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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2 part.1 | 인스티즈

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 거야.
















- ‘네가 말해 봐.’

…….

- ‘내 마지막 소원.’




.




.




.





.










- “소원…… 내 소원은…….”

- “여주, 호도과자 줘?”

- “호도과자…….”

- “목 막히면 우유 먹어.”




시야가 불현듯 밝아지고 냉한 기운에 몸을 움츠렸다. 바로 앞자리에서 허연 이를 보이며 웃는 석민이 보인다. 금방 사 왔어. 빨리 먹어. 눈앞에 알짱대는 음식 냄새가 콧구멍을 장악한다. 순간 밀려오는 토악질에 고개를 숙이자, 내 입을 강력하게 막는 손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의 계승자, 이지훈이었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2 part.1 | 인스티즈

- “어제 그렇게 마시더니.”

- “으으으음!”

- “못 참겠으면 지금 해.




 괜찮아, 그냥 쏟아. 두 귓바퀴에 까만 봉지 손잡이가 걸렸다. 그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채 일정한 리듬으로 등을 두드렸다. 그러나 속을 게워내기에 완벽한 조건 속에서도 토악질 만큼은 참아야 했다. 바로 내 옆에 이지훈이 있다. 고로 절대 이딴 것은 보여줄 수 없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거부 반응을 보이자, 그는 더욱더 등을 내리쳤다. 




- “……잠깐만, 여기 어디야?”

- “어디겠어.”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이 물음의 근원지였다. 인제 보니 바닥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고, 간혹 기어를 밟아 대는 엔진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창밖으로 나무와 수풀이 달리는 것을…… 아니다, 저것들이 달리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달리고 있다. 네 개의 바퀴를 굴리며 휘발유를 먹이로 하는, 시속 140km로 쏘아 대는 물체가!




- “김여주, 너 토하면 죽는다. 야이 씨, 깜빡이 왜 안 눌러져!”




운전대는 부승관.




- “승관, 이걸 세게 눌러야 나오으어억!”




조수석에서 와이퍼를 오픈하는 이석민.




- “제발 앞만 봐.”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잡고 정면만 바라보게 하는 이지훈이 있었다. 여름에 꼭 들어야 할 댄스 명곡이 빵빵한 스피커를 때렸고, 석민은 승관의 역정을 피해 이어폰을 꽂고 잠자는 척 눈을 감는 중이었다. 움찔거리며 몇 번의 시도 끝에 차선 변경에 성공한 승관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 한 손 운전으로 여유를 즐겼다. 지훈은 곧 내게 선글라스를 씌우며 2차 멀미 예방에 힘썼다. 하지만 눈은 손보다 빨랐다.

각진 이정표에 ‘속초’라는 두 글자가 의심의 시작이었다. 좀 더 나아가 드넓은 바다 위, 동동 뜬 배 무리에 의심은 곧장 확신으로 변했다. 난폭한 개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운전자를 앞뒤로 흔든다. 선자는 나였고 후자는 승관이었다.




- “야! 속초 뭔데?!”

- “미친, 괴롭히지 말라고!”

- “납치냐? 어?”

- “얘 좀 어떻게 해봐!”




한쪽 귀에 걸린 검정 봉다리가 휘날린다. 분노하는 미친개를 뒤에서 끌어 앉힌 지훈은 차분히 진정을 유도했다. 흡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 포스다. 승관은 쥐어뜯긴 머리를 감싸며 훌쩍였다.




- “네가 애들 새벽 4시에 집합시켰잖아.”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네가 또 해냈지.




오늘부터 술 금지다. 단호한 눈빛으로 금지령을 내린 그가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를 밑으로 당기며 난데없는 쇄골을 뽐냈다. 아니, 쇄골 옆 붉은 자국을 가리키며 가늘게 눈을 떴다. 누가 이랬어. 빨리 생각해. 누가 봐도 선명한 키스 마크였다. 범인은 바로 어젯밤의 나였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2 part.1 | 인스티즈

괜찮아?




그러니까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꼼돌이 대 구출을 마친 후 집에서 함께 맥주를 나눠 마신 것까지는 완벽했다. 하지만 문제는 뒤였다. 거품 묻은 입술로 그의 입술을 물고 빠는 장난을 하다, 달아오르는 열에 그만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벗을래. 더워. 허벅지에 올라타 쇄골 주변에 붉은 자국을 남기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내는 나를 다급히 저지한 그가 옷깃을 휘어 잡았다. 말이 옷깃이지, 백프로 멱살잡이었다.




- ‘넌 추워 지금.’

- ‘더워어.’

- ‘오늘 영하야.’




어디로 기절해도 집이니 귀가 걱정 없이 술을 넘겼더랬다. 유일한 목격자인 이지훈의 말에 따르면, 옷 벗기에 실패 당한 만취자는 곧바로 테라스 구석에 쪼그려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새벽달을 가리키며 저곳에 바다가 보인다 미친 소리를 해댔으며, 또한 동해를 품은 달이 이쪽으로 곧 달려오고 있다 헛소리를 지껄였고, 더 이상 스스로 재미를 보지 못했는지 이윽고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통곡했다는 전문이었다.




