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정재현은 항상 그랬다. 비를 좋아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정재현.
셰익스피어
W. 토텝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정재현과 내 사이는 쉽게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학교에선 딱히 아는 척은 안 한다 이거야, 비싼 정재현이. 그렇다고 밖에서도 아는 척을 안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반지하까지 삼십 분, 야자가 끝난 후 교실 정리를 마친 정재현은 항상 열 시 반에서 사십 분 사이에 처음 만났던 골목길에 얼굴 도장을 찍는다. 오늘은 담배 피워 볼래? 항상 날리는 질문에 답은 똑같았다. 고개만 도리도리, 말로 하래도. 그렇게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사이로 지낸 지 2주, 정재현 하나 보겠다고 학교에 매일-주말을 제외한- 얼굴 도장을 찍은 것도 2주, 슬슬 이런 생활도 지겨워가던 찰나에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김여주, 너…."
"재현아."
"너 얼굴이 왜 그래."
"… 오늘은 담배 피워 볼래?"
2주나 잠잠했던 폭력은 그간의 침묵을 대변하듯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교복 치마 밑으로는 술병에 긁혀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었고, 이런 꼴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가 나를 찾아 주는 게 동정으로 바뀌어 버릴까 봐, 뭣도 아닌 정재현과 내 사이를 더욱 서먹하게 만들까 봐, 이런 나는 네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마음이 공허했다. 그저 2주간 꼬박 만났을 뿐인데, 나눈 얘기도, 흔한 연락처도, 잘 자라는 허울뿐인 말들도 나눈 적 없는데, 그저 내가 피우려던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담배의 불씨가 꺼져가면 나를 지옥 앞에까지 데려다 주는 게 다였는데. 넌 네가 나를 지옥으로 안내한다는 건 죽어도 모를 거야, 재현아. 나는 이런 나락 끝에서 너를 그린다. 자연스럽게 내게 담배를 받아간 정재현은 첫 만남과 다르게 불까지 완벽하게 붙여냈다. 나는 고작 담배 때문에 여기 매일 오는 게 아니야, 여주야. 후, 얼굴에 가득 퍼진 연기가 걷혀가며 드러난 정재현은 나를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것 같아, 너를.
넌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게 될 정재현은 항상 그랬다. 비를 좋아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정재현.
피곤해서 길게 쓰지 못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밤에 다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