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단 하루 24시간 동안 모든 범죄가 정당화 된다.
3.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천천히 걸어오는 루한의 모습에 여동생은 계속해서 벌벌 떨 뿐이다. 언제 누가 민석을 어떻게 할지모르는 상황에 아무리 동창이어도 쉽게 믿지는 못할 터, 민석이 나즈막히 루한을 부른다. 루한. 하는 소리에 루한은 머리를 살짝 털어 앞머리를 옆으로 넘긴다. 시원하게 들어난 눈 주변이 빨갛다. 여동생의 손목을 더욱 더 세게 잡았다.
“나가.”
실망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난 루한의 어깨가 알게모르게 축 쳐져있다. 민석의 혀끝부터 쥐가 난다. 두렵다. 루한이 어떻게 자신을 헤칠지 모르는데 이렇게 무방비 한 상태에서 칼자루 하나 안 들고 모진말을 해 버린다니. 루한은 충분히 저를 힘으로 제압할수 있는데 말이다. 루한의 한 쪽 눈썹이 말려 올라간다. 아까보다 더 루한이 민석에게 다가간다. 발 걸음 한 걸음씩 민석의 동공은 더욱 더 흔들렸다. 루한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민석을 쳐다본다.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지금 상황과 전혀 매치되지 않게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어느새 민석의 코 앞까지 온 루한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민석은 노려보듯이 루한을 쳐다봤다. 지금은, 너와 나 루한과 민석. 둘만 있는 상황있었다. 민석의 여동생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때 즈음 루한의 손이 민석의 뺨에 닿았다.
“같이 나가.”
민석이 매몰차게 루한의 손을 쳐냈다. 표정이 일그러질줄 알았는데 의외로 화사한 표정이어서 민석은 흠칫 놀랐다. 침을 한번 삼킨 민석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루한의 숨소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행여나 불안전하게 엇박자로 숨을 쉰다면 그건 아마 화가 난 상태일터, 루한이 피식 입꼬리를 당겨 웃는다. 한 손으로 제 앞머리를 쓸어 넘기던 루한은 후, 하고 숨을 길게 내뱉었다. 민석은 한치의 긴장도 놓지 않았다.
“여기 있으면 더 위험하는거 몰라?”
“…….”
“그리고 지금도.”
루한의 손이 순식간에 민석의 손목을 낚아챘다. 루한이 민석의 손목을 잡고 이끌 동안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있던 민석와 여동생의 손은 미끄러지듯 놓아졌다. 민석의 집 문이 뜯어지듯 열리자 민석의 여동생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 갈때 여자애 혼자는 위험하다며 가끔 민석의 여동생을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 주신 아저씨였다. 처음에는 남자라서 무조건 경계를 했는데 몇 달 마주보다 보니 성격도 착하시고 시원하셔서 민석이 쉽게 마음을 연 이웃이었다. 민석의 옆옆집인 그 아저씨. 아침마다 상냥한 미소로 여동생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던 그 아저씨. 가끔은 음식도 나누어 주던 그 아저씨.
“엥? 뭐야. 이미 손님이 와있었네”
입술을 씰룩 거리며 말을 하던 아저씨는 민석과 루한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여동생을 힐끔 쳐다보았다. 민석을 향해 누런 이를 내보이며 웃던 아저씨는 심지어 소리를 내가며 껄껄 웃었다. 여동생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민석의 눈에 삽시간에 눈물이 차 고여 들어갔다.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울긋한 근육 위 자리잡고 있었던건 빨간 망치였다. 민석의 여동생의 머리채가 우악스럽게 아저씨의 손에 잡히자 민석은 루한의 손을 뿌리치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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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라서 친구 노트북을 빌려 짧게 씁니다 ㅠㅠㅠ 응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