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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입양아 | 인스티즈

 

한창 어리광 부릴 나이였다. 한창 사랑 받을 나이였다.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나이였다. 그 시기에 동생이 생겼다. 어머니 배 아파 낳은 동생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입양을 온 동생이었다. 어린 나이에 관계를 맺어 덜컥 새 생명을 품에 안은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겪었던 부모님이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아기를 호적에 올렸다. 

 

' oo이 동생이야. 그러니까 잘 보살펴 줘. ' 

 

' 동생이요? ' 

 

' 응, 우리 oo이 동생. '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 작고 어렸던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웃어주던 모습이, 손을 뻗어 머리를 짧게 쓰다듬던 손길이,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가, 늘 계속될 줄 알았던 화목한 가정이. 누가 알았겠는가, 이제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아기가 어떤 불행을 불러올지. 

 

" 종인아, 가서 누나 좀 깨워라. " 

 

" 네 엄마. " 

 

짜증나. 이러다가 진짜 미간에 주름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다. 아침부터 김종인의 얼굴을 봐야 된다니. 단정하게 여민 마이를 엉망으로 풀어헤친 후 가방을 짊어졌다. 이 시간에 학교를 가는 것도 익숙해 진다. 그것도 존나 짜증나는 김종인 때문에. 덜 마른 머리칼을 손으로 대충 털며 거울 앞에 섰다. 못났다, 진짜. 

 

" 누나, 엄마가 일어나래. " 

 

아무런 기척도 없이 열린 문틈 사이로 할 말만 하고 휙 내려가 버린다. 싸가지 없는 새끼. 세상 다 가진 듯 무심한 행동이 짜증난다. 닫히지도 않은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소리와 날씨를 말해주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곱지 않게 들려온다. 참 거슬린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이. 

 

"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밥 먹고 갈 거지? " 

 

따뜻한데 참 무심하다. 매일을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모두들 준비할 때 즈음에 집에서 나서는데, 늘 이랬는데. 왜 어머니는 이제서야 눈치를 채신 걸까. 진짜 너무 따뜻한데 그만큼 너무 무심하다. 괜히 성질이 나 손에 칫솔을 들고서 특유의 나른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김종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 아. " 

 

아침부터 사람 엿 먹이려는 심보가 담긴 형식적인 목소리. 누가 들어도 저건 일부러 낸 소리다 싶은 목소리.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걸 모르신다. 작은 생활 소음에 묻힌 소리를 어떻게 들으셨는 지 신문을 보고 계시던 아버지도 식탁에 반찬을 놓던 어머니도 날 바라봤다. 

 

" 아침부터 왜 그러니. " 

 

" 실수예요. " 

 

" 종인아 괜찮니? " 

 

실수가 아닌 걸 잘 알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내가 실수라는데 뭐 어쩌겠어. 젖 먹던 힘까지 다 해서 친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친 건데 사람 반 죽여놓은 것 같은 분위기가 숨이 막힌다. 어머니의 물음에도 변하지 않는 나른한 눈빛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 괜찮아요. 엄마. " 

 

김종인의 느릿한 대답에, 어화둥둥 귀한 내 새끼 흠집이라도 날까 싶어서 어깨를 쓰다듬으며 욕실로 다시 돌려보낸 어머니는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날 훑어 보신다. 찬밥 신세가 익숙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나를 탓하는 듯한 어머니의 눈빛은 몇년이 지나도 익숙치가 않다. 

 

" 잘 챙기지는 못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지. " 

 

" 제가 언제 방해 했다고 그러세요? " 

 

" 요즘 네가 하는 짓이 얼마나 안 좋은 지, 넌 모르지? 저 마음 여린 애가 네 무심한 행동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데. 곧 시험인데 신경 쓰일 짓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넌 그게 도와주는 거야. "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지금 내 상황과 딱 맞는 속담이다. 들은 건 체육복 밖에 없는 가방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칼이 교복을 적신다. 오늘도 난 천하의 나쁜 년이다. 평화롭던 가정이 나로 인해 깨지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만 없으면 다 잘 지낼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이 좆같은 곳에 남아있다. 종인아, 난 네가 잘 지내는 꼴 못 봐. 

 

" 얼른 와서 밥 먹으렴. " 

 

오랜만에 보는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가 김종인에게 향한다. 언제 나왔는 지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숨이 턱턱 막힌다. 찌개를 들고 식탁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지나쳐 신발장으로 갔다. 허리를 숙여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신은 후, 모질고 좆같은 이 곳에 남은 미련을 뒤로한 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많이 춥다. 검은 스타킹 신을 걸 그랬나. 

 

평소보다 더 구겨진 얼굴로 골목길에 들어섰다. 사람을 만나기가 싫다. 지금 내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만 해도 짜증난다. 거친 바람에 휘날려 엉킨 머리칼을 고무줄로 대충 묶었다. 웅웅,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짧은 진동에 걸음이 자연스레 멈추었다. 어떤 새끼가 아침부터 문자야. 치마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까만 액정에 뜬 문자를 천천히 읽었다. 

