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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은 상냥했다.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차별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듯이 모든 이들에게 친절히 대했다. 알파 애들은 혼자서만 고상하고 고고한 듯 구는 정재현을 아니꼽게 봤으나, 정작 우성 알파 앞에선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위치를 무척이나 자존심 상해했다. 그와 반대로 학교의 오메가들은 정재현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구애를 펼쳤다. 그들은, 정재현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 여겼다. 그의 눈에만 들면 더 이상 다른 알파들에게서 천한 대접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아랫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구역질 나는 눈을 피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게 분명했다. 그러나 정재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뿐이었다. 상냥하긴 했으나 그 이상의 관심은 주지 않는. 오메가들은 그런 정재현에게 한 마디라도 더 붙여보려 그의 주위를 맴돌았으며, 일부러 약을 먹지 않고 와서는 보란듯이 페로몬을 내뿜고는 했다. 그러면 정재현은 웃는 낯으로 내가 꽃 향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하고 입을 열었다. 좀 떨어지라는 의미였다. 그 말을 들은 오메가 여자애는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대놓고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던 그 애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다른 알파들에게 질질 끌려갔다. 자신을 도와줄거라고 생각했던 정재현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도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여자애는 그제서야 절망했다. 정재현에게 구원을 바라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단 한 번도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복통과 두통. 어떤 날은 온종일 머리가 울려댔으며, 또 하루는 배가 찢어지도록 아팠다. 그럼에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오메가의 신분을 벗을 수 있다는 것.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삶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비하면 정말 별 거 아닌 부작용이었다. 나는 읽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괜찮다 싶더니 배가 조금씩 조여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진다. 학교를 마치고 바로 집에 가기 위해선 음악실 청소를 끝내야만 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음악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향이 코를 찔렀다. 십여년간 꾸준히 먹어왔던 약을 뚫을 정도의 페로몬을 가진 사람은 우리 학교엔 한 명뿐이었다. 나는 뒤를 돌았다. 정재현과 대면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건 불편했다. 어쩌다 종종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항상 웃는 그 얼굴이 마치 뭘 그렇게 숨겨. 하고 묻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다 종례가 끝나자마자 아무도 없는 음악실로 향했다. 보건실엔 갈 수가 없었다. 아무 약이나 먹었다가 억제제의 효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음악실 바닥에 엎드려 배를 움켜잡고 숨을 헉헉 댔다. 이렇게 있다간 더 심해질 텐데.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저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냥 약을 받아올 걸. 뒤늦은 후회였다. 계속해서 배어나오는 식은땀 때문인지 몸이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심해지는 통증에 점점 눈 앞이 흐려졌다. 조용하던 복도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점점 가까워지던 발소리가 음악실 앞에서 뚝 멈춰섰다. 뒤이어 음악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후각이 먼저 반응했다. 힘겹게 고개를 들자 정재현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쟤가 여길 왜?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으나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다시 주저앉았다.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 위로 정재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NCT] 알파의 법칙 | 인스티즈


"아파 보여서 따라왔는데,"
"……."
"오길 잘한 것 같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재현이랑은 이제껏 단 한마디도 섞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아파 보여서 따라왔다고? 내가 아는 정재현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한테든 선을 긋지 않고 잘 대해줬지만 항상 그게 다였고 불필요한 관심은 절대 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왜 굳이 여기까지 따라온거지?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재현이 숨을 몰아쉬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입을 뗐다. 약 안 먹었어? 보건실에 안 가서 못 먹, 그거 말고. 그럼 뭐? 내가 다시 정재현을 올려다봤다.



"…무슨 말이야?"
"아닌가?"
"뭐를…"
"억제제를 놓고 온 건가 생각했어."



숨이 턱 막혔다. 내… 내가 그걸 왜… 하고 정신없이 입을 여는데, 정재현이 등을 돌려 문 옆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가방으로 향했다. 내가 음악실로 들어와서는 바로 내려놓은 가방이었다. 그러곤 손을 넣어 그 안을 휘젓더니 조그만 통 하나를 꺼냈다. 억제제 상표가 붙어있는 약 통이었다. 정재현은 그걸 내 눈앞에 내밀었다. 열 때문에 온 몸이 무거워 채갈 힘도 없었다. 나는 체념해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십년 동안 참아가면서 버틴 결과가 고작 이거구나. 억울했다. 정말 억울했다. 눈물이 감긴 눈을 비집고 줄줄 흘렀다. 내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언제부터…….



[NCT] 알파의 법칙 | 인스티즈


"처음부터 쭉."
"난 약을 안 먹은 적이 없는데…"
"났어."
"……."
"항상."