- “이거 누구게.”

- “난 아니지.”

- “너지.”

- “잘 안 보이는데?”




그는 증거로 영상을 제출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불과 일 분 짜리 영상 속, 어제의 미친 술주정뱅이가 현재의 내게 말한다. 술 좀 작작 쳐 마시라고.




- ‘바다 보고 싶어!’

- ‘지금?’

- ‘지금 가서 냉일 봐!’

- ‘냉일? 내일?’

- ‘뿌랑 서쿠도 데려가자!




테라스 밖으로 달려가 먼지 먹은 캐리어를 꺼내는 격정적인 몸짓에 그만 질끈 눈을 감았다. 계속 봐. 이제부터가 진짜야. 지훈이 옴짝달싹 못 하도록 끌어안고 시청을 강권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제주도 푸른 밤’을 무려 ‘속초’로 개사해 옷을 처박는 자가 진정 나인지 묻고 싶다. 아껴 뒀던 브이 라인 원피스 파자마를 흔들며 유혹하는 내가 미치도록 싫다.




-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거 나 아니야.”

- “그럼 누구야.”

- “도플갱어라고 옆 동에 있어.”

- “둘이 만나면 죽는 거 아냐?”

- “넌 내가 아직도 여주로 보여?”




목숨 건 차선 변경을 또다시 성공한 승관이 이내 혀를 찼다. 속초의 푸른 밤 좋아하네. 그 밤 때문에 새벽 4시 집합 실화냐? 너는 오늘부터 내가 새벽 4시마다 모닝콜 건다. 운전석을 걷어차는 내 다리를 애처롭게 막아내던 녀석은, 어머니의 신삥인 차를 끌고 나왔으니 제발 소중히 다뤄 달라 애원했다.




- “아줌마한테 허락을 맡은 거야, 아님 키를 쌔빈 거야?”

- “이마트 갔다 온다고 마음으로 말했다.”

- “속초가 언제부터 이마트인데요?

- “어제 이마트가 속초 인수했다고 뉴스 떴는데 못 봄?”




인터넷 잘 안 보시나봐요? 요즘도 천리안 쓰시나? 승관은 멋 내기용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오늘 좀 먹어주지 않냐? 너무 멋져도 큰일이다. 나르시즘에 단단히 빠진 녀석은 거울 좀 보고 살 순 없겠냐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선택적 청각을 가진 안쓰러운 아이였다.




- “아, 점프.”

- “아직도 못 깼냐?”

- “엉.”




그와중에 지훈은 게임에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지금 게임을 하고 싶니, 왜 말리지 않았니, 생각이 있니 없니, 술에 취했으면 기절을 시켰어야지, 휴대폰을 없애지 그랬니 따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압박하자, 그는 조용히 종료 버튼을 누르고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 “네가 직접 애들한테 전화 걸었고, 애들 올 때까지 캐리어 끌고 아파트 밖에서 죽쳤고.”

- “거짓말 탐지기 어딨어?”

- “차 타자마자 졸도한 거 기억나?”

- “기억나.”

- “뭘 기억나, 갑자기 푸른 밤 부르면서 무대 했는데.”




끝나고 나서 등급 평가할 뻔했잖아. 지훈은 새벽 달밤쇼를 회상하며 내 추태를 입밖으로 꺼냈다. 어찌 됐든 그의 입을 막는 걸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승관의 놀림과 호도과자 노래를 부르는 석민의 잠꼬대는 멈출 수 없었다. 내 기억을 삭제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최면을 건다. 하지만 그럴수록 꿈틀대는 눈썹이었다.

매초 엉덩이가 들리는 비포장도로를 얼마쯤 지났을까, 속도를 줄이며 한 지점에 멈춰선 차가 엔진을 죽였다. 승관은 석민을 깨워 먼저 밖으로 나가 짐을 내렸다. 이어 지훈도 가방을 챙긴 후 여전히 넋 빠진 내게 손을 내밀었다.




- “잡아?”

- “응.”

- “두 손으로?”

- “한 손으로.”




연말 시상식에 도착한 셀럽이 레드카펫을 밟듯, 그의 손을 잡고 당당히 속초에 입성한 사자머리가 하얀 이를 보인다. 그는 각각 무거운 짐을 메고 펜션으로 달려가는 승관과 석민의 뒷모습을 턱으로 가리켰다. 신났네, 둘이. 석민의 가방에서 진즉 떨어진 과자 봉지가 발밑을 구른다. 마이구미, 역시 초이스도 석민 다웠다.




- “운동화 끈 풀어졌다.”

- “어디? 내 꺼?”

- “이리 와 봐.”




망설임 없이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끈을 매듭짓는다. 끈 사이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손가락, 이내 햇볕을 받은 동그란 머리에 손바닥을 맞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부디 이대로 얼굴을 들어 입 맞추게 해주세요. 순식간에 통한 마법에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든다.




