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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서님 전체글ll조회 1469l 2

       

        

엄마는 자신이 아무리 성질을 부리고 떼를 써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더니 결국 들어가 자라는 말을 끝으로 이불을 덮어버렸다. 그런 엄마를 성규는 원망 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불은 끄고 가라."       

"어우 씨, 알겠어!"       

        

열이 뻗친 손으로 전등 스위치를 누르고 밖으로 나온 성규는 저 멀리 나뒹굴고 있는 신발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밤이 더 깊어진 탓에 달빛이 더욱 환했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발밑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걷던 성규는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취미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눈에 익숙했다. 지금 밟고 있는 잔디도 자신이 태어나자 남자아이는 힘차게 뛰어놀아야 한다며, 다치지 말라고 깔아 놓은 것이었다. 자신을 사랑해 마지않는다 생각했던 가족들의 배신 아닌 배신에 울컥한 성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커다랗게 떠 있는 보름달이 밝았다.       

 

 

"달 엄청 밝네."       

 

 

시큰해지는 코 끝에 작은 중얼거림이 한숨처럼 터져왔다. 성규는 고개를 숙이더니 조금은 빨라진 걸음으로 방을 향해 걸었다.다시 돌아온 방 안은 역시나 바뀐 것 따위 없었다. 텅텅 빈 방 안에 있는 것이라곤 바닥에 깔린 이부자리뿐이었다. 어휴, 체념한 듯 성규는 방의 불을 끄고 이부자리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누운 성규는 이불을 눈 밑까지 끌어당겼다. 그렇게 꼼지락꼼지락 편한 자리를 잡고 성규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고른 숨소리를 몇 번  내쉬니 오늘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두준의 만행에 말끔하게 생긴 건 취소라고 생각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말끔하게 생긴 얼굴이긴 했다. 키도 꽤 큰 것 같았고.       

 

 

"짜증나게 나보다 클게 뭐람."       

 

 

투덜거리며 몸을 옆으로 돌아누웠다. 동시에 끌어당긴 이불 끝을 돌돌 말아 품 안에 껴안았다. 눈을 감자마자 이번에는 두준에게 끌어당겨져 거의 품에 안기다 시피 했을 때가 떠올랐다. 눈앞에 보였던 두준의 입꼬리가 머릿속의 커다란 스크린에 한가득 비쳤다. 한 쪽으로 씩 올라가던 입꼬리.       

 

 

"아, 미친."       

 

 

순식간에 퀭해진 성규는 머리를 마구 저어댔다.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말자. 성규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천장을 노려보았다.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벽지 무늬가 눈에 박혀들었다.  뭉그러져있는 벽지의 무늬가 스멀스멀 움직이더니 두준의 얼굴로 변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내려다보던 두준의 커다란 눈이 생각났다. 쌍꺼풀이 없는 눈은 꽤 동그랗고 컸다. 별안간 두준이 한 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어 보였다. 뭐, 그렇게 웃으니까 꽤 잘생……헙, 숨을 들이킨 성규는 이불을 뻥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아! 뭐라는 거야! 짜증나게 쌍꺼풀도 없는데 나보다 눈 크고 지랄이야!"       

 

 

으아!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두 팔을 휘저으며 외쳤다. 저리 가, 사라져! 꺼져버려! 씩씩거리던 성규는 다시 베게 위로 머리를 붙였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버렸다.       

 

 

 

나는 니가 참 마음에 든다 :: 03       

W. 서님       

        

        

성규는 덜컹거리는 몸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리쬐는 햇볕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뜬 곳은 달리는 차 안이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당황한 성규는 눈 만 뜬 채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옷은 어제 입고 잔 옷 그대로였다. 납치? 납치인가? 막 잠에서 깨어난 머리는 정신이 없었다.       

 

 

"일어나셨어요?"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남자가 성규를 힐끔 돌아보았다.       

 

 

"김기사님?"       

 

 

자신이 고등학교 때 등하교를 도와주셨던 기사님이었다. 어리둥절한 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앞머리를 습관적으로 정리하며 한 번 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어디 가는 거예요? 당황해하는 성규를 향해 기사님은 미안한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네, 지금 윤두준 씨네 댁으로 가는 겁니다."       