그렇구나. 나는 왜 진작에 그런 생각을 못 했지? 나한테도 정재현의 페로몬이 느껴지는 만큼 정재현도 그럴 거라는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정재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서워? 내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고 들어와서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제 내일이면 내가 오메가였다는 사실이 다 밝혀질 거고 난 다른 애들처럼 알파들한테 끌려가서… 그리고 또…. 끊임없이 추락하는 생각을 막은 건 이어지는 정재현의 말이었다. 집에 갈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약 가져올게. 먹고 가. 나 약 못 먹어. 그런 내 말에 정재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억제제 효과가 풀릴까봐."
"데려다줄테니까 먹어."



이번엔 내가 물었다. 왜? 조금씩 흐르던 눈물은 마른 지 오래였다. 난 알파도 베타도 아닌 오메간데. 왜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 대화하는 거라 더 살갑게 구는 건가 싶었다. 그게 아니면 말이 되지 않았다. 정재현은 오메가 애들이 알파들에게 끌려가서 무슨 짓을 당하는지 뻔히 알고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게 자신 때문이란 걸 모를리가 없었을 텐데도. 배가 다시 조여왔지만 더는 정재현과 엮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차하면 학교를 자퇴하거나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학을 갈 생각이었다. 괜찮아, 나  나 그냥 혼자 가 볼게. 하고 일어서려는 나를 정재현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가만히 좀 있어.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언뜻 본 정재현의  표정이 무서워서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더 이상 말에 토를 달지 않자 정재현은 그런 나를 빤히 보더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곤 음악실을 나섰다. 보건실에 가려는 모양이었다. 보건실이 아직 열려 있을까 생각하며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뱉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정재현이 친절하게 구는 것도, 오메가라는 걸 들켜버린 것도, 갑작스러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가 굳어 잘 돌아가질 않았다. 배를 부여잡고 천천히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정재현이 돌아오기 전에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보건실은 1층에 있으니 돌아 내려가면 충분히 가능했다. 음악실 문을 닫고 서둘러 발을 움직였다. 내일이면 정말 모든 게 끝날까? 심장이 쿵쿵 뛰었다.







멍하니 눈을 떴다. 날이 환했다. 학교에 나가지 않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핸드폰 전원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꽤 많이 밀려 있었다. 전부 담임 선생님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 옷걸이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 어차피 한 번쯤은 학교에 가야 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 더미를 챙겨 가방에 쑤셔 넣곤 집을 나섰다. 저 멀리 위치한 할머니 댁으로 내려가서 이번엔 정말 들키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베타인 척 하며 살아갈 생각이었다. 별 볼일 없는 시골에 우성 알파가 있을 리 만무하니 정말이지 완벽한 계획이었다.




반은 평소랑 다름없이 시끄럽고 활기찼다. 내가 일주일 만에 등교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 알파 애들 또한 없었다. 정재현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건가? 왜? 그렇지만 이젠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다. 가방 속에 그대로 넣어져 있을 서류 뭉치를 떠올렸다. 오늘이면 이 학교도, 지긋지긋한 우성 알파 같은 것도 이제 다 끝이었다. 약을 먹고도 향이 맡아져 불쾌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알파 오메가 할 것 없이 무리를 이끌고 교실 안으로 들어온 정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정재현은 들어와서 자리로 가는 내내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도 가만히 시선을 맞받아치다 먼저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계속 보고 있다간 그날 왜 도망쳤냐며 물어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재현아, 오늘 끝나고 시간 돼?"



이번엔 오메가가 아닌 알파 여자애였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바라봤다. 자신은 천박한 오메가 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듯 자신에 차 있는 눈빛이었다. 절대 거절 당할 일이 없다는 듯한 그런. 정재현과 한 번 더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건 정재현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정재현이 느리게 입을 뗐다. 미안. 오늘은 할 일이 좀 있어서. 눈은 웃었지만 입은 웃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똑같은 결과였다.






