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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향 전체글ll조회 2054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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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에 몸이 축 쳐지는것 같았다. 옆자리를 슬쩍보니 두준은 졸리지도 않은지 선생님의 말씀을 책에 열심히 받아적고 있었다.

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보니 깔끔한 필기에 아주 약-간 놀랐다. 정말 아주 약-간.





"요섭아."


"어..어?"



내쪽은 보지도 않는 두준이 참 둔한 아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고있던 순간이었다. 

타이밍도 좋게 갑자기 들려오는 두준의 목소리에 또 말을 더듬으니 푸스스 웃어보이며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 보았다.





"아무리 내가 보고싶어도 그렇게 쳐다보면 곤란해."


"...보..보고싶어서 본거 아니야!!!"


"..."



"...진짠데"


"큭.농담인데 왜그렇게 화를내?"





괜히 찔려 큰소리를 내니 얄밉게 웃는 두준에 이씨..하고 두준을 흘겼다. 

"나는 이씨 아니고 윤씨인데?" 두준의 시덥지 않은 소리에 소름이 돋기도 잠시 선생님께서는 "양요섭, 108쪽 읽어봐." 라고 날 지목하셨다. 이런..

대충 108쪽을 찾아보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 한편이 있었다. 큼큼- 아까 소리를 지르느라 살짝 갈라진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시를 읊었다.







낮은 곳에 살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것은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


.




조용했다. 내가 지금 혼자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조용했다. 

괜히 주위를 둘러보며 뻘쭘하게 자리에 앉으니 선생님께서는 "요섭이 목소리가 참예쁘네." 라고 만족한듯 말씀을 하시고 수업을 진행하셨다. 

공부에는 영 흥미가 없었지만 막상 시를 읽고나니 어떤 내용의 시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다니..오늘 집에가서 고기반찬 해달라고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르게 되어있어. 네가 그리고 네사랑을 물에 비유하였을때 나는 기꺼이 낮은곳에서 너의 사랑을 모두 받고싶다

라는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시야. 너의 사랑을 갈구하는 나의 모습이 약간은 극단적으로 표현된거지. 죽어도 좋겠다고."



선생님께서는 필이 받으셨는지 분필로 칠판을 탕탕 치면서 수업을 이어나가셨다. 시 한구절에 저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도있구나... 새삼 시인분들의 능력에 감탄하였다.

근데 아까 열심히 필기하는 소리가 들려오던 옆자리가 조용했다. 뭐지, 자는건가..? 

고개를 슬쩍돌려 두준을 바라보니 뭐가그렇게 심각한지 인상을 잔뜩쓰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있었다. 무슨 공부를 저렇게 전투적으로해..

나도모르게 찌푸린 미간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꾹 누르니 두준이 살짝 놀란듯 날 바라봤다.




"아..아니 인상쓰고 있길래..인상쓰면 잘생긴 얼굴 못생겨져."


"..."


"..."




아무말없는 그에 당황하기도 잠시, 뜨겁고 깊은 눈에 빠져버릴것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날 보는 두준에 고개를 슬쩍내렸다. 

아마 그 누구도 여기서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진짜로 일렁이는 그의 눈동자에 빠져버릴것 같았으니깐.




"잠겨 죽어도 좋으니"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요섭아 너는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 있어?"




앞서 내가 말한 주제와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에 숨이 턱 막힐것 같았다. 

왠지모르게 너무 슬프고 공허해 보여서. 우물쭈물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 별로 대답을 바라지 않고 질문을 던진듯,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두준아 그럼 너는...니가 잠겨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하는 사람 있어?

왠지 그의답이 "응"  일것같아서 슬퍼졌다.













...잠깐 내가 왜 슬퍼하는거지?





*






"자 이상 종례끝!! 아가들아 잘가!"




담임선생님의 끝났다는 말 한마디에 반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밀려나갔다. 아 오늘 집에가면 혼자인데 아까 태식이가 놀러가자고 할때 같이 가자고 할껄.. 

이미 끝난일에 아쉬워하며 입맛을 쩝 다시고는 가방을 메려고 내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근데 아까는 잘 있기만 하던 가방이 책상위에 없었다. 

이게도데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있으니 뒤에서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집에가자."




두준이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그의 손에는 내 가방이 들려져있었고.

"너..내가방을 그렇게 소리없이 가져가면 어떻게해!"

내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있으니 두준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제자리를 찾게 해주었다. 

짜식.. 고마워라.. 내입술을 제자리로 돌려주다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안될것이다. 아니! 없을것이다. 뭐 이기광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내가 펄떡펄떡 뛰며 뭐하는거야! 소리치니 두준은 그모습을 그냥 바라보다가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날 이끌었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박힌 별이 오늘따라 빛나는것 같았다.




"요섭아."


"응?"


"그거 알아?"




...내가 그거알아?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해야해?! 그게 도데체 뭔데!! 주어를 쏙 빼놓고 말하는 두준에 그걸 내가 어떻게알아 개자식아 라는 표정을 띄웠다. 

이런 내 표정 연기는 안중에도 없는듯 두준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별을 보려면 뭐가필요하게?"


"음..밝게 빛나야 하니깐 빛? 아 하늘인가?"


"생각은 하고 말하는거지?"


"와.. 윤두준 나 이렇게 디스 해도 되는거야? 우리 만난지 일주일밖에 안됬는데?!"


"뭐...그래도 넌 날 좋아하잖아?"


"아니거든!!"




장난스러운 두준의 말에 흥 이라는 깜찍한 소리를 내며 먼저 걸어갔다. 멀쩡하게 여자좋아하는 나한테 왜그러셩? 

터벅터벅 일부러 발에 힘을주고 걸어가니 뒤에서 따라오던 두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야 얘 어디갔어...





"워!!"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는 두준에 깜짝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노..놀랐어?"


"으이씨..윤두준 너!"


"아..아 미안!!"





내가 너무 놀라보여서 그런건지 두준은 날 꼭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키차이가 나서 그런지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쿵쿵 규칙적으로 뛰는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그래서 별을 보려면 뭐가 필요한데."







그렇게 서있기를 몇분째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아무렇기 않은듯이 질문을 하면서 그의 품에 빠져나왔다. 따뜻하게 안겨있다 갑자기 풀려나니 한기가 느껴졌다.





"별을보려면."



"..."








"어둠이 필요해."



"..."




"나는 누군가의 별 대신에 어둠이 되고싶어."




"..."





"내가 별이되면 누군가는 어둠이 되어야 되는거잖아. 차라리 내가 어둠이 되어서 누군가를 빛내주고싶어."






두준아 너는 지금도 누군가의 반짝이는 별이야.





---


내용전개가 빠른거같으시다구요?! 착..착각이세요.. 텍파 낼때 에피소드 쏙쏙 넣을꺼니깐 참아주세요!

저번글이 구독료가 비싸더라구요..저도 깜짝놀랐..이번꺼는 부담없으시니깐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내용지적 오타지적 문체지적 받아요(둥글게둥글게 알려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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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두준이가 한 말 너무 멋있네요ㅠㅠㅠㅠㅠㅠㅠ 시 또한 너무 멋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두준이랑 요서비가 예전에 만난적이 있지요? 그런거 같아요 왠지 과거에 만났을꺼 같아요 지금은 요서비가 틱틱틱대지만 언젠가는 조아조아 하겠죠? 빨리 오세요~ 작가님!!ㅎㅎ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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