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수인의 도시 NCITY!
ep.3 견뎌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름이는 길치였다.
아무리 도시가 크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다니지 않던 길에 들어서면 5분 내로 길을 잃는다는 거였다. 게다가 도시 외곽의 주택가는 골목골목 길도 미로처럼 되어있어 길을 잘못들면 잃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도영쌤, 아니 쟈니가 그랬었나."
이름이는 벌써 같은 집을 세 번이나 봤다. 그러니까 같은 길을 세 번 돌았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재능인데.
누구한테 연락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를 알아야 찾아달라고 하지.
다섯 갈래로 나뉜 골목을 돌아보던 이름이 지친 듯 무릎을 굽혀 앉았다. 오늘 내로 집에 갈 수는 있겠지.
누구에게든 연락은 해야 될 것 같은데 쟈니에게 하긴 싫고, 이동혁이랑 정재현은 연습 중일 거고, 마크는... 됐다 됐어.
"진짜 맞지?"
"그래, 이게 나 아니면 못 구하는 거라니까."
이름이 결국 동영에게 보낼 메세지를 두드리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재민? 앞에 저 다람쥐 같은 건 또 뭐야...
"그럼 너만 믿고 산다."
"잘 생각했어."
재민이 저보다 조금 작은 체구를 가진 남자에게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더니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이름이 팔짱끼고 서서 지켜보는 것을 마주하기 전까지.
"우리가 운명일까?"
"다 해도 그건 아닐걸."
"그럼 우리 이름이가 왜 여기 있어?"
성큼 다가온 재민이 이름이의 코앞에서 빙글 웃었다. 그게 방금 전 사기 치고 짓던 비즈니스적인 웃음과는 달라 이름이는 코웃음을 칠 뻔했다. 아까 그건 뭐야? 왠지 재민은 평소처럼 시원스레 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기꾼."
"그게 내 직업이잖아, 이런 것도 있어야 도시경제가 돌아가지 않겠어?"
"퍽이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쨌든 재민이라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름이었다. 얘는 여기 맨날 들락날락 하는 애니까 길 정도는 금방 찾겠지.
"길 잃었어?"
"알면 앞장 서. 나 집에 가야 돼."
"데려다주면 이름이가 나한테 뭐 해줘?"
사기꾼. 재민은 그 전에 일단 장사꾼이었다. 대체 값을 안 받고 하는 일은 뭔지.
이름이 재민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 먼저 걸음을 옮기자 재민이 급히 따라가 섰다. 재민은 어쨌든 이런 이름이 좋았으니.
외곽 지역은 보기보다 위험하다는 점과 이름이 길을 몰라 아무 곳으로나 가려고 한다는 핑계는 재민이 이름이의 손을 잡기에 충분한 핑계가 되었다. 잡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걸어도 이름이는 그저 동네 구경하기에 바빠 신경도 쓰지 않고, 재민은 기분이 좋았다.
"너 여기 살아?"
"아니. 나도 가끔 와."
"사기 치러?"
답이 없는 재민을 이름이 돌아보자 그에 맞춰 이름을 바라보는 재민에 이름이는 입을 꼭 물었다. 그런 재민의 표정이 꼭 처음 보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웃는 것 같기도 한데 아, 원래 웃는 얼굴이었던가.
"걸리지나 마."
"누구 걱정하는 거야?"
"뭐가."
"내가 걸리면 바빠질 쟈니 걱정이야, 아니면 걸려서 혼날 내 걱정이야?"
재민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이름이는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지 얼굴만 봐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름이에게 재민은 쟈니만큼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게 재민이 하는 일에 얼마나 득이 되는지는...
"별 이름 다 나오네. 네 걱정이야."
"아 진짜."
"또 왜."
"너 진짜 좋다."
이번엔 재민의 웃음에 이름도 따라 웃었다. 재민에 비해 떨떠름한 웃음이긴 했으나 어쨌든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재민이 느끼기엔 꽤 괜찮은 변화였다. 살다 보니까 이런 날이 다 오네, 이름이는 그제서야 미간을 구겼다.
"집이 좀 더 멀었으면 좋겠는데."
"난 사절이야."
재민의 도움을 받으니 그리 멀지 않은 길이었다. 괜히 머쓱해진 이름이는 재민과 잡은 손을 놓을 생각도 하지 못 하고 제 집을 찾아 열심히 걸었다. 나재민은 어디까지 같이 갈 셈이지. 재민은 이름이 하는 그 생각이 눈에 뻔히 보이는 것 같아 웃었다. 귀여워.