- “턱에 수염 묻었어?”

- “……뭐가 묻어?”

- “검정색 그거.”




내 턱을 가리키며 진중한 질문을 던지던 손가락이 다시금 신발 끈 속으로 숨는다. 아아, 심한 현기증이 일었다. 턱에 묻은 수염이라 함은 아마도 어제 깨물어 먹다 묻은 콜라 맛 사탕의 잔재일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수염이냐니. 팔다리에서도 가뭄인 털이 왜 턱에 나냔 말이다. 충격에 빠진 날 두고 엉성한 리본 매듭에 흡족함을 띤 그가 캐리어와 함께 당당히 멀어진다. 저 뿌듯함과 매우 만족스러운 뒷모습은 대체 무엇이냔 말이냐.




- “뭐 해, 빨리 와.”

- “…….

- “덥다.”




나폴대는 손짓에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있지 지훈아,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 하얀 솜사탕을 먹은 하늘, 그리고 스무 살이 된 너에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그건 바로…….




- “공부라도 잘해서 정말 다행이야.”

- “말이 의미심장하다.”

- “조물주가 널 만들 때 지적 능력을 최대치로 쏟아붓는 대신, 연애 능력을 철저히 배제시켰나 봐.”

- “너무 완벽해도 그렇잖아.”

- “부정의 단계가 왔구나.”




아무래도 연애를 가르쳐야 할 것 같아. 직접 경험하고 습득하는 게 가장 좋지만, 어쩌면 넌 기능이 상실됐거나 아예 존재 자체가 없을 수도 있으니 옆에 있는 내가 나서야지 뭐 어쩌겠어. 그리고 한 가지 말해두자면, 내 털은 턱까지 나지 않아. 2차 성징은 마구잡이가 아니란다. 다음부턴 수염이 아니라 그냥 검정색 물감이 묻었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기억 못 하겠으면 알림장에 적어도 좋고.




- “볼에 뭐 묻었다.”

- “수염 아니야.”

- “이거 뭐지.”




조금 전까지 인간은 완벽해도 피곤하다 관자놀이를 짚던 그가 뺨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강렬한 눈매는 뺨이라도 칠 기세다. 가까운 거리에 눈치 없는 목구멍은 침을 삼킨다. 그의 손이 뺨에 닿자, 엉겁결에 눈을 감았다. 곧 그곳에 입술이 닿고 멀어진 순간은, 내 일생일대의 가장 떨리는 순간의 베스트로 꼽겠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2 part.1 | 인스티즈

- “능력치 상승.”

…….

- “연애 능력치.”




캐리어를 키링마냥 달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그다. 머지않아 돌부리에 걸린 바퀴를 억지로 끄는 뒷모습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슬쩍 뒤를 돌아 눈이 마주치자 곧장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를 보니 아마 내가 여태 잘못 생각한 듯싶었다. 하늘은 이지훈, 그 자체가 연애 덩어리라 되려 숨기는 능력을 준 것이었다. 오늘같이 들키는 날이면 상대방이 헤어 나오지도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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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지금 내가 그래.



















OH MY RAINBOW
;Caramel Drizzle






























Chapter 24. <전환 1>




















#45.
네, 맞아요! 새벽에 방 있냐고 전화한 정신 나간 놈이 저에요! 승관은 펜션 1층 카운터에서 주인과 반갑게 인사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가장 먼저 숙소 문 앞에 도착한 석민이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제자리에서 콩콩 뜀박질을 했다.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비비드 컬러 양말이 빛난다.




- “친구, 양말은 많이 가져왔지?”

- “이거 색깔별로 있어!”

- “그럼 좀 빌려주라.”




컬러의 꽃, 빨간색 양말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토론하는 그들을 뒤로 한 채 지훈이 문고리를 돌렸다. 탁 트인 창밖으로 소라색 바다가 정면으로 보인다. 감탄도 잠시, 거실에 앉아 멍 때리던 네 명의 도토리들은 머리를 맞대고 우선순위부터 정했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 생각할 힘이 나지 않겠냐는 호경과 브레인 석민의 말에, 건축 수석 지훈과 기공 전 과대인 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뭔가 멋진 타이틀로 소개 당하고 싶은데, 내세울 만한 껀덕지가 없으니 곱게 입을 다물자.




- “장 봐올 사람?”

- “지훈! 여주!”

- “신나게 먹을 사람?”

- “승관! 석민!”




후다닥 자리를 뜨는 화상들이 문을 박차고 바다로 달려나간다. 지갑을 챙기는 나와 달리, 문을 없애버리는 건 어떨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였다. 마트는 불과 십 분 남짓 했지만 더위는 상당했다.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인지라 머리끈 하나 없다. 아쉬운 손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가 어설프게 머리카락을 말아 쥐었다.




- “시원해?”

- “응, 더 높게 들어 봐.”

- “이렇게?”

- “망나니 같으니까 너무 높게는 말고.”




