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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가냐?"
"기다려봐-."
담임이랑 상담 좀 하고 올라와보니까 권유리랑 황미영부터 해서 내가 아는 애들은 싹다 우리반에 모여있다.
"뭐하는거야?"
뭐가 웃긴지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며 킥킥대던 김효연은 어, 화장. 하고 짧은 대답을 했다.
권유리 손에 붙들려 있는애는 김태연이다.
김태연은 화장을 잘 안한다. 해봐야 썬크림이나 바르고 다니는데,
화장을 할줄을 아예 모르는건 또 아니다. 근데 안한다.
그런 애가 남의 손에 잡혀서 화장을 하고 있는건 불길한 징조다.
"오- 됐어 됐어. 대박."
애들이 우르르 김태연한테 들러붙어 꼴을 보더니 다들
단체로 꿀이라도 잡순듯 할말을 잃은듯 보였다.
그 꼴이 나도 궁금해서 애들 사이로 머리를 욱여넣었다.
아, 시바 할말을 잃었습니다.
"어? 정수연 안갔네?"
"응."
"집간줄 알았지."
"가방도 저기 있는데 뭐.."
"그래? 뭘 그렇게 계속 보냐."
"너 어디 가?"
"아, 아니 어딜 가는건 아닌.."
"얘 남자 만나러 가잖아!"
김태연이 눈을 꽉 감았다가 이를 악 문다.
권유리는 요플레를 떠먹으면서 막 계속 무슨 말을 한다.
옆학교 남자앤데, 키가 몇이고 잘생겼다. 이름이 강동언인데 생긴게 참치를 잘먹게 생겼다는 둥.
하나도 신경쓰이지가 않는다.
하나도 신경쓰이지가 않아서 그래, 잘 만나고와. 하고 가방을 챙긴다.
하나도 신경쓰이지가 않아서 교실을 나와버렸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니 저물고 있는 해도 이쁘게 보인다.
날이 참 좋은데 나는 하나도 안좋다.
버스를 탔는데 '청소년입니다.' 이소리가 너무 서글픈거다.
그래서 맨뒷자리에 쳐박혀서 눈물을 짜냈다.
화장을 한 그 얼굴이 못났더라면 조금 덜 서러웠을까.
그 얼굴이 내 눈치를 보지 않았더라면 덜 서러웠을까.
서럽다, 서럽다.
-
"수학여행때, 권유리랑 최수영이 술가지고 온대."
"응."
"화장실에 숨길지 가방에 숨길지 그걸로 어제 하루종일 싸우더라."
그래서 어제 남자는 잘 만나서 잘 놀았니?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가라앉는다.
"진짜 재밌게 놀거야. 최수영 술먹고 꼬장부릴거 생각하니까 벌써 겁나 웃기네. 흐흐."
그래서 어제 강동언 앞에서 그렇게 웃어제꼈니?
하는 말이 입천장을 한번 쌔리고 다시 가라앉는다.
"기대된다."
"어제 남자앤 잘 만났어?"
"응? 아, 걔."
결국엔 튀어나온말에 김태연이 머리를 긁는다.
"몰라도 돼."
"왜, 잘됐어?"
"몰라도 된다니까."
"왜."
"넌 몰라도 돼."
웃긴다. 마치 내가 친구를 하고싶어하는데 얘가 날 막아서는 기분이다.
아니 왜, 나는 얘한테 안될거 아니까 그냥 친구 하자. 하고 악수하자고하는데 얘는
넌 친구조차도 될수없어. 날 좋아하니까.
하고 손을 쳐내는 기분? 하여간에 기분 더럽다.
혼자 찔려서 자격지심에 괜히 이러는건지는 몰라도, 그래도 좋아하는건 좋아하는가고 화나는건 화나는거다.
"왜 난 알면 안돼?"
"그야, 너는.. 화났어?"
"그냥 그런거 물어보는것도 안돼?"
어제 버스카드 찍고 난 뒤의 그 기분이다.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한다. 코끝이 찡하다.
"아니, 나는.."
"너 다 아는것처럼 행동하지마. 내 속마음 다 아는척 하지말라고."
"내가 언제 그랬는데?"
너는 맨날 그래. 울면서 화장실로 도망갔다.
심장이 살갗을 뚫고 튀어나올것처럼 뛴다. 귓속에서 둥둥댄다.
그대로 계속 울었다.
-
한참을 울고 나와 교실로 들어갔다.
김태연은 없었고 그냥 애들이 변비인거 몰랐다고 괜찮냐고 물어온다.
뭔소리냐고 물으니까 김태연이 나 변비라서 화장실에서 고생중이라고 둘러댔다는거다.
이젠 고마워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김태연 입장에선 이해하지 못할말만 하고 울었으니 김태연도 어이가 없어서 말인지 방구인지도 몰랐을거다.
김태연이 교실로 들어온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마치 잘못을 아는거처럼 반성이라도 하고있다는듯이 미안해 죽는 표정을 하고 자리에 앉는다.
나도 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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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갑자기 짤리네요..
조만간 끝이 날거 같아요 그런데 탱싴 또 쓰고있음.. 아이디어뱅크돋네ㅋㅋㅋㅋ
신알신이랑 손팅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