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오세훈 왕자와 결혼한 너징썰 02 (부제 : 영혼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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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신의 궁으로 향하던 공주는 그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원래대로 였다면 하루 종일 궁 안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걸도 다녀야 하는데, 다른 나라에 와서 궁 안에만 있으려니 도저히 심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랑아, 궁궐 구경을 시켜주겠느냐?”
“예, 마마”
“둘이서만 가자. 뒤를 물리거라.”
“예,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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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수라간이옵고, 저기 보이는 저 건물은 침방이옵니다.”
“와... 오나라는 궁궐이 매우 크구나!”
소박하고 수수한 멋이 있는 궁궐이 하나라라면, 오나라의 궁궐은 으리으리하고 빛나서 공주는 고개를 내릴 수가 없었다. 뒷걸음질까지 쳐가며 고개가 꺾어질세라 보던 공주는 입도 다물지 못하였다. 그래서 공주는 뒤에서 다가오는 백현도 알아채지 못했으리.
탁-
“어? 어! 황자저하!”
그렇다. 백현은 세훈의 셋째형이다.
“뭘 그리 입도 다물지 못하고 보시는 겝니까”
입가에 젠틀한 미소를 걸치고 공주를 바라보는 백현이 눈부셔 하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그것이, 오나라의 궁궐이 정말 크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허면, 궁궐 구경을 제가 시켜드려도 될는지요?”
“네! 좋아요!”
공주는 진심으로 신난다는 듯이 눈꼬리를 접어보이면 해맑게 웃었다. 백현의 눈은 장난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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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지금까지 많이 지루하셨겠습니다,”
“네! 맞아요!!! 아..... 음 그러니까, 궁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하”
“큭큭큭큭......아 괜찮습니다......풉”
“아 웃지 마십시요!...............흐흐흫”
그래, 둘은 하라는 궁궐구경은 안하고 노닥거리고 있었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친목질’이라고나 할까.
“헌데, 세훈이가 많이 차갑지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네? 아닙니다! 오히려 다정하신데....?”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렸다.
“네??!? 다정하단 말씀이십니까????”
“예! 일전에 황자저하께옵서 소녀에게 정인이 있다 말씀하시며 웃어보이셨나이다. 분명 그분을 향한 연심이 크심이 분명합니다! 소녀가 어느 서책에서 보았는데, 사랑을 하는 사내는 무척 다정하다 하였사옵니다. 정인을 위해서 무었이든 할 수 있는게 사랑을 하는 사내라 하였사옵니다. 어찌 다정하신 분이 아니시라 하십니까?”
백현은 도대체 이 여자의 순진함의 끝은 어디인가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외딴 나라의 낯선 궁에서 지아비라는 놈은 부인도 내팽개쳐 놓고 근본도 모르는 후궁과 뒹굴고 있는데, 이리도 해맑을까. 백현은 문득 공주가 가엾게 느껴졌다. 내가 지켜주겠노라, 백현은 다짐했다.
“헌데, 황자저하!”
“예, 말씀하십시요.”
“혹시 궁 가까운 곳에 들판이 있습니까?”
“어.... 황족 승마터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소녀가 나들이를 좋아합니다! 헌데... 이곳 지리를 아직 잘 몰라서...헤”
백현은 영락없는 아이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혹여 공주의 마음이 상할까 하여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고 웃어보였다.
“허면 제가 내일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 아이가 마마를 안내해 줄 것입니다.”
“와! 감사합니다!!”
밝아지는 공주의 표정을 보며 괜히 뿌듯해지는 백현이었다. 그 때,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임을 알리는 종이 궁에 울리고, 점심약속이 생각난 공주는 백현과 작별인사를 하고 총총거리며 황제의 궁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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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냐, 이곳의 음식은 입에 맞는 것이냐?”
“예, 맛있습니다!”
공주는 평소 먹성이 좋고 편식하지 않아, 오나라에 와서도 적응하는 데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황제는 복스럽게 밥을 먹는 공주를 보며 흐뭇해 하는 것이었다. 본디, 궁의 여인들은 조신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어 밥도 조금씩, 천천히 먹곤 하였다. 황제는 그것을 답답해 했더랬다. 그런데, 공주가 이리 복스럽게 잘 먹으니, 이것도 먹여주고 싶고, 저것도 먹여주고 싶고, 우쭈쭈 하였다. 음식을 차려 올린 김상궁 또한 뿌듯하기가 이를데 없어 공주가 특히 더 잘먹는 음식을 기억해 놓았다가 다음번에 또 올려드리리, 하였다. 오물오물. 오도독 오도독. 황제는 이 씹덕돋는 생명체에 감복하여 이 아이를 며느리로 들이길 잘하였다, 생각했다.
“헌데, 황제폐하,”
“어.... 어? 왜 그러는 것이냐?”
“아, 다름이 아니오라 소녀가 나들이를 좋아하는데, 혹시 황족 승마터를 이용해도 되겠습니까?”
멍하니 공주가 먹는 것만 쳐다보다가 공주의 질문에 정신이 든 황제는 우리 공주가 하겠다는데 무어가 안될쏘냐. 흔쾌히 허락한다. 신나라 하는 공주의 얼굴에 내 입꼬리도 슬그머니 올라가더라. 황제는 아주 공주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으니, 이미 눈웃음 한번만 지어도 껌뻑 죽는다.
“물어볼 말이 또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이젠 아예 넋을 놓고 공주를 바라보는 황제는 황제의 체통따위 개밥으로 준지 오래인 듯 보였다. 하긴, 왕자만 여섯인데 이리 어여쁜 공주가 오죽 좋을까.
“하나라에서는 저의 손위올케가 아바마마께 아바마마라 부릅니다. 헌데, 오나라에서는 그냥 황제폐하라 부르는 것입니까?”
“아니다, 네가 부르고 싶은데로 부르거라. 아바마마라 부를테냐?”
“그리해도 됩니까?”
“그렇구 말구!”
“와! 그럼 아바마마라 부르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리 하여라... 허허”
황제는 이미 공주의 노예이다. 곧 궁궐 내에 소문이 퍼질 테지만, 그 누구도 나무라진 않을 것이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모습의 공주가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이미 김상궁도 공주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듯 하다.
그래, 궁 사람들은 하나 둘씩 공주의 노예가 되어간다. 껄껄껄.
+ 백현이가 아까 지켜주겠노라. 라고 한 것은 이성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안타깝고 가엾은 마음에 그런겁니다!! 나중에 나올테지만, 백현이를 포함한 모든 세훈이 형들은 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