더위와 싸우는 목덜미에 그가 입바람을 분다. 즉각 반응한 몸이 부르르 떨고야 말았다. 시원하냐 묻는 그로부터 도망치는 건 지금이 기회였다. 마트 냉장고 유리문에 볼을 비비며 열을 식히는 나를 보며 느긋하게 카트를 몰고 온 그가 글로벌 이슈인 지구 온난화를 걱정한다. 지구 온난화든, 냉난화든 지금 위험한 건 바로 나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 “고기는 얼마만큼 사야 되나.”

- “십 킬로.”

- “그 정도 양은 자면서도 먹어야 돼.”




육류에 미친 연인을 타이르는 연애 경력 1년 차 이지훈이 말한다. 적어도 네 고기는 남한테 뺏기지 않게 해줄게. 두툼한 팩을 골라 카트에 담는 그를 뒤로 하고 화장실 가는 척 직원에게 길을 물었다. 곧 양 옆구리에 콜라를 끼고 몰래 카트 안으로 선물을 싣는다. 지훈아, 다른 건 몰라도 네 콜라는 내가 지킬게.




- “네가 가져 왔어?”

- “고기 요정이 줬어.

- “이름은 여주고?”

- “그런가 봐.”




야채 코너 앞에서 벌게진 얼굴로 이유도 없이 그와 어깨를 치댔다. 내 날개를 좀 보라며 어깻죽지를 퍼덕거리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와-, 탄성을 질렀다. 헛짓거리에 같이 동참하는 중이었다. 이것은 맞은 편 시식 코너에서 원플원 마케팅을 펼치던 판매원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밝게 웃으며 시식용 만두를 가리켰다.




- “이제 한참 먹을 때죠?”

- “저희는 뭐, 아직 뒤돌면 배고플 나이니까요.”

- “한 삼 사 개월 됐나?”

- “제가요?”

- “어머, 새댁이 농담도 잘 하네.

- “……새댁이요?”

- “뱃속 아기들도 맛을 다 안다니까요? 이번에 새로 나온 만두인데…….




거침없는 상품 소개에 정신이 알딸딸 했다. 예상건대 날개를 퍼덕거리다 그토록 가리고 싶은 똥배를 걸린 듯싶었다. 지훈은 시식용 만두를 우물거리다 '뱃속 아기'라는 말에 곧바로 날 바라봤고, 혼란의 눈빛을 주고받은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새댁은 증정 팩을 하나 더 얹어준다는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아기가 있는 새댁으로서 얻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근 20년간 묵혀온 똥배라 자백하고 얼굴을 붉힐 것인가에 대한 싸움을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원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확신에 찬 그녀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흘긋 옆을 쳐다보니 그의 표정도 미묘하다. 자신도 예비 아빠가 된 꼴이니 당황함이 묻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역시나 그를 위해서라도 양심을 져버릴 순 없다.




- “제가 사실은 임신이 아니…….”

- “이제 티가 나나 보다.”

- “……뭐라고?”

- “우리 꼬물이도 만두 좋아하나.”




그가 증정 팩이 묶인 만두 봉지을 카트에 담고 임신 초기엔 무엇이 중요한지 그녀에게 팁을 물었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뻔한 립 서비스를 했다. 순식간에 아기를 가진 새댁이 된 나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순산 응원을 받았다. 남편 인물이 좋다는 덕담도 마다 하지 않으며.

간지러운 배를 손바닥으로 덮는다. 그가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조금 전까지 능글맞은 이지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앞에서 쩔쩔매는 귀여운 흰둥이만 남았다. 지훈아, 만약 널닮은 눈코입에 보조개까지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날로 우리 집 문전성시 각인데. 그치.




- “꼬물이.”

- “나는 그냥 한 팩 더 준다길래……

- “우리 꼬물이가 고기도 빨리 먹고 싶대.”




평소 근엄함을 유지하던 입술에서 무려 꼬물이가 나올 줄이야. 이건 평생 메모리 감이야. 내 뒤를 바짝 쫓아 죄를 뉘우치는 그를 자비롭게 용서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윽고 펜션에 도착할 때까지 어울리지도 않는 변명을 하던 그가 흠뻑 젖은 채로 태양 볕을 쬐던 승관과 석민을 보고 입을 굳게 다문다. 승관은 음흉함을 뽐내는 날 멀리하며 인상을 구겼다.




- “이쥰, 쟤 또 왜 저러냐.”

- “……몰라.”

- “암만 봐도 상한 거 주워 먹은 것 같은데.”

- “약 있어?”

- “있겠냐?”




승관과 석민이 묵직한 봉투를 받아 펜션 뒷마당으로 향했다. 당장 꼬물이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승관의 이름을 힘차게 불렀다. 빛보다 빠른 지훈의 손이 진실의 입을 틀어 막고 어색하게 웃는다. 승관은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위로했다. 아무래도 상한 음식이 아니라 더위를 먹은 것이 분명하다는 눈빛이었다.




- “지훈아, 꼬물이는 널 닮았으면 좋겠어.”

- “야…….”

- “꼬물이 아빠, 고기 먹으러 가자요.”




