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티와 함께하는 조선마법실록
내 앞에서 열심히 떠드는 아버지의 말씀은 하나도 귀에 박히지 않았다. 내가 마법사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 평생의 목표는 잘생긴 도령들을 거느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마법학교에 다니라니, 내 인생이 미쳐 돌아가는 게 확실했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밤이었다.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아 해시까지 잠 못 이루던 중, 등잔 불을 끄려던 그 순간이었다. 톡톡톡. 누군가 내 방 창문을 약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향단이 인가? 이 시간에 내 방에 찾아오는 사람은 내 몸종인 향단이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향단이라면 문을 두드릴 텐데 왜 창문을 두드리는 거지? 불안한 마음보다 호기심이 더 컸다. 창문을 여는 순간, 달빛과 함께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는 새끼 호랑이가 들어왔다. 호랑이는 입에 물고있던 것을 방바닥에 살며시 놓고는 내 품에 쏙 안겼다. 미친. 이게 뭐야. 호랑이를 내려놓으려 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내 팔을 꼭 붙잡고 애옹눈빛을 발사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졌다. 새끼 호랑이를 안고 바닥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藇倚敎學이라 써져있는 작은 호패와 빛바랜 한지였다. 접혀있는 한자를 펼쳤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민 아씨. 아름답고 기이한 것을 배우는 곳, 서기교학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아씨를 닮은 예쁜 보름달이 뜨는 이틀 후, 한양 저잣거리의 9와 4분의 3번째 뒷골목으로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준비물: 검은색 기본 두루마기, 서기교학 교복, 빗자루, 지팡이, 새끼 호랑이
새끼 호랑이를 제외한 물건들은 서기교학 저잣거리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미친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소리가 빽 질러졌다. 내 품에 안겨있는 새끼 호랑이는 깜짝 놀라 내 품에 더 파고들었고 밖에서는 향단이가 나를 불렀다.
"아씨, 무슨 일 있으세요?"
"어.. 향단아 아니야 악몽을 꿔서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물이라도 떠다 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밤이 깊었어요. 어서 잠자리에 드세요 아씨."
"알았어. 향단아 너도 빨리 가서 자."
"네. 좋은 꿈꾸세요 아씨."
나는 다짐했다. 내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아버지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을거라고.
"아버지, 이건 말도 안 돼요. 마법학교에 다니라니요? 저희 집안은 그냥 평범한 양반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마법학교에 다녀요?"
"평범한 집안이라니? 우리 집안은 대대로 마법을 물려받은 집안이야."
?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왜 그걸 저한테만 말씀 안 해주신 거예요......
"네가 10살 생일날 새끼 호랑이가 찾아오지 않은 걸 알고 우리 집안이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몰라.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머글이 나온 건가 하고 말이야. 그런데 알고보니까 새끼 호랑이가 길을 잃은 거였지 뭐냐."
"네? 새끼 호랑이가 어떻게 길을 잃어요? 그것도 7년 동안이나요?"
"됐고, 이틀 후에는 혼자 서기교학으로 가야 한단다. 한양 저잣거리에서 웜홀을 타고 이동하면 바로 서기교학 저잣거리가 나올 거야. 거기 주변 상점에서 두루마기랑 빗자루, 지팡이를 사면 돼. 돈은 다 챙겨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눈 깜짝한 새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족들, 그리고 향단이와 인사하고 한양 저잣거리로 향했다. 저잣거리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9와 4분의 3번째 골목을 찾아다녔다. 아니, 이렇게 써주면 도대체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여덟 번째 골목을 지나니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졌다. 마치 이곳만 지우개로 지워놓은 것처럼.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발 걸음을 빨리했다. 이게 9번째 골목이니까 저게 10번째 골목인ㄱ... 말을 끝맺기도 전에 순식간에 이동했다. 꼭 감았던 눈을 뜨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한양 같은데, 한양이 아닌, 여기가 서기교학 저잣거리인가?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독특한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손에 꼭 쥐고 있던 한지를 펼쳐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검은색 기본 두루마기, 서기교학 교복, 빗자루, 지팡이, 새끼 호랑이
새끼 호랑이는 미리 서기교학으로 보내 놓았으니, 나머지 물건들을 사기로 했다.
어서오세용. 상점에 들어가니 주인으로 주정되는 남자가 나에게 인사했다. 어...안녕하세요... 우리 새끼 호랑이 닮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서기교학 입학하세용?"
"네... 아마두요..."
"오우 열 살치곤 되게 크시네요!"
"저 열일곱인데요..."
"오우 그럼 transfer 그런 건가용?"
"네... 아마두요..."
"오우 대박ㅋㅋ 그럼 제가 물건 사는 거 도와드릴게용ㅋㅋ"
"네..."
굉장히 너무 심각하게 부담스럽게 친절한 애옹남이다. 왜 애옹남이냐면 그냥 애옹이 같이 생겨서 방금 내가 정함...
"두루마기랑 교복은 이거 사면 돼용. 지금은 검정으로 단순하지만 기숙사 정해지면 색 바껴용ㅋㅋ"
"그래요...?"
"넹ㅋㅋ 솔직히 진짜 이뻐요 제가 마법학교 교복은 다 봤는데 서기교학이 약간 오바로 이뻐용"
"그럼 이거랑... 지팡이랑 빗자루는...?"
"아. 처음이니까 빗자루랑 지팡이는 가장 기본 템 어떠세용? 나중에 숙련되시면 또 바꾸면 되니까!"
"그럼 그렇게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 애옹남을 뒤로하고 가게를 뛰쳐 나왔다. 물건 하나 사는데 이렇게 피곤하다니.
심장이 두근두근 떨린다. 이게 뭐라고. 서기교학 정문을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내 인생 살며 본 가장 멋진 건축물은 경복궁이었는데, 서기교학은 경복궁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웠다. 호패를 꼭 쥐고 정문을 넘었다. 서기교학에는 결계가 쳐져 있는데, 호패를 소지한 학교 학생이나, 학교에서 허용한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들어와서 보니 서기교학은 더 아름다웠다. 근데 진짜 넓다. 미친 듯이 넓다. 내가 오늘 안에 여기서 교무실을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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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화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어요!
이번화에 나온 애옹남은 누구일까요? 맞춰보세요!
다음화부터는 서기교학에 다니는 엔시티 멤버들이 나옵니다!
암호닉 받고있어요! 많이 신청해 주세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