 

[야 아침부터 엄마 화나게 하지 마] 

 

시발 놈. 누가 보냈는 지 안 봐도 뻔한 문자에 발걸음이 무거워 졌다. 부모님 있을 땐 입에서 한 시도 안 떨어지던 누나 소리가 문자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곳도 없어. 아, 학교에서 아는 척 안 하는 것만 빼면. 입김을 길게 내뱉으며 문자를 삭제했다. 번호를 바꾸던가 해야지. 문자와 수신 내역을 깔끔하게 없애고 홀드 키를 눌러 주머니에 넣었다. 춥다. 추워 죽겠다. 오늘따라 왜 이리 학교가 그리운 지. 빠른 걸음으로 좁고 긴 골목에서 빠져 나왔다. 

 

당신은 초인적인 힘을 믿습니까? 시발, 손이 달달 떨린다. 덜 마른 머리칼은 이미 얼었다. 20분 넘게 걸어야지 도착할 거리를 10분만에 이미 교문을 넘어서 중앙 현관으로 들어섰다. 얼른 히터 앞에서 몸을 녹이고 싶다. 수많은 계단을 지나쳐 구석에서 빨간 빛을 내고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갔다. 늘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오늘은 5층에 도착해 있었다. 경비 아저씨는 엘리베이터 안 타시는데 누굴까. 하는 생각은 버튼을 꾹 누름과 동시에 사라졌다. 오늘은 김종인 어깨를 사람 반 죽일 듯한 힘으로 치는 바람에 조금 늦었다. 작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으 추워. 

 

" oo 학생? 오늘은 조금 늦었네. "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을 뻗자마자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림 버튼을 누르며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계시는 경비 아저씨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담임 선생님 다음으로 참 친절하신 분이다. 

 

" 아저씨 안녕하세요! " 

" 추운데 외투라도 입고 나오지. " 

" 너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까먹었어요. " 

" 그래, 얼른 올라가 봐. 오늘은 친구들도 일찍 왔더라. "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근데 친구라니? 친구? 바람에 엉망이 된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곰곰히 생각을 했다. 나처럼 이렇게 일찍 오는 애가 있나? 내 친구들 중에 그런 애는 없는데. 대충 묶었던 머리칼을 풀어 정리를 했다. 다음부터는 꼭 머리 말려야 겠다. 이게 뭐야. 엘리베이터 벽에 있는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교복을 정리했다. 볼이 붉게 물들었다. 어지간히 추웠나 보다. 보호제를 안 발랐더니 순식간에 입술이 텄다. 보호제 다 썼는데. 튼 입술을 만지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정말 누군가가 오긴 온 것 같다. 깜깜한 교실들이 즐비해 있는 복도에 유독 한 반만 밝은 형광등 빛을 내고 있었다. 3학년 2반, 박찬열 변백현 김종대 그리고 내가 있는 반이었다. 

 

" 어! oo이 왔다! "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나를 언제 봤는 지 익숙한 형태의 사람이 고개를 내밀며 소리를 빽 지른다. 앞문을 거침없이 열더니 방방 뛰며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아침부터 더럽게 활기찬 김종대 뒤로 박찬열과 변백현이 반에서 나왔다. 경비 아저씨가 말한 친구들이 쟤들이었구나. 그냥 같은 반 애들 말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다. 늘 지각 아니면 4교시에 맞춰 오던 애들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오늘은 등교 시간보다 더 일찍 왔다. 단체로 약을 먹었나. 

 

" 지금 날씨가 얼마나 추운데 스타킹도 얇은 거 신고 외투도 안 입고, 미쳤어? " 

 

" 미친 건 너네 아니야? 지금 8시도 안 됐어. " 

 

" 우리 oo이 보려고 이렇게 일찍 왔지. " 

 

" 언제는 못 봤나 … " 

 

박찬열의 잔소리와 변백현의 부담스러운 애교에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작게나마 웃음을 지었다. 이 맛에 학교 오는 거지, 뭐. 김종대가 내 다리를 보더니 요즘 애들은 추운 것도 몰라요 하며 어깨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벗어서 나에게 준다. 참 안 그렇게 생긴 애가 츤츤 거린다. 받아든 담요를 허리에 두르고 질끈 묶으면, 외투를 안 입고 온 게 거슬리는 지 변백현은 입고 있던 코오롱 패딩을 나에게 입혀 준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박찬열은 패딩을 입기 위해 손에 쥐고 있던 가방을 자신의 품으로 가져 간다. 주고 받는 게 너무 익숙한 이 상황에 또 다시 웃음이 나온다. 

 

" 뭔데, 왜 웃어? " 

 

" 추워서 미쳤나 봐. 빨리 반으로 가자. " 

 

" 반에 히터 켜놨어. 존나 착하지? 어? " 

 

그래 시바라, 추워서 미쳤다. 칭찬을 바라는 듯한 김종대의 반짝이는 눈빛에 동정 어린 비웃음을 지어주고 먼저 앞장 서서 걸었다. 반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너무 따뜻하다. 

 

 

 

난희골혜? 여러분 드디어 월요일이에요 월요일 기념으로 고데기 필수 지참 글 하나 던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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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더써주세요 어서요 네? 좋은데? 대박 네? 어서 써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다 내 스타일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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