오늘 밤 술을 얼만큼 먹어도 터지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꼬물이라는 단어를 다신 꺼내지 않겠다는 서약을 맞바꾼 뒤에야 잔뜩 긴장한 그가 한시름 마음을 놓는다. 물론 고기가 꼬돌하다, 밥이 꼬소하다 등 부러 ‘꼬’를 쓰며 놀릴 때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2 part.1 | 인스티즈

- “……밥 많이 먹어.”




차마 다 보는 앞에서 속 시원히 말하지는 못하고, 대신 저렇게 이지훈 표 애교를 부렸다.















#46.
- “안 내면 술래 가위바위보!”

- “진짜 잠깐만!”

- “가라 여주 몬!”




경직된 육신 하나가 바다로 던져진다. 아찔한 온도에 오장육부가 뜀박질을 했다. 아직은 해가 남아있는 시각, 남들이 물놀이 퇴근을 마치고 저녁을 먹을 때, 남들보다 이른 저녁을 먹은 네 명의 도토리들이 해수욕장을 장악했다. 소금물에 흠뻑 젖은 날 가리키며 도토리들이 웃는다. 한 놈은 미친놈이요, 또 한 놈은 이미 미친놈이요, 나머지 한 놈은 덩달아 미칠 예정이었다. 순서는 왼쪽부터 석민, 승관, 그리고 지훈이었다.




- “야, 너희 이제부터 가위만 내라. 난 주먹만 낼 거니까.”

- “라고 미역 줄기가 말했다.”

- “미친놈아! 가위만 내라고!”




승관이 두 손을 꼬아 가위바위보 신의 계시를 기다리는 틈을 타, 지훈과 석민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저 약은 새끼는 분명 보자기를 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여유롭게 가위질을 시작하자’라고. 하지만 승관은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다.




- “안 내면 술래 가위바위보!”

- “예스!”




하나의 주먹과 세 개의 가위가 펼쳐진 대 환장 쇼. 승관은 주먹을 하늘로 뻗으며 환호하다, 미련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 가위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녀석은 특히 이지훈 네가 그럴 줄 몰랐다 배신감을 느낀 얼굴이었다. 토끼 눈으로 패배를 받아드리지 못하는 석민의 등을 바다로 떠민 악마는, 지훈과 나까지 줄지어 빠트리고 나서야 손을 털었다. 가위바위보의 신은 자신의 편이었음을 자랑하는 녀석이었다.

바다 위 둥둥 뜬 세 개의 머리가 승관을 엿 먹일 방법을 생각한다. 승관은 혼자 있는 것이 영 심심했는지 기어코 물속으로 달려와 물장구를 쳤다. 녀석의 광대가 높아질수록 물장구의 크기가 세진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지훈은 석민에게 귀엣말을 흘렸다.




- “무조건 부승관 물 먹여.”

- “눈치 까고 피하면?”

- “바로 물귀신 작전 가는 거지.”

- “나 수영 잘 못 하는데.”




물이 무서운 석민은 생명줄인 구명조끼를 붙잡고 기합을 넣었다. 그들은 점점 승관을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혔다. 양팔로 신나게 첨벙대던 승관은 쎄한 분위기에 잠시 눈을 돌렸고,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지훈은 먼저 승관의 가슴팍을 밀어 뒤로 젖혔다. 석민은 어설프게 지훈을 따라 하다 승관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고, 금세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결국 내게 불똥이 튀었다.




- “악!”

- “여주!”




물살에 밀려 구멍이란 구멍으로 물을 잔뜩 먹는 중이었다. 균형을 잃어 강제 잠수를 당할 때, 누군가 내 뒷덜미를 잡아 물 밖으로 높게 들어 올렸다. 안녕, 난 광어라고 해. 연신 콜록대는 물고기의 생사를 확인한 지훈이 작게 한숨을 뱉는다. 생명 줄은 구명조끼가 아닌 그의 손이었다. 




- “숨 쉬어.”

- “호오…….”

- “크게.”

- “후…….”




그가 살아있는 광어의 숨소리를 듣는다. 자연산임을 어필하려 역동적인 몸짓을 그리자, 그는 바로 물가로 나와 구명조끼를 풀었다. 소금물로 벌게진 눈과 가쁜 숨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그는 옆에서 상태를 확인했다. 승관과 석민은 모래에 엉킨 머리를 털어냈다.




- “저리거나 아픈 곳은 없어?”

- “딱히.”

- “숨 쉬는 건.”

- “괜찮아.”




문득 정신을 되찾으니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과한 관심을 깨닫는다. 얘들아, 많이 부담스럽구나. 이제 다른 곳으로 돌려주겠니. 귀찮은 손짓에도 그들의 걱정은 식을 줄 모른다. 앰뷸런스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는 승관과 119 번호가 몇 번이냐 묻는 석민,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동공을 확인하는 지훈에게 묻는다.




- “우리 술은 언제 먹어? 야식 안 먹어?”

- “병원 갈래?”

- “김여주 미쳤냐고.”

