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보다가 그렇게 잠들었다. 잠을 자다 갑자기 생각난 알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시간을 보니 충분했다. 세수를 하며 머리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늘 트레이닝 복 바지에 맨투맨이나 후드를 즐겨 입었지만, 윤두준 씨에게 좀 잘 보이고 싶어서 오랜만에 면바지와 가디건을 입기로 했다. 앞타임 누나와 교대를 하고 이런저런 정리도 하고 윤두준 씨는 언제오시나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을 굶어 배가 고파 폐기된 삼각김밥으로 달랬다. 종소리가 울리며 윤두준 씨가 들어왔다. "여어-" "..저...저요?" 나에게 원래 별로 관심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멋쩍은 웃음과 함께 날 부른다. 터벅터벅- 카운터로 걸어오는 윤두준 씨. "음.. 저기. 그러니까 그쪽이 나 데려다줬어요?" "..아 네..." "어쩐지. 아 근데 제가 뭐 실수한거... 없죠?" "네? 네.. 없으세요." "근데 왜 얼굴이 빨게... 아 내가 실수했네. 그쵸?" "아니!... 아니요." 아. 표정관리란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윤두준 씨가 실수한게 아니라 내가 한건데 왜 얼굴이 말을 안들어서 윤두준 씨가 오해를 하는건지. 윤두준 씨는 안되겠다며 결심한 표정을 잠깐 짓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나에게 척- 내민다. "에..?" 바보같이. 에가 뭐야. 에가. "음.. 휴대폰 번호! 고마우니까 밥 한번 쏠게요. 나 업고 우리집 계단 오르는거 힘들었을 텐데."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물론 괜찮지 않았다. 덥석 받으면 쉬워보일까봐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아이. 그래도- 내가 부담없는걸로 쏠게요. 어서-" 살짝 다그치는 듯한 톤의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받았다. 010... 내 번호를 한 자 한 자 치는 동안 심장이 쿵쿵댔다.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드렸다. 윤두준 씨는 틱틱 뭐라고 손가락을 놀리더니 저장하고는 씩 웃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담배를 달라며 말을 했고 나는 주었다. 이전까지의 그저 손님인 윤두준 씨와 알바생이었던 나의 관계가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너무 멀기만 했던 사이가 드디어 한걸음 좁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계속 핸드폰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물론 아침이니까, 오전이니까 직장일에 바쁠거라 생각도 해 봤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차라리 내게 알려줬다면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문자를 바로 날렸을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그래도 좋았다. 점심 쯤이었나, 학교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휴대폰으로 이것 저것을 누르던 차 카톡 알람이 울렸다. 윤두준 씨로부터 온 것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없었으며, 카톡 말투나 실제 말투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냥 그대로, 윤두준 씨 였다. 짧게 끝낸 대화였지만 수만번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답을 썼다. 역시나 너무 매너가 좋으니까 내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한잠 자다가 깨어 휴대폰을 집었는데 마침 카카오톡 알람이 울렸다.
이게 그냥 호의인지, 아님 나한테 뭔가 있는건지. 나로써는 무척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묻고싶지만, 가슴 속에 넣어두기로 한다. ---_ 여러분이 원하시는 두준&요섭이가 드뎌 제대로 대면을 합니다! 물론 다음다음다음화쯤에? 주말이 되어야 하니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