점심시간이 되고 교실이 텅 빌 때까지 기다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금세 복도가 조용해졌다. 4교시 내내 가방 안에 들어있던 종이 뭉치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일주일 동안 말 없이 결석하다가 와서 한다는 말이 전학을 가겠단 거라니. 담임 선생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뻔했다. 그래도 전학은 꼭 가야만 했다. 심호흡을 하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빠르면 모레, 혹은 그 다음날이면 처리될 일이었다. 그 날까지 학교를 나와야 하나 고민하며 교무실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NCT] 알파의 법칙 | 인스티즈


"오늘까지 안 오면,"
"…."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문을 잡고 있던 손이 붙잡혔다. , 먹으러 안 갔어?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한 정재현의 시선이 손에 들린 서류 더미에 닿았다. 내가 급히 손을 뒤로 감췄다. 지극히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정재현이 헛웃음을 지으며 팔을 뻗어 종이를 낚아챘다. 이게 뭔데 숨겨? 서류를 찬찬히 뜯어보던 정재현은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한 번 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NCT] 알파의 법칙 | 인스티즈


"전학 가게?"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여기 적혀 있는데."



내가 다시 종이를 가져오려 팔을 들었지만 닿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생각한 게 고작 이거야? 정재현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긴 했으나 화가 나 보였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평소에 봐오던 모습과 너무 달라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이런 분위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날도 이렇지는 않았었다. 조금씩 떨려오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뗐다. 



"나한테 왜… 정말 대체 왜 그래?"



나는 그냥 오메가고… 학교에 오메가 애들은 널렸는데다가 난 널 귀찮게 한 적도, 달라붙은 적도 없는데 왜 나한테…. 정재현이 한참 있다 입을 열었다. 그게 궁금했어?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정재현의 손에 쥐어진 서류를 뺏어들고선 곧바로 교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너무 세게 닫아서인지 인상을 찌푸리고 바라보시는 선생님께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발걸음을 옮겼다. 정재현은 교무실 안까지 들어오려고 하진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교가 마치자 마자 교실을 뛰어나간 덕분에 또 다시 정재현과 마주치게 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정재현도 그런 나를 구태여 뒤따라와 잡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날은 와야 하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문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갔다가 정재현과 다시 말이라도 섞게 되면 이젠 정말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정확히 뭐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달리는 기차 한 구석에 몸을 실고 우두커니 창 밖을 바라봤다. 풍경들이 순식간에 내 눈을 스쳐 지나갔다. 애초에 들키는 순간 끝인 삶이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알았기에 친구도, 가까운 사람도 만들지 않았으니 구질구질한 미련 따윈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버틴 게 더 대단한 걸지도 몰랐다. 기차는 한참을 달려도 도착하지 않았다. 이번엔 친구를 사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괜스레 피어올랐다. 처음부터 내려가 살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몸을 뒤척였다. 장시간 좁은 곳에 앉아있는 건 힘들구나. 하지만 새롭게 시작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마을은 기차역에서도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 몇 번 오지도 않는다던 버스를 기다렸다. 시골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뭔가 조금 더 상쾌하고, 시원하고 또 새로운 느낌.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이런 건가봐.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오랜만에 뵙는 할머니께 안부 인사를 드리곤 짐을 풀었다. 아예 거처를 옮긴 것치곤 협소한 짐이었다. 옷 몇 벌과 교복 그리고 생필품, 교과서 등등…. 얼마 지나지 않아 정리가 끝났다. 피곤하다. 방 한구석에 위치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언뜻 방 너머에서 배고플텐데 밥부터 먹고 하라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핸드폰이 방바닥에 놓여 진동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내 옷차림을 살폈다. 어제 입고 온 그대로였다. 누워서 바로 잠들었나보네…. 기지개를 펴곤 책상 위에 올려둔 충전기를 찾아 손을 더듬었다. 밤새 방치해둔 탓인지 배터리가 꽤 닳아있었다. 폰을 충전기에 연결시킨 후,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들뜬 마음에 행동이 조금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교복을 차려입고 아침밥을 먹으며 마을 지리와 학교 정보를 할머니께 간단하게 전해 들었다. 학교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나가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라며 등을 떠밀리다시피 나온 집 밖 공기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 쌀쌀한 감이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비릿한 흙과 풀 냄새 이외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이었다. 정재현과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덕분에 나 혼자 찔려 정재현을 피해다니는 일도 많았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라도 하길 다행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포장도 안 된 흙길을 걷다 보니 저 앞에 학교 간판 비스무리한 게 보였다. 발걸음이 좀 더 빨라졌다. 바로 교무실로 가면 되려나? 일찍 왔는데 선생님이 계시려나? 하며 교문을 통과했다.

