을 끼던 여주가 웃으며 교실 문을 열었다. "김여주, 똥싸러 가냐" 장난스러운 동혁이의 말에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던 여주가 나를 이끌었다. "이동혁은 진짜 또라이인거 같아. 그치?"
"좋아보이는데? 그렇게 말해도 너 챙겨주잖아 . 츤데레야. 츤데레"
"어우!! 여주야. 그런 말 하지마 소름 소름 . 이동혁이? 완전 소름 돋아"
손을 저으며 표정을 구기던 여주가 아차. 하며 걸음을 멈췄다. "왜??" 내 물음에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어 손을 모으던 여주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미안,,나 점심시간에 재훈쌤이 교무실 오라고 한거 깜빡했다..." "아아, 그럼 빨리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여주의 말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봐. 선생님 너 기다리시겠다"
"진짜 진짜 미안해!!! 다음 쉬는시간에 내가 브이콘 사줄게!!! 화장실 갔다가 애들이랑 같이 놀고 있어 금방 올라올게!"
그 말을 끝으로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가는 여주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교실 문 앞에 섰다. 살짝 열려 있는 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에 한참을 서성거리다 다시 몸을 돌렸다. 니가 없으니까 나는 편히 아이들 곁으로 다가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앞에 나타난 가슴팍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면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재현이가 교실 문을 열었다. "안들어가?" 나와 재현이에게 시선이 옮겨지자 당황스러워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응, 화장실 좀 다녀오려고 "
"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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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혼자 도착한 화장실에 변기커버를 내리고는 그 위에앉아 눈을 감았다. 중학교때랑 달라진게 없네. 화장실에 와서 쉬는시간마다 빨리 수업시간 되기를 바라는건. 넌 부럽다. 나처럼 이렇게 용쓰지 않아도 악착같지 않아도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너 하나만 바라봐주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 네가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아직 1학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겨웠다. 차라리 혼자 다닐때가 편했나. 싶기도 하고 다가오던 여주 너를 쳐냈다면 지금 난 또 어땠을까 .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난 지금 너희가 있어서 행복한건지 아닌건지도 모르겠다. 여주 너를 좋아하는건지 미워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난 그저 그들에게 '여주친구'라는 의미가 담긴 사람일뿐이였으니까.
아, 너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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