집 앞에 도착한 이름이 걸음을 멈추고 재민을 돌아봤다. 잡은 손에서도 힘이 빠진 채였다. 재민이 한참 아쉬운 얼굴로 이름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나 들어가보면 안 돼?"
"오늘은 안 돼."
"그럼 다음은 되고?"
"예의상으로 하는 말인 거 몰라?"
"이젠 나한테 예의도 차려?"
"미쳤네. 조심히 들어가기나 해."
이름이 재민과 잡은 손을 빼곤 설렁설렁 손을 흔들자 재민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손도 잡았겠다, 제 몸에 밴 이름이의 향도 기분 좋고.
"너무 짝사랑 아니야? 이름이가 알면 놀라겠는데."
"네가 신경 쓸 일 아닐텐데, 거슬리지 마."
저기서 대놓고 질투하는 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도 만족스러웠다.
마크는 올해 들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왜 둘이 같이 있지? 게다가 동혁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Oh god.
나재민 죽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러면서도 마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있기로 했다.
마크는 그저 이름이 제 연락에 답장을 안 해주는 게 조금 섭섭했을 뿐이고, 새로 구한 알바가 이름이의 집을 지나쳐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알바를 끝내고 신나게 집에 가는 도중 그 곳을 지나치다 저 둘을 우연히 본 것 뿐이었다. 졸지에 숨어서 지켜보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대충 둘이 왜 저러고 있는지는 답이 나온다만 저렇게 누나 집 앞에서 싸워도 되는 건가. 마크는 혹시나 이름이 창 밖을 둘러보다 저 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 했다. 누나는 피곤한 거 싫어하잖아.
"내가 거슬린 게 아니라 네가 유난 떠는 거 같진 않고?"
"내가 유난을 떨든, 지랄을 떨든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라고 방금 말한 것 같은데."
재민은 근래 들어 가장 피곤함을 느꼈다. 제 아무리 재민이라도, 정말 살면서 별의별 혼현을 가진 수인들을 만나봤다고 자부하는 재민이라도, 이렇게 맹수를 상대로 제대로 된 기싸움을 벌인 건 처음이었으니. 당장 수틀리면 동혁이 이 자리에서 재민을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재민은 웃는 얼굴을 거두지 않았다. 여기는 이름이의 집 앞이고 동혁이 저러는 건 한계가 있을테니까.
"그럼 뭐 때문에 이래. 내가 이름이랑 손 잡고 있는 거 보니까 배알이라도 꼴려서?"
동혁은 별 표정도 없이 비스듬하게 서서 재민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재민이 읽어낼 수가 없는 표정. 그게 맹수 특유의 날카로움이 묻어나는 얼굴이라 재민은 억지로 웃으면서도 입 안을 깨물어야 했다. 그래야 정신이 멀쩡하게 붙잡혀 있을 것 같아서.
"계속 동물처럼 굴면 어떡해, 반은 인간이잖아. 이름이는 이성적인쪽을 좀 더 좋아하는 거 너도 알면서."
재민의 말에 동혁의 눈이 번뜩였다. 재민은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음산함을 애써 치워내며 자리를 피할 틈을 노렸다. 이 정도 쳤으니까 이제 빠지면 딱 좋은데...
"성이름 이용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양심이 있으면 적당히 해. 네가 성이름이한테 오점밖에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그렇게 따지면 걔한테 도움 되는 사람 몇이나 되겠어."
말을 마친 재민이 동혁을 지나쳐 걸어갔다. 더는 서 있을만한 체력도 없고, 기분도 그렇질 못 해서. 재민은 괜시리 울고 싶어졌다. 살면서 이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아예 웃는 얼굴도 지우고 심각한 얼굴로 걷는 재민은 흐린 하늘에 비만 안 왔으면 하고 바랐다. 그렇게까지 불쌍해지고 싶은 건 아니다.
마크는 상황이 끝나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있다가 집으로 향했다. 도움이라.
좋아하는 마음도 결국 도움이 돼야 납득이 간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는데. 어쩐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이름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생각나는 게... 어쨌든 본인은 아니었으니까.
몇 년 전 이 도시에 입주했을 때 이름이는 한없이 우울했고, 지금처럼 남을 바라봐주는 것은 할 줄도 몰랐다.
마크는 종종 처음 이름이에게 말을 건넨 날이 떠오르곤 했는데 그 때의 이름이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무리 답답해도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뭐든 그 때와 비교하자면 이름이 점점 행복해지고 있다는 것 같아서.
