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딸을 죽여 주세요. " 뭐랄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머릿 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열 달을 품고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저런 소리가 어떻게 나올까 싶었다. 내 어머니지만 나쁜 년이구나. 하지만 이제 와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면, 정말로 나쁜 년은 딸을 죽여 달라고 의뢰를 한 어머니가 아니라 그 일의 원인 제공자인 내가 나쁜 년일 수도 있겠다 - 뭐 이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 하지만 소설도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담고 있다는게 큰 문제. " 저희는 별 일 아닌 일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고객님. " 현실 세계에서는 아주 큰 파장을 일으키는데, 그 쪽 세계에서는 별 일 아닌 일로 치부가 되다니. 아버지와 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 그 쪽 서계에서는 빈번히 있는 일인가 봐요. 각이 잘 잡힌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의 말에 어머니의 입이 달싹였다. 말은 해야 되는데,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수치스러운 일. 그게 아니라면, 한 평생을 같이 했고 같이 해야 할 인생의 동반자를 딸에게 뺏긴 게 수치스러워서 말을 못 하는 건가. " 제 남편과 바람이 났어요. 제발요. " 흥미를 잃은 듯, 무심하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바람이라는 단어에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예상치는 못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 싶은 눈빛. 아아, 이제 막 꽃을 피우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끝내야 한다니. 누가 그랬던가 꽃은 지기 위해 피는 거라고. " 따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 그 사람은 안쪽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낸다. 이미 모든 걸 잃은 듯 체념한 어머니의 손에 살짝 쥐어 주고는 따님의 나이를 묻는다. 나이를 들으면 놀라겠지. 뭐 이런 년이 있나 싶겠지. 사랑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언제 일어났니, 내 팔을 툭툭 치며 반쯤 감긴 눈을 비빈다. 어떻게 보면 다 너 때문이기도 해. 어떻게 그런 눈빛으로 사람을 잘도 엿 먹이니. " 똑바로 하던가, 멍청한 년. " 숨기려 할 수록 지독하게 잘 꿰뚫어 보는 네가 난 미워. 이렇게 일찍 들킬 줄은 몰랐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천하의 썅 년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넌 달라. 너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애정에 허덕이는 아주, 아주 가엾은 더러운 년으로 보이겠지. 그래야 돼. 왜 태어났니. 그냥 그대로 죽지. 너만 안 태어났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을 거야, 종인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 똥글이죠 이게 쓰면서도 갈피를 못 잡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맛보기예요 쉬어가는 타임으로 한 번씩들 보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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