- “근데 119는 진짜 몇 번이야?”




집단적 독백이 휘몰아치는 공간, 하늘에도 일몰에 가까워지자 안전 요원들은 해변을 돌며 퇴장 시간을 알렸다. 그중 유독 긴 다리로 모델 워킹을 하는 요원이 있었는데, 조교처럼 빨간 모자를 쓰고 네모난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지훈을 보고는 빠르게 달려와 살갑게 인사했다. 자신이 말티즈인 줄 아는 거대한 멍뭉이었다.




- “야! 뭐야 너희!”

- “…….”

- “와, 심장 콩닥거렸네. 아까부터 내가 아는 애들 맞나 계속 확인하다가 아니면 어떡하지 이러면서 혼자 고민했었거든? 근데 이렇게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내가…….”

- “누가 얘 입 좀 막아라.”




지훈은 치근덕대는 상대를 밀어내며 자연스레 승관에게 넘겼다. 보기와는 달리 낯가림이 심한 승관은 말없이 경계하다 상대의 얼굴을 보고 놀란 듯 손뼉을 쳤고, 중간에 낀 석민은 일단 웃으며 분위기를 맞추는 중이었다.




- “오랜만에 보네요? 축제 때 말고 볼 일이 거의 없어가지고.”

- “안녕하세요.”

- “와, 아직도 못 믿겠네?”




승관이보다 말이 많고 석민이보다 감성적인 멍뭉이는 자신과 정반대인 예민한 지훈에게 달라붙어 기쁨을 표현했다. 지훈은 귀찮은 듯 상대를 밀어내고 내 손을 잡았다. 반갑네 어쩌네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멍뭉이는 결국…….




- “만난 김에 다들 술 어때? 내가 산다! 소맥 말아서 기가 막히게 한…….”

- “김민규 입 막는 사람 오만 원 빵.”

- “야, 너무하네! 방학 때 완전 우연히…….”




어둠의 그림자 승관이 민규의 입을 막는다. 석민은 승관의 명령을 받들어 마무리 짓는 다른 요원들에게 삐삐를 쳤다. 여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요원이 있으니 잡아가라는 신호였다. 풀이 죽은 민규는 직원들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자정까지 와 달라 술집 번호를 외쳤다. 끝까지 무시할 줄 알았던 지훈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흔든다. 연락하겠다는 뜻이었다.




- “진짜 갈 거야?”

- “안 가면 쟤 삐껴.”

- “가서 수갑 채우자.”

- “그러려고 가는 거야.”




축제 때 하지 못한 복수를 이루러 간다는 지훈의 말에 의지가 불타오른다. 승관은 자신과 석민도 당했으니 술자리에 동참하겠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젖은 발걸음으로 숙소를 향하던 도토리들은 수갑을 대신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머리를 맞댔다. 그중 수재로 이름이 난 지훈 도토리가 말했다.




- “진심으로 경찰서 보내버리자.”

- “이지훈 말리는 건 내가 할게, 입은 누가 막을래?”










#47.
유가네 옆에 빨간 지붕? 설마 문 앞에 꽃무늬 셔츠가 너냐? 승관은 술집 문 앞에서 나 홀로 하와이 패션으로 두리번거리는 민규를 발견하곤 급히 뒤를 돌았다. 누가 쟤 옷 좀 사주면 안 되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민규 대신 창피함을 느끼는 녀석이었다. 지훈은 그래도 작업실에 있을 때보다 훨씬 양호한 편이라 민규를 옹호했고, 석민은 놀랍게도 꽃무늬 셔츠를 탐내는 중이었다.




- “친구, 이거 온라인에서 샀어?”

- “직구지 직구. 바나나 리-퍼블릭-.”

- “브랜드가 바나나야?”

- “바나나 리-퍼블릭- 이라고.”




지훈은 석민과 민규를 지나쳐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여주야, 여기. 제 옆자리를 가리키며 메뉴판부터 들여다보는 밥 요정은 짬뽕 탕과 부대찌개 사이에서 고민했다. 승관은 술 종류부터 확인하는 날 보며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극딜했다. 메뉴 선정을 끝낸 지훈이 승관에 말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기 무알콜은 없어?”

- “너 마시게?”

- “아니, 김여주.”

- “쟤 지금 무알콜 소리에 운다.”




승관이 날 가리키며 우는 시늉을 한다. 방학 동안 펌핑한 듯한 팔 근육을 자랑스레 내보이며 매끈한 팔을 비비던 민규는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서비스 왕창이란 말을 남기고 다시 자리에 앉아 눈을 반짝였다. 너희들을 여기서 다 볼 줄은 몰랐다. 그런 거 있지, 막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사람 찾는 프로그램에 내가 나와서 너희들 찾은 것 같아. 학창시절 친구들도 아니고 왜 이렇게 반갑지? 멀리 타지에 나와서 그런가 부모님보다 너희들이 더 반갑…….




- “김민규 재우는 사람 십만 원 빵.”

- “악귀여 잠드소서!”