[누나 밥 먹었어요?]
그래서 더 바라보고, 곁에서 챙겨주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름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름이는 젖은 머리를 말리다 제 핸드폰에 뜬 알림에 한참을 가만히 앉아 고민했다.
[너 오늘 재민이 만났어?]
-쟈니-
이걸 어떻게 알았지. 이름이 재민과 손 잡고 집까지 걷던 걸 누가 보고 이르기라도 했나. 이름이의 기억에는 그럴만한 얼굴이 없다. 나름 골목길로 걸어온 것 같은데 누가 보고... 아, 설마.
"여보세요..."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보니까 안 들어도 답 나오는데."
"미안해... 쟈니가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서..."
"쟈니가 먼저 물어봤어?"
"어? 응, 재민이랑 지나가는 거 봤냐고 물어보던데."
길에 달린 cctv라도 봤나. 이름이는 새삼 경찰을 친구로 둔 게 불편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게 쟈니 잘못은 아니지만 그걸 태일한테까지 물어볼 건 또 뭐람...
"혹시 쟈니가 뭐라고 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혹시나 해서 전화했어."
"다음부턴 그냥 입 닫고 있을게..."
"됐어, 서점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연거푸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태일에 이름이는 결국 웃음이 담긴 목소리를 꺼냈다. 경찰이 와서 물어보는데 그 겁쟁이가 뭐라고 할 거야. 애초에 태일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망친 서프라이즈 파티만 몇 개인지.
어쨌든 쟈니가 다 알고 연락한 거라는 사실에 이름이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뭐지, 혹시 나재민 수배중인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는데. 아니지, 이건 내가 모르는 일이니까... 이름이의 머리에 나재민과 수배라는 말이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상황 좋게 전화가 걸려왔다.
"답장 하려고 했어."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문자 때문에 전화한 거잖아."
"예리하네. 그래서 답은?"
"일단 이유부터 좀 듣자. 어떻게 알았어?"
이름이의 말에 쟈니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알았는지가 더 중요한 걸 보면 앞으로 재민을 마주치거나 할 땐 절대적으로 걸리지 않게 노력할 이름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역시 고양이과치곤 거짓말도 못 하고, 눈치도 부족해.
"순찰 돌고 온 동료가 말해줬어."
"근데 그게 태일한테 확인 사살까지 할 일이야?"
아, 눈치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런 면에서는 아니었나보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일이라면 쟈니가 굳이 태일한테까지 물어보진 않았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아는 걸 보니. 쟈니는 어떻게 포장해서 말을 해야할지 머릿 속으로 단어를 바꾸고, 또 바꾸고 했다. 어쨌든 재민도 이름이의 친구 쯤 되는 것 같아서.
"걱정 돼서 그러지. 이름이 너도 알잖아, 재민이는 어쨌든..."
"알아. 경찰 되고 싶다고 대학까지 다니는 애가 사기꾼이랑 놀면 어떡해, 하고 잔소리 하려는 거잖아."
"꼭 그래서가 아니라,"
"그게 아니면 내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갈까봐?"
이름이는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도 요즘엔 나름 페이스조절 잘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쟈니 때문에 온통 엉망이 되어버렸다. 물론 쟈니가 한 거라곤 걱정밖에 없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기억이 담겨져 있다는 걸 이름이 모를리가 없었다. 괜찮다는데 왜 계속 기억나게 해. 왜 사람을 못 믿어서 안달이야.
"성이름."
"지금 별로 대화할 기분 아니야. 뭐든 내가 알아서 해, 신경 꺼."
미련 없이 끊어진 전화에 쟈니는 긴 한숨을 쉬었다. 접근이 틀렸다. 몇 번 이래놓고 결국엔 또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같은 이유의 실수라니. 이제는 이름이 아니라 고의라고 생각해도 쟈니는 할 말이 없었다
아마도 이름이에게는 3일 정도 후에 연락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전에는 아무리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둘에게 아주 긴 3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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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보호구역 지정.]
[잇따른 수인매매... 처벌 강화.]
[국가 차원의 보호 실시할 것.]
수인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모든 곳은 사실상 보호구역에 가까웠다. 인간의 접근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그런 곳.
이름이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보호구역이 아닌 평범한 곳에 거주했었다. 제가 수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며 주변엔 온통 그냥 인간 뿐인 그런 곳에서.
