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힘찬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던 말들, 가시가 되어 용국에게 파고 든 말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곱씹어보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슴한켠 아리는 말들이였다. 용국의 아래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던 힘찬이 눈에 밟혔다. 적만만 흐르던 그때, 용국은 힘찬에게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자신이 너를 이만큼이나 애타게 바라고 있으니, 마음에 문을 열어달라고, 몸이 아닌 너의 마음을 원한다고, 발버둥 친건지도 모른다. 관계를 가질때, 아무리 불러도 대답한번 없던 너는 또 한번 나를 절망에 가차 없이 밀어넣었다.
One chance
-9-
[의문의 편지 § 그리고,사진한장]
낯 뜨거웠던, 그날 뒤로 용국과 힘찬은 각방을 쓰게 됬다. 힘찬은 그때 내뱉었던 말이 진심이 였는지, 용국에게 전보다 더 모질게 굴었다. 용국은 가만히 쇼파에 앉아 눈을 지긋히 감았다. 그때 누군가가 용국의 방문을 두드렸다. 혹, 힘찬일까. 되지도 않는 기대도 조금 품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뒤, 목례를 하며 들어오는 영재가 있었다. 당연한 일인데도, 괜히 한숨만 터져나왔다. 용국에게 걸어오는 영재의 한쪽 손에는 자그만한 상자가 들여 있었다. 그 상자에 흥미를 느낀 용국이 어서 가져와보라는듯, 손짓했다. 용국의 앞 테이블에 상자를 오려놓은 영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생일이신데."
모르셨죠? 케이크 사왔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일단, 축하해요. 말을 끝내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는 영재의 모습에 용국이 아차, 했다. 깜박 잊고 있었다. 오늘이 내 생일인지도 몰랐다. 딱히,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유일하게 내 생일을 챙겨주던 사람은 최준홍, 너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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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아저씨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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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던 오피스텔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을 오랫동안 기다린 강아지처럼,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케이크를 내밀던 준홍이 떠올랐다. 항상 케이크는 초코 맛이 였다. 나의 생일 일때도, 그리고 뭐, 딱히 내가 챙겨준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준홍의 생일 일때도. 준홍은 초코 케이크만 고집 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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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땐, 초콜릿이 좋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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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준홍에게 환심을 사기위한, 입에 발린 소리였을 뿐이였다. 자신의 그 한마디 때문에 초코가 좋아진거라면, 준홍이 꽤나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불현듯 들었다. 용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영재가 잠시 혼자 생각에 빠진 용국의 얼굴 앞에 손을 휘저었다. 이내 영재덕에 생각에서 깨어난 용국이 영재에게 물어봤다. 무슨 케이크야? 생크림이요, 왠지 단거 싫어하실것 같아서. 초코케이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꾸 자신의 동료들을 힘들게한, 가해자인 준홍이 떠올라서. 영재가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내고, 초를 찾아 뒤척였다. 그저 그모습을 보던 용국이 영재의 손을 제지 시켰다. 내가 알아서 먹을게, 챙겨줘서 고맙다. 그말을 들은 영재가 용국이 이런 다정한 말을 내뱉는 경우는 드물어서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허리를 피고 이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목례했다. 답하듯 영재에게 고개를 끄덕인 용국이 영재가 나간걸 확인 하고는 다시 케이크를 상자에 집어넣었다. 단거 먹을 기분이 아니였다. 내리 쭉 수면만 취하고 싶었다. 혼란 스럽고, 마냥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바지를 털고 일어난 용국이 상자 손잡이를 잡아들었다. 긴다리를 휘적거려 방을 나선 용국이 힘찬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여니 막 샤워를 마친듯 욕실앞에 서있는 힘찬이, 욕실에서 새어나오는 뿌연 김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샤워가운을 걸치고 있던 힘찬은 이내 용국을 발견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검은 머리칼에서 자꾸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힘찬의 목선을 타고 흘렀다.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유독 시리 입술만 더 붉은 힘찬이 말문을 열었다.