“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자다 일어났더니 달리는 차 안이고 그 목적지가 팔려가는 시댁이라니. 이건 너무 심하게 급전개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기운도 없었다. 자신이 무어라 난리를 쳐도 결국 가게 될 것이고, 결국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였다. 맥이 빠진 성규는 머리를 싸매며 뒷좌석에 기다랗게 누워 체념한 듯 멍하니 자동차 천장을 꿈벅 거리며 바라보았다. 이대로 끝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누나를 위해서 또 태어날 조카를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나 하나쯤은 희생해야 할까 라는 회의감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늦추면 안 되는 건가.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시바신님 제발 아무 신님 시간을 좀 멈춰주세요.       

생전 찾지도 않던 신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며 성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       

        

몇 분인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에게 빌어도, 친구에게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내 보아도, 기사님께 손이 닳도록 빌어 보아도 다 부질 없는 것이었다.        

재빠르게 바뀌던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올 때 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성규는 눈앞에 펼쳐진 집의 모습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커다란 기와집이 기세등등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무리 고전미를 내뿜는 멋있는 기와집에도 성규는 벌써 저 멀리, 멀어져 가는 김기사님의 차 뒤꽁무니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차에 성규는 고개를 돌려 대문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마른침을 꿀꺽 한 번 삼키고 대문 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끝이 조금 닿았을까 스르르 열리는 대문에 성규는 깜짝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성규는 여기로 오는 달리는 차 안에서 다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집살이는 당하지 말아야지, 당당하게 남자답게 살아가자고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뒷걸음질 치고 만 성규는 주먹을 꽉 지며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 틈에 안이 보일 정도로 열려진 대문에 성규는 멈추지 않고 안으로 발을 들여 넣었다.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지나갈 길이라는 듯 중간은 비워두고 양옆으로 길게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당황한 성규는 쫄지말자며 작게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쭈구려지려는 어깨를 애써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패기 있게 떼었던 첫 번째 발걸음이 부끄럽게 점점 그 보폭이 작아졌다. 이제 지금 걷고 있는 길도 끝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식은땀이 줄줄 나는 것 같았다. 성규는 더 앞으로 걸어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못 하고 여전히 고개만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고만 있지 말고 안내를 해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입은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갑작스레 자신의 팔뚝을 잡아오는 손길에 화들짝 놀란 성규는 획, 하고 옆을 바라보았다. 갈색 계열의 개량한복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였다.성규를 향해 푸근하게 웃어 보이며 조용히 인사를 하자 성규는 얼떨결에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런 성규를 살짝 끌어당기며 따라오라는 듯 발걸음을 옮기는 아주머니를 따라서 조금 걸었을까, 멈춰 선 곳은 사랑채였다.신발을 벗고 들어가 보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성규는 자신이 지금 누군갈 만나게 된다는 것과, 그 누군가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성규는 긴장으로 거세게 뛰어대기 시작하는 심장에 마른침을 삼키며 마루로 들어섰다. 조용히 닫혀 있는 문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레 문을 열자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이 세명이 있었다.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굳어버린 성규는 문을 연체 들어가지도 문을 닫지도 못 했다. 그때 바로 정면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성규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다. 꾸벅 숙여진 고개를 영원히 들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고개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있었다. 완전히 고개를 들자 이제는 인자하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왔구나, 어서 안으로 들어와 앉으렴."       

“예? 아, 예.”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선 성규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드르륵, 닫히는 문소리가 연분홍빛의 매화 꽃잎과 함께 마당 위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       

 

 

성규는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왔다. 어젯밤 감쪽같이 사라졌던 침대와 옷장, 책상이 자신의 방처럼 배치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벽지까지 비슷한 방은 마치 집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다며 성규는 얼른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만나 뵌 분들, 정석대로 하면 자신의 시부모님이 되는 분들은 굉장히 친절하였다. 우선 자신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로 온 것을 알고 있다며, 낯선 곳에 있는 동안 힘들겠지만 편안하게 있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아들에게 사내란 놈이 처로 들어온 것에 도끼눈을 뜰 줄 알았던 어머님도 자신의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었다. 네가 남자지만 이렇게 들어오게 된 거 며느리 대 시어머니로 잘 지내보자고. 딸이 없는 집안이라 쓸쓸했다며 장난스럽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농담에 성규는 낯설고 두렵기만 했던 그 공간에서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진심으로 웃어 보인 그 얼굴들이 기분 좋았다.       

