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참깨와 솜사탕 00
오래 된 물건은 익숙하다 못 해 쓰이지 않아 낡은 창고 속 구석에 자리 잡은 것처럼 우리의 관계의 추억들도 그랬다.
연애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처럼 우린 7년 이상의 커플로 유통기간이 이미 지나 썩었거나 상한 우유같은 연인이였을 것이다.
지금도 이 카페 안에서 밝은 음악소리를 BGM 삼아 입술만 달짝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서로의 속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미어가는 이 시간 속에 너와 마지막을 마지하고 있었다.
헤어지자.
이 네글자가 뭐 이리 어려워서는 질질 끄냐는 말이다.
같은 상황과 장면만 벌써 다섯번째였다.
그렇다. 우린 속으로만 다섯번이나 헤어진 연인이였다.
*
정 때문에 사귀죠.
사실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허전한 사이에요 몇 년을 같이 했는데요.
뭘 좋아하는지, 어디를 가고싶어하는지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처럼 서로의 속마음이 훤히 보이죠.
아. 근데 왜 안 헤어지냐구요?
'안'이 아니라 '못' 헤어지는거에요.
풋풋한 대학생 신입생 때 늘 만나 남들 모르게 연애를 하는 무늬만 C.C 커플이였던 우리.
군대가던 너를 바라보며 눈물로 보낸 시간을 남들 다 거꾸로 신는다는 고무신 바로 신고 기다리는 우직한 나였다.
취직하면서 서로에게 잠시 뜸했지만 가끔 만나는 장거리 연애도 그리 짜릿했건만 어디서 부터 어긋난 건지 잘 모르겠다.
" 후우... "
사람이 마음이 변하면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다는데 한숨만이 자리잡았다.
분홍빛이 맴도는 상큼한 자몽 에이드를 마시며 힐끔 너를 보았다.
얼른 나가서 담배 하나 태우고 싶은 표정으로 애꿎은 앞머니만 쓸어 넘겼다.
결국 음악소리가 끝나는 정적에 입을 뗀 서로의 입술엔 헤어지자는 말을 동시에 내뱉었고.
이미 알았다는 듯 서로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테이블엔 비어있는 잔 두개가 나란히 붙어 온기만을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