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알고리즘 1/5
여자 다리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 짓 따위를 즐기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가 웃통을 까면 몰래 시선을 옮겨 쳐다보는 것을 즐겼다. 수련회 때, 남자아이들과 같이 방을 쓰라고 하면 그것 마저도 조마조마 했으며, 같이 씻자고 하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여자와 교류를 하거나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 학교 일정 같은 것을 물어보는 것이 끝이었고 더 말할 일말의 느낌 조차 없었다. 그것이 익숙했고 남자아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 행위 따위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농구를 할때나 신나게 뛰어놀때, 약간씩 살이 맞닿는 그 짜릿한 느낌을 즐겼고 그것이 좋았다. 이쯤 말하면 익숙하게 어떤 취향인지 느낌이 올 것 같아 설명은 이 쯤 하겠다.
처음 친해진 것은 생각보다 이상한 우연따위 에서 부터 시작했다.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제멋 만큼 없어 성규는 똑 떨어지는 블럭 마냥 떨어져서 학교에 입학했다. 절실히 공부한 댓가가 나오고 있긴 했지만 사람에게 적응을 못 하고 애초에 남자와 친해지기는 어려운 성격이기에, 호탕하고 잘 웃고 사내다운 성격이 아직은 확립 되지 않아서 인지는 자신도 잘 파악하지는 못했다. 여튼, 그런 성격이 머물고 있기에 이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처음 과에 들어가서 수업을 들었을때는 신입생의 패기라 치고 하루 일정을 빡빡하게 짰다. 수업을 다 들은 후 지쳐 돌아가던 즈음, 익숙한 얼굴이 대학 캠퍼스 앞에 보였다. …너 남우현 아냐? 하는 말에 우현이라는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고 2시절, 다른반이 된 단짝 호원이 제일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고 했는데. 그때 몇번 만나 게임을 하고는 고 3 부터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아이였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너 여기 다녀? 하는 말에 우현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대답이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의외의 눈빛으로 성규는 우현을 쳐다보았다. 저번에 만났을 땐 게임만 주구 장창 하더니, 어떻게 이런 곳에 온거지? 아직 친분도 없어 이런 말을 쉽사리 건네기 힘든 성규가 말 끝을 얼버무리며 물었다. 너… 무, 무슨 과… 소심하게 더듬는 질문에 우현은 너랑 같은 과잖아!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어? 본 적이 없는데, 여전히 개미만치 조그마한 말 소리로 대답하는 성규가 진땀을 뻘뻘 흘렸다. 언제 본거지…? 그렇다고 평소에 국어 국문학과에 입학하기에는 너무 책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책에 관심이 많아 항상 도서관을 들락날락 하던 성규와는 클래스가 달랐다.
그리고 이후 부터, 마침 친하게 지낼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저와 같이 다니기를 희망하는 우현 덕에 성규는 그나마 캠퍼스 생활이 나아졌다. 점심에 혼자 도시락을 먹는 시간에 옆에서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생겼고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놓은 탓에 교과서가 많아 쩔쩔매면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으니, 훨씬 좋았다. 그리고 대학 생활 5개월 만에 성규는, 남자와 입을 부비기를 희망하는 특이한 취향의 인생에 첫 애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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