학교는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전교생이 50명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크기였다. 그래도 왠만한 건 다 있었다.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건물 한 켠엔 도서실까지 위치했다. 난 작을수록 더 좋다고 생각했다. 딱 봐도 우성 알파가 있을만한 곳은 아니었다. 콧대 높은 우성 알파들이 몸을 맡기기엔 여긴 너무나도 후미진 산골짜기 속 시골이었다. 교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담임 선생님께선 네가 오늘 전학 온다던 그 애니? 하고 물으시고는 간단한 면담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러지도 않았나보다. 나를 데리고 앞장 서 가시는 선생님 뒤에서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그래봤자 2층이 끝인 학교였다. 복도 창문 너머로 좁디 좁은 운동장과 학교를 빽빽히 둘러싼 나무가 보였다. 부르면 들어오라는 말을 남기신 선생님께서는 먼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셨다. 금방 열렸다 닫힌 교실 안에서 어렴풋이 달콤한 냄새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아주 희미한 향이었다. 누가 과일이라도 싸와서 먹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시골이니까. 그게 편협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여주는 들어오고. 하는 소리에 천천히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예민한 후각을 따라 옮겨갔다.



[NCT] 알파의 법칙 | 인스티즈



시선이 엉키자마자 눈이 휘어지도록 웃은 남자애의 얼굴을 본 순간 난, 절망했다.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운명의 연장선이었다.









-

다음편이 언제가 될 지 몰라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도영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공기 좋은 시골로 요양 온 우성 알파랍니당. 느껴지는 페로몬은 분명 옅지만 그게 우성 알파의 것이라는 건 여주도 바로 알아차려요. 아 과일 향이 아니구나 하고. 글구 지난 글에 암호닉 물어보시는 분이 계셔서 말씀해드려요! 암호닉은 받는 걸로 하겠습니당. 그치만 글에 적어두진 않을테니 그 점 유의해서 신청해주세요 (∩ᵒ̴̶̷̤⌔ᵒ̴̶̷̤∩)

+) ㅜㅜㅜㅜㅜㅜㅜㅜㅜ재업로드 합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머지들도 복구되는대로 올릴게요ㅜㅜㅜㅜ흑흑 수정하기 전이라 조금 어색한 문장들이 있을 수 있지만 불편해도 이해해주세요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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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162
자까님! 저 이 글 엄청 재밌게 읽었었는데ㅜㅜ 다시 읽으니까 너무 조아요... 대박적..ㅠㅠ 근데 다시 읽으니까 또ㅠㅠ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다시 기다려지네여ㅠㅠ 끄앙ㅠㅠ 암호닉 신청했었는지 안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마뉴ㅠㅠ [토끼또잉이]로 조심스레 다시 신청해봅니댜!ㅠㅠ 글에 따로 기재하지 않으시는 거 확인했구용! 뭔가 자까님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신청해봅니댱.. 헿ㅎㅎㅎ
5년 전
앵두네 찻집
안녕하세요ㅎㅎ 재밌게 읽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제 글은 대부분이 단편이지만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한두편 정도 더 나올 예정이랍니당💕💕 긴 댓글, 암호닉 신청 너무나 감사해요 ( ´͈ ᵕ `͈ )◞♡
5년 전
독자1
체리입니다 ㅠㅠㅠㅠ 속상하시겠어요 진짜 ㅜㅜㅠㅠ 저희야 괜찮다지만 작가님은 ㅜㅜㅠㅜ 열심히 쓰셨을텐데 ㅠㅠㅠ
5년 전
앵두네 찻집
안녕하세요 체리님ㅜㅜㅜㅜㅜ 그래도 전 다른 곳에 백업해두고 쓰는 편이라 조금 나았어요ㅜㅜㅜ흐윽ㅜㅜㅜㅜ 걱정해주셔서 정말정말 너무나 감사합니당 TAT
5년 전
비회원219.17
헉쓰 또 읽어도 재밌네요ㅠㅠ! 작가님 수고가 많으세용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화이팅!!
5년 전
앵두네 찻집
감사해요ㅜㅜ 나머지 글들도 힘내서 빨리 들고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당 TAT
5년 전
비회원67.139
헉... 이런 분위기 글 너무 좋아요ㅠㅠ 저는 처음 본건데 왜 이제야 본건지ㅠㅠ 지금이라도 봐서 정말 다행인거같아요! 얼른 다음 편 나오길 기대됩니당!! 암호닉[봄2]로 신청할게요!!
5년 전
독자2
유ㅏ우 ,,, 작가님 와우 ,,,,,,,, 글 넘 제 취향저격 탕탕 아입니까 ㅠㅠ ? 땃싀 ,,,
5년 전
비회원69.126
자까님 글 날아가셨군요ㅜㅜㅜ 힝 넘나 안타깝지만 희소식은 외전이 나올 수도 읶다닝ㅎㅅㅎ 감히 기대하겠슨당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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