저런 마음씨 좋은 분들 사이에서 두준이 나왔다니. 믿기지  않았다. 망나니가 되었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소문인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첫 만남의 기억에 성규는 역시 그럴 리가 없다며 복잡한 표정으로 침대 위를 뒹굴었다. 심란했다. 그리고 멍하기도 했다.       

지금 자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얼 하고 있고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춘기 때도 해보지 않은 고민들에 휩싸인 성규는 새로 세탁을 했는지 보송보송한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잠이 들었다.       

        

        

        

******       

        

        

어둑해진 밤하늘에 온 세상이 고요로 물들었다.        

형광등의 환한 빛이 성규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불도 끄지 않고 그냥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째깍 거리고 있는 시곗바늘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성규는 몽롱한 정신에 조금 더 자라는 듯이 자신의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수마에도 불구하고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뭐야.”       

 

 

오랫동안 열지 않은 목소리는 잔뜩 잠긴 체 흘러나왔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자신이 잠들어 있던 침대 맡에 턱을 턱, 하니 올린 체 빙긋빙긋 웃고 있는 두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핏 보면 호러가 될 뻔한 그 장면에 심장이 철렁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환상일 거야."       

".........."       

"그래, 환상이야."       

        

        

 마음속의 중얼거림이 입밖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성규는 정신이 없었다. 연신 환상일 것이라며 저리 꺼져라, 사라져라 라는 말들을 중얼 거리던 성규는 다시 감기려는 눈꺼풀을 인식하지도 못 하고 곧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두준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가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온 집안사람들은 모두 잠에 들어 캄캄한 집안이 익숙한 듯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안쪽의 사랑채에 도착한 두준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신발을 벗었다.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뒤를 돌자 바로 맞은편 방의 디딤돌 위에 올려져 있는 스니커즈 한 켤레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자신의 맞은편 방은 빈 방이었다. 창고로도 쓰지 않는 그냥 빈 방. 그런 방 앞에 신발은 물론이거니와 환한 빛까지 나오고 있었다. 의아함을 느낀 두준은 마당으로 펄쩍 뛰어 내려왔다. 양말 만 신은 발끝으로 살짝살짝 걸어서 도착한 방 문을 망설임 없이 열어젖혔다. 그러자 순간 느껴지는 반류의 기운에 두준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꿀꺽 삼켰다.딱 한 번 느껴본 이 기운의 주인을 바로 알 수 있었다.언제 생긴 것인지 침대와 옷장, 가구들이 배치돼 있는 방 안에 자신이 방의 주인이라는 듯 그 중심에서 잠들어 있는 성규가 보였다.       

반류는 이성이 있을 때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이성을 잃거나 정말 정신없이 잠이 들었을 때 현혼, 즉 각자 개인의 진짜 모습인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머리에는 검은 귀가 솟아있고, 이불 사이로 튀어나온 꼬리가 가끔 살랑대며 움직였다. 적당히 살 오른 하얀 볼 위로 튀어나온 긴 수염 몇 가닥이 여우가 아니라 토끼 같았다.      

그래서 그때 몰랐던 건가, 순진한 토끼라서?       

또 다시 튀어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괜히 큼큼, 헛기침을 한 두준은 문을 열 때와 달리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았다. 완전히 닫힌 문을 확인하고 두준은 성규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다 큰 남자의 자는 모습이 뭐 볼게 있겠냐 생각했지만, 역시 볼게 많았다. 가까이 가니 들리는 작은 코골이가 귀여웠다. 이리 움찔, 저리 움찔 거리는 성규가 별안간 고개를 두준을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갑작스러운 성규의 움직임에 깜짝 놀랐는지 두준은 커다래진 눈으로 성규를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침대 옆에 앉아서 얼굴만 침대 위에 올려놓은 체 성규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이러고 있어야지. 그냥 이대로 조금만 보다가 가도 좋았고, 자신이 가기 전에 성규가 깨어나서 화들짝 놀래는 모습을 보여 준 다면 그것도 좋았다.       

성규가 깨어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그냥 방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괜히 생기는 오기에 두준은 엉덩이를 뗄 수 없었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눈은 어느새 부리부리하게 바뀌어 얼른 일어나라는 듯 성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 시간이 흘렀을까,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몇 번 더 움직이더니 내일 아침에야 뜨는 걸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눈이 작게 뜨여졌다. 아쉽게도 깨어난 성규에게서 볼 수 있었던 건 화들짝 놀래는 것이 아닌 뭐야, 라는 잠에 잔뜩 취해 멍하게 목소리였지만 두준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한창 잠을 자다 일어나서 인지 잠에 잔뜩 취해있던 눈은 다시 감겨버렸다.       