그래서 외로웠다. 어쨌든 이름 본인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었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래 다수의 사회에서 소수는 차별당하기 마련이었다.
지금의 도시에 먼저 살고 있던 쟈니가 입주를 권했을 때 거절한 건 이름이었다. 일종의 고집 같은 거였다.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굳이 보호구역에 제 발로 들어갈 필요 없다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름이의 인생에 처음으로 나타난 좋은 존재는 쟈니가 아니었다.
자기도 수인이라며 웃는 얼굴로 다가왔던 이제는 얼굴도 지워버린 그 남자가 이름이의 기억 속 최초의 좋은 존재였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 때 이름이는 외로웠고, 가족하나 없는 곳에서 혼자 공부하고 먹고 자고 했었는데. 운명처럼 나타난 남자는 다정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랬구나, 하는 말을 들으면 불안감 정도는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이름이에게 친절하고, 매사에 사려깊었으며 지금보다 어렸던 이름이에게 어른의 마음 같은 것을 꿈꾸게 했었다.
그 날도 여전했다. 이름이는 하루종일 지쳤었고, 한시라도 빨리 그가 보고 싶었으며 늘 그랬던 것처럼 만났는데 평소와 다르게 이름이는 모르는 곳에서 두 사람은 만났고 남자는 이름이에게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했었다.
"넌 진짜 괜찮은 수인이야."
"답지 않게 무슨 칭찬이야."
"그냥 고마워서."
"뭐가?"
이름이의 질문에 남자는 웃었는데. 그 웃는 입은 지금도 아주 피곤한 날 악몽이 되어 기억에 찾아들었다. 더불어 그 말도.
"네가 하자가 없어서, 내가 널 비싸게 팔 수 있었거든."
그 말에 이름이는 글쎄, 아무 말도 못했었다. 머릿 속엔 온통 '수인 매매'가 성행한다며 날아온 우편물과 쟈니의 걱정들만 돌아다녀서. 아니 그것보다 앞에서 웃고 있는 얼굴이 제게 다정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왜 그런 얼굴을 해? 내가 정말 너랑 같은 수인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너,"
"잘 생각해 봐, 세상에 너 같은 수인을 그렇게 사랑할 사람이 어디있겠어. 인간도 아니고 짐승새끼도 아니라는데 솔직히 역겨운 건 사실이잖아."
벌벌 떨리는 손이 낯설어 이름이는 손을 내려 테이블 아래 제 다리에 올려놓았다. 차분해져야 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을 기억하고 싶었다. 다시는,
"그래도 다행이지. 애완용이라도 돼서. 너 정도면 보기 괜찮아서라도 돈 많은 사람한테 가는 거야.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걸?"
다시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다음 상황의 첫 기억은 남자의 목을 붙잡아 던진 누군가와 이름이 손을 붙잡고 도망치듯 달리는 거였고, 그렇게 달린 이름이의 마지막 기억은 쟈니를 붙잡고 엉엉 우는 자신이었다.
쟈니는 이름이에게 있어 구원자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름을 위해 다정을 키워줬으니까. 동영이 왜 그렇게 쟈니에게만 쩔쩔매냐는 질문을 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건 어떤 관계로 이야기를 해도 결국 설명이 되지 않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걸 사랑이라고 하기엔 이름이는 확신이 없었다.
쟈니는 그저 이름이 어둠에 있으면 찾아와 불을 켜 주던 유일한 존재였으니.
[미안해. 괜찮아지면 그 때 연락해줘.]
-쟈니-
그래서 이렇게 그 날의 일로 다투고 나면 이름이는 자신이 싫었다. 여전히 이렇게 어리기만 한 것 같은 본인이 그 때나 지금이나 어른의 마음 같은 것은 꿈으로만 꾸고 있다는 게 티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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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1. 도녁이 말에 상처받은 재민이
2. 재민이 말에 상처받은 도녁이
3. 쟈니한테 목 잡혀 던져진 샹노무새기...
4. 야근한 작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불금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화는 뭔가... 너무 진지한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가 쓰는데 우울했습니다.
쟈니가 여주에게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기 위해선 꼭!필요한 부분이라 어쩔 수 없었고요...?
글이 우울해서 그런가... 녹차티백 물에 참방참방 하는 태일이 좀 봤으면 좋겠어여... (핑계)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 가능한지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당연히 됩니다! 어디든 남겨만 주시면 제가 잘 저장해둘게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마크가 여주를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어렴풋이 눈치 채셨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