"노크, 몰라?"
힘찬이 자신에게 뭐라 하든 말든, 용국이 아무말없이 힘찬과 눈을 잠시 마주치다, 이내 눈을 돌려 테이블위에 케이크를 올렸다. 야, 방용국 안들려?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용국의 모습에 기분이 나쁜듯 더 언성을 높여 말한다. 그런 힘찬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하게 용국은 자신이 할말만 내뱉었다.
"케이크 올려둘게, 먹어."
단거 안좋아해, 나는. 용국이 말을 끝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군소리 없는 힘찬이였다. 힘찬이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져주기를 바랬다. 케이크가 어디서 났는지, 왜 자신에게 주는지, 조금 더 크게 바라자면, 오늘이 생일인지. 용국이 케이크를 올려둔뒤 그냥 몸을 돌려 방을 나셜려했다.
"생일이야?"
손잡이에 말없이 손을 얹던 용국이 잠시 흠칫 했다. 작게 용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용국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힘찬이 용국 모르게 비웃음을 지었다. 용국이 올려뒀던 케이크를 한번봤다가, 자신의 한마디에 반응하는 용국을 다시 보았다. 뭐라고 해야, 저번에 받은 걸 되갚아 줄수 있을까, 어쩌면 방용국이 크게 절망할수 있는 모습을 볼수있을까. 힘찬이 용국에게 다가가 뒤에서 허리를 껴안았다. 벗어날수 없게, 옭아매었다. 힘찬에게서 향긋한 샴푸 향기가 났다. 용국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힘찬이 조근조근 말했다.
"말하는 의도가 뭐야? 아, 생일 선물로 내 몸이라도 줘?"
"너는…!"
용국이 힘찬의 말을 듣고는 욱하며 뒤돌았다. 젖은 속눈썹을 접으며 베시시 웃는 힘찬이 있었다. 왜 항상 그런 말들로 자신을 낮추는지, 그저 자신이 몸을 바라는 아저씨들과 같이 보는지. 용국이 그런 힘찬을 잔뜩 인상 구긴체 내려보았다. 한껏 들어올린 자신의 오른 손을 애써 참으며 내렸다. 이제는 화낼 힘도 남지 않았다. 점점 날이 갈수록 힘찬에게 하나하나 대응해주는 것도 힘들었다. 그냥 밀어냈다. 의외로 순순히 밀려나는 힘찬이 내 모든걸 안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이제는 놓아줄때가 된것 같았다. 나는 힘찬이 아니면 안될것만 같은데, 힘찬은 나만 아니면 되는 것만 같았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어서 그래? 정 그러면, 생일 축하한다고 해줘?"
"………"
"너한테는 그게 가장 큰 선물 아닌가?"
"………"
"꿈깨."
"………"
"생일 축하는 커녕, 지금 너한테 왜 태어났냐고 묻고 싶으니까."
가시는, 또 다시 용국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스스로 어르고 달래며 뽑아낸 자리가 조금씩 아물었을 때에 쯤 이였다.
_
용국은 낮 동안 줄곧 힘찬의 대한 생각을 애써 떨쳐내려, 종업의 행방을 찾아보려 다녔다. 얻은 건 없었다. 혼자 나갔냐고, 큰일 난다며 잔소리만 영재에게 얻었을 뿐이였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편지를 보냈다며 손에 쥐어주었다. 생일이라서 보낸건가, 보통 잘 안보내시는 데. 의문점을 가진 용국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구겨넣어 두었다. 늙은이 편지 읽다가 더 골치 아파지는 말이 적혀있을까봐, 두려워서 였다. 봄이라도 밤에는 쌀쌀하기 마련이였다. 복도를 걸으며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들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했다. 그 때, 자신의 방에서 조금 떨어진 힘찬의 방앞에는 다 버릴건지, 온갖 짐들이 쌓여있었다. 봄 맞이 청소라도 했나, 그런 생각을 한 용국이 힘찬의 방문앞으로 걸어갔다. 방문과 마주보던 용국이 고개를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고싶었다. 자는 모습이라도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그렇게 모진말을 듣고 나서도 용국은 힘찬이 보고싶었다. 무언갈 할때, 이토록 이나 망설이는 모습. 전혀 용국 답지 않았다. 이 모든게 힘찬을 만나고 부터 시작 된거니까. 용국이 끝내 결심한듯 용기내서 숨죽이고 방에 들어갔다. 용국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자?"
