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어디가 형아?
03
저 작은 녀석과 한참 대치중이다. 나도 이 나이 먹어서 좀 그렇지만 우지호는 마치 자기가 칭얼거리는 아이의 엄마라도 된양 작게 한숨을 폭 내쉬는거다.
쯧쯧 혀를 두어번 차더니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밀려난 보드를 하나하나 집어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모습이 꽤 비장하기까지 하다.
별말 없었지만 어른인척 하는 모양세가 마음에 안들어 야 하고 꼬맹이를 불렀다. 그러자 통통한 볼살이 서로를 치대며 휙 돌아본다.
" 너 왜 나를 그렇게 한심하다는듯이 보냐? "
" 한시마다? 그게 모야? "
" 땅콩은 몰라도 되는 말이야. 보드나 해. "
한심하다는 말은 못알아들었어도 땅콩이라는 말은 용케도 캐치해내서 심통이라도 났다본지 자기 앉은 키만큼 쌓아놓은 보드를 주먹으로 있는힘껏 친다. 지호 따콩 아니야!
와르르 한번에 무너지는 나무조각들을 한참보다가 입을 삐죽삐죽 내밀고있는 우지호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눈물이 나올정도로 한참 신나게 웃고있는데 별안간 티비전원이 꺼지는 소리가 났다.
여운이남아서 손가락으로 찔끔 세어나오는 눈물을 감추고, 감고있던 눈을 떴다.
땅콩이 내앞에 서서 지딴에 무섭게 내려보는것같은데 귀여워서 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윗배가 자꾸 땡기는데 끅끅 거리면서 참으려고 하니까 정말 그것만큼 고통스러운것도 없는듯.
야, 저리가 나와. 입안에 빵빵하게 공기를 부풀리고 팔짱을 껴서 불만을 표시하는데 모르는척 티비를 가린다며 타박했다.
" 따콩이 아니라 지호야! "
" 따콩이 아니라 땅콩이겠지, 땅콩아. "
" 따콩이라구 내가 그래짜나! "
" 어이구- 그래쪄? 알겠쪄 우리 땅콩, 형아 바쁘니까 귀찮게 하지말고 저리가서 놀아? 알겠. . 아악!! "
내 검지손가락이 침범벅이 됬다. 저 망할놈에 꼬맹이가 내 손을 가져가 있는 힘껏 물었다 이말이다. 빨갛게 이빨자국이 나서 손을 부여잡고 인상을 쓰니 메-롱 쪼만한 혓바닥을 내밀며 내방으로 쪼르르 뛰어간다.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바지춤에 흥건히 묻은 침을 벅벅 닦아 냈다. 아, 더러.. 아씨 까지 입밖으로 나왔지만 차마 녀석이 있는곳에서 욕을 할 수 없어서 나머지는 속으로 삼켰다.
방안에 들어가서 복수를 해줄까.. 생각하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서 다시 티비전원을 키려고 보니, 리모콘이 없다. 직접 티비전원을 키고 한참을 재밌게 보는데 자꾸만 채널이 위로 간다.
고장 났나 시발시발 작게 욕을 뱉으며 티비에 가까이 다가가니 이번엔 손도 안댔는데 삑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아오. 머리칼을 잔뜩 헤집었다. 방문이 살짝 열리고 빼꼼히 꼬맹이의 머리통이 나온다. 한쪽엔 달랑달랑 리모콘을 쥔체로. 웃는다. 헤맑게. 때리고 싶게.
" 한시매- 큰따콩 모쌩긴 큰 따콩! "
" 지호야, 밤 좋아하지?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잡아채서 뒤로 안아 맛있는 밤을 줬다. 꿀밤. 그다지 아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는데 눈에는 복수심이 드글드글 차있었다.
아 존나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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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짧어서 죄송함다ㅠ ㅠ ㅠ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