- “아, 쫌!”

- “근데 김여주 어디 갔냐?




승관의 질문에 내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 네 개의 머리가 일제히 주방 앞으로 향한다. 무알콜 맥주를 바꿔달라 주인과 딜을 넣는 중간에 딱 걸리고야 말았다. 지훈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귀가 요청을 보낸다.




- “나 진짜 가만히 있을게.”

- “부승관 지금부터 농담 안 한대.”

- “에이, 거짓말.”

- “지금 네 말이 나한텐 그래.”




딱 한 잔으로 끝낸다고 약속하면 주고. 술 먹고 한 짓이 남다른지라 지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냉철했다. 그래, 딱 한 잔만. 진짜 한잔이면 충분해. 술에 양심을 팔아버린 친구를 보며 승관이 혀를 찬다. 이쥰, 넌 김여주를 믿냐. 쟤 이따가 화장실 가는 척하고 병나발 불 애야. 아무 말 없는 그를 보아하니 승관의 말에 이미 동의한 듯하다.




- “그러고 보니까 여기 잘 나가는 과 다 모였네?”

- “건축과가 유망 있지 기공은 젬병이야.”

- “기공 취업률 깡패잖아. 우린 맨날 집 짓는 뚝딱이냐고 지랄하는데.”

- “야, 이렇게 공부해서 사회 나가도 공돌이 취급받잖냐. 존나 힘 빠져.”

- “기공이 공돌이면 호경은 뭔데?”

- “하우스 키퍼.”

* 하우스키퍼 (Housekeeper): 호텔 내부의 청결과 세탁물의 세탁관리를 주요 임무로 하는 사람. 대개 호텔 객실의 청소나 로비, 기타 시설에 청결을 담당.




석민은 바람 빠진 발음으로 호경의 전망을 자랑했다. 그래도 집이라도 남는 뚝딱이가 낫지, 남의 집 청소하는 하우스 키퍼는 좀 슬퍼. 옆에서 듣고 있던 같은 과인 내가 석민의 어깨를 토닥인다. 석민은 무거운 눈꺼풀로 내 얼굴을 보며 걱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석민이 내 주된 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우리 여주, 맨날 쓸데 없는 질문 한다고 교수한테 혼나고, W 호텔에 인맥 낙하산 태워 보낸 교수 찾다가 걸려서 벌점 레포트 당첨되고, 컨닝하는 애들 봐주는 교수한테 컴플 걸었다가 오히려 찍혀서 호경 블랙리스트 올랐는데 어쩔래 이제.”

- “야, 조용히 해라.”

- “내가 진짜 마음이 아파서 그래. 좀 눈치껏 살면 되잖어. 너처럼 정의롭게 살면,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잘못 감추려고 너 죽인다니까?”

- “너는 뭐 가만히 있었고? 강의실에서 교수님이 애들 앞에서 나 저격할 때 네가 옆에서 따졌잖아. 컨닝이 A대에도 있는 줄 알았다면 차라리 대학교를 만들어서 다닐 걸 후회한다는 사람이 누구였는데? 그때 교수님 표정 완전 총살감이었어.”

- “얘들아, 얘가 이래. 70년대였으면 김여주 벌써 머리에 뭐 차고 독재 타도 외쳤을 거다.”

- “어쩐지 문자 할 때 학과실, 교수실이라고 온 게 많다 했다.”




예전 김여주 어디 안 가네. 지훈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맞은편에 있던 승관이 오징어채를 질겅거리며 말을 이었다.




- “김여주 얘가 은근 정의 사도여. 학교 다닐 때도 왜 우리 학비로 교무실만 툰드라 만드냐고 지랄하고, 입시 꼰대들이 성적으로 비아냥거리니까 국가는 임용고시 볼 때 인성 검사 왜 안 하냐고 역관광시켰잖냐. 공감 능력 결여된 새끼들 죄다 불합격당해야 된다고.”

- “그날 대단했지.”

- “너도 알아? 이거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이 그때 있던 학생들 다 입막음시키려고 대학 벌점 어쩌구 협박했는데?”

- “다들 보이지 않는 귀가 있으니까”




거품 반, 알콜 반인 맥주잔에 빨대를 꽂아 아껴 먹는 날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는다. 당장 물어보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 넘겨야 했다. 이미 술에 절은 민규는 가장 자신 있는 옆태 셀카를 찍어 인스타에 올리기 바빴고, 석민은 처음부터 탐을 내던 바나나 브랜드 꽃무늬 옷을 찾아 페이 팔 등록을 시도했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지훈과 승관, 그리고 약간의 어지러움이 동반된 나였다.




- “계속 닭장에 갇혀 지내다가 간만에 나오니까 좋지 않냐? 바람이 이렇게 다르다.”

- “너는 불가사리 안 들어 갈 거야? 서쿠랑 너랑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개’선배가 나만 들들 볶잖아. 러브콜 좀 받으라고.”

- “러브콜을 모닝콜로 하는 사람이 어딨냐? 안 그래도 8시 전공 수업 빡치는데 6시에 전화 와서 대뜸 노래나 부르고 말이야.”