 성규의 고른 숨소리에 두준은 자신에게도 갑자기 몰려오는 잠을 느꼈다. 입을 막지도 않고 크게 하품한 두준은 진짜 잠이 든 것인지 미동이 없는 성규를 힐끗 보고 몸을 일으켰다. 마당을 건너오느라 흙이 묻는 양말을 벗어던지고 두준은 성규가 자는 침대 위로 벌쩍 올라왔다.       

갑자기 크게 출렁이는 침대에 성규는 다시 눈을 떴다. 자는 것처럼 있으면 알아서 가겠지 싶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양말을 벗더니 자신의 옆으로 와 눕는 두준에 성규는 언제 잠이 들었냐는 듯이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꿈틀대며 자리를 잡고 누운 두준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뻔뻔하게 이불까지 덮어버리는 두준을 향해 소리를 지르려다, 성규는 지금이 아주 늦은 시각이란 걸 깨달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얼른 안 꺼져?”       

 

 

두준은 나 방금 푹 자다 일어났어요, 티를 팍팍 내며 말하는 성규를 키득거리며 쳐다보았다. 성규가 진짜 잠들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성규가 자는 척을 해준 덕에 이렇게 침대위로 올라온 두준은 어째선지 기분이 좋았다.  왜 좋은지는 자신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왜' 라는 의문의 답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저 지금 부스스한 머리에 삐쭉 튀어나온 머리카락, 퉁퉁 튀어나온 입,  부어서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자신의 옆에서 틱틱거리는 성규가 재방송따위 하지않는 코미디 프로그램 같았다. 그것도아주 앙증맞은 코미디였다.        

        

“피곤해, 방까지 걸어갈 기운이 없어.”       

        

연신 자신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자신을 노려보는 성규를 향해 애써 웃음을 참으며 툭, 내뱉곤 성규를 등지고 누워버렸다.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두준에 성규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방이 어딘데?”       

 “..........”       

 

 

성규는 정말 너랑은 자기 싫어, 라는 표정으로 두준을 쳐다보았다. 방이 어디인지만 말해 준다면 저 산만한 덩치를 들쳐 엎고라도 그 방에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두준은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몇 초, 째깍거리는 시계 시침 소리가 방을 꽉 채웠다. 시간은 벌써 3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성규에게 잠시 달아났었던 졸음이 또다시 찾아왔다. 다시 잠들고 싶었다. 옆에 떡 하니 누워 있는 두준이 짜증 나고 신경 쓰였지만 성규는 잠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 무거워 보이는 곰 새끼를 내가 들 수 있을 리 없어.”       

 

 

맞아, 그래. 애써 합리화하듯 고개를 끄덕 거리던 성규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환하게 빛나는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껌벅거리던 눈꺼풀이 스르르 닫히고 성규는 이번에는 정말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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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으으으으 귀여워ㅠㅠㅛㅠㅠ두규행쇼
10년 전
서님
ㅜㅠㅠ행쇼ㅟㅞㅠㅜㅠㅠ
10년 전
독자2
헐헐헐 ㅈ대박 진짜 귀엽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진짜 대박대박 리버스물좋아하는데 두규처럼 완벽한커플링은 없을꺼에요 ㅠㅠ학학하각ㅎㄱ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저 암호닉 등짝으로 신청할게요!!
헝헝 뭐죠 이 은혜로운 분량은ㅠㅠㅠ내용도 점점 재밌어지네요ㅠㅠ작가님 왜 이제서야 나타나셨나요ㅠㅠ

10년 전
독자3
서민입니다ㅠㅠ하...스크롤바 크기가 갱장히 바람직해여!!ㅋㅋㅋㅋㅋ늦게와서 미안한마음이 반영된거에여???ㅋㅋㅋㅋ늦게라도 왔으니 갠찮아여ㅋㅋㅋ암튼.성규 귀엽네여ㅋㅋ둘이 뭘했다고 이렇게 잘어울리는거죠?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
주어진 상황에 귀찮은듯 순응하게 되는 성규가 안쓰러우면서도 성규다워서 귀여워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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