전공 시험이 망한 건 순전히 ‘개’선배 탓이라며 쓰디쓴 술을 넘겼다. 지훈은 ‘개’선배가 물고 늘어지는 영역 중 단연 최고이니 웬만하면 자퇴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물었고, 승관은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며 화답했다. 어떻게 들어온 A대인데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 “근데 너희는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 솔직히 여태 물어봐도 자세히 대답을 안 하니까 더 궁금하잖냐.”

- “땡땡이 까다가.”

- “이지훈 네가 땡땡이를 깠다고?”

- “여주도 같이.”

- “쟨 뭐 이상한 짓 숨 쉬듯이 하니까 타격 없는데 네가 땡땡이를 깠다고? 차라리 내 엉덩이를 깠다고 해라.”




승관은 술기운에 뜨거워진 두 볼을 냉수로 식히며 동그란 눈을 굴렸다. 처음에 너희 둘 반대 이미지라 사귄다 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점점 이쥰이 김여주 닮아가는 거 보고 아, 이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 “닥쳐.”

- “악! 오이로 공격하지 말라고!”




승관이 정수리를 부여잡고 오이 어택에 숨을 멈춘다. 지훈은 자연스레 사이를 막아 일방적인 공격을 저지했다. 세상에서 오이가 가장 싫다는 녀석에게 오이 향을 머금게 해줬으니 아마 오늘 녀석의 일기 주인공은 단언컨대 김여주, 나일 것이다.




- “잠깐 바람 쐬고 온다.”

- “제발 김여주 데리고 가줘.”

- “오이가 너 좋아해.”

- “카레 먹이기 전에 도망치는 게 좋을 것이다.”




경직된 지훈이 가게 밖을 빠져나간다. 가방을 챙겨 들고 슬그머니 그의 뒤를 쫓는다. 기다렸다는 듯 손을 맞잡는 그가 긴장을 풀고 웃는다. 카레가 정말 싫었던 모양이었다.




- “이제 둘이다.”

- “되게 기다린 것처럼 말해.”

- “기다렸지. 그래서 나온 거잖아.”
















지훈이 옆은 당연히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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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아움입니다! 오엠알 넘 오랜만인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지훈이와 여주의 연애는 오늘도 이상무네요! 진짜 볼 때마다 둘이 너무 귀여워여ㅠㅠㅠㅠ 오늘의 포인트는 제가 감히 예상해보는데 꼬물이 아닐까 싶어요 진짜 꼬물이에 지훈이 반응이 넘나 귀엽..ㅜㅠㅠㅠㅠㅜ 오늘도 잘보고 가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2
트윅슈 입니다! 수시 원서 접수 마치고 보는 오엠알은 언제나 사랑이조 ;ㅅ; 울 하스님 잘 지내셨나요? 💖💙 날씨도 추워졌는데 옷 적당히 따뜻하지만 시원하게 입고 다니세요,,! (??) 와중에 오늘 여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선배와 약 0.1% 닮은 모습을 하고 있네요 😂 그래도 같이 놀아주는 (엥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덤으로 키스마크의 자세한 묘사를.. 쿨럭... 보고.. 싶습니다..... ㅋ쿡럭ㄱㄹ쿨럭 장난이고 요즘 둘 관계.. 워후... ( ͡° ͜ʖ ͡°) 5져버리는 각 아닙니까... 제가 넘나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나요.. 안 했다면 지금 할게요..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하스님 💛💙💜💚❤ 다가오는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
5년 전
독자3
허어어어억 도제에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완젼완전완전 기다렸어요 작가님 ㅜㅜㅜ하프스윗님만의 유쾌한 뽀인뜨들이 넘 좋아요 여주는 진짜 볼수록 엉뚱한것같아서 웃기고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쥰도 넘 웃긴데 또 설레고 ㅜㅜㅜㅜㅜㅜ어아아앙 키스마크에,,,,꼬물이에,, 오랜만에 오셔서 넘 엄청난 것들을 들고오셨네요 다음화도 진짜진자 기대하고있어요 사랑해요 흑흑
5년 전
독자4
여우비입니다! 이번 화도 가뭄 같은 일상에 단비 같은 글이었네요! 언제나 OMR을 보면서 말라비틀어진 감정을 다시 꽉꽉 채워가는 기분입니다.. 지훈이 너무나 인생캐 인것... ㅠㅠ
5년 전
독자5
은블리입니다! 기다렸던 OMR 알람ㅠㅠㅠ 이제서야 봤네요ㅠㅠㅠ 이번편 보는 내내 희희 하면서 본것같아요ㅋㅋㅋ이마트와 속초, 술먹고 소환, 그리고 가장 최고였던건 꼬물이ㅠㅠㅠㅠ 이쥰입에서 꼬물이라뇨 ㅠㅠㅠ 넘나 설렜늡니다 진짜 입꼬리 내려가질 않네요 얼른 다음화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ㅎㅅㅎ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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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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