"………"
그래, 잘자. 너는 지금 그토록 싫어하던 내가 없는 꿈속이겠지. 용국이 조금의 뒤척임도 없이 등돌려 자고 있는 힘찬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닳고 닳도록 보고도 또 보고 싶어서 차마 문을 닫지 못하던 용국이, 문을 닫고 나갔다. 한참 뒤척임이 없다가, 용국이 나가고 나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힘찬이 조소를 흘렸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저런 방용국이, 자신에게 쩔쩔매는 방용국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힘찬의 방문에 등을 맞대고 기댄 용국이 눈을 지긋히 감았다가 떴다. 그러고, 벽을 타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어 바닥만 보고 있었다.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때, 힘찬이 버릴려고 쌓아 놓은 짐 더미들 사이에 익숙한 상자가 보였다. 용국이 설마, 라는 생각을 가지고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그럴리는 없다, 아무리 차갑게 힘찬이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씨발…"
익숙한 상자는 용국이 낮에 주었던 케이크 상자였다. 그 안에 물론 케이크 까지 다 들어있었다. 버렸다. 힘찬을 기껏 생각해서 건내준 케이크를, 말이다. 잔뜩 찌그러진 상자안의 케이크를 보니 용국의 마음이 썩어 타들어가는 기분이였다. 아,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화는 솟구치는데 마냥 날 뛸수는 없는 그런 감정이 였다. 케이크 상자를 집어든 용국이 애써 마음을 진정 시키며,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랬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잔뜩 흥분된 걸음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온 용국이, 테이블 위에 소리나게 케이크 상자를 던지듯 내려놨다. 쇼파에 아무렇게나 않아서 숨통을 조여오는 와이셔츠 단추를 두어개 풀고는, 상자에서 잔뜩 찌그러진 케이크를 꺼냈다. 아까 영재가 뒤척이던 초도 어두운 방안에서 손을 더듬 거리며 찾았다. 혼자서 초에 불을 붙이고, 멍하니 촛불을 바라보았다. 불도 켜지 않은 방안이 환해짐과 동시에 촛농이 흘러 찌그러진 케이크 위에 뚝뚝 떨어졌다. 용국이 마른세수만 반복했다, 자꾸 눈 앞이 흐려지길래, 코 끝이 찡해지길래. 점점 짧아지는 초를 보고 용국이 급하게 촛불을 불어 껐다. 한 순간에 방안이 다시 어두워졌다. 홀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 방안에 용국의 박수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아, 맞다 소원. 용국은 소원 따위는 바래봤자 이루워지지도 않는다며 허튼 짓이라며 말하고 다녔다.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쇼파에서 일어난 용국이 창가로 다가 갔다. 닫히지 않는 창문에 커튼이 날렸다. 달빛이 고운 은빛가루 뿌린듯 집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어둑해진 밤길을 달빛만이 은은하게 비추었다. 모두가 잠든, 이 거룩한 늦은밤 홀로 깨어있는 듯한 용국이 의자를 창가에 끌고 왔다. 입을 꾹다문 용국이 의자에 앉고, 두손을 모아 고개를 젖혀 달과 마주보았다.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오던 달빛이 용국도 조심스레 감싸돌았다. 용국의 입술 사이에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장미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이렇게 까지 추락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용국이, 목이 메이는지 헛기침을 내뱉었다. 몇번이고 반복한 용국이 달을 보던 두눈을 지긋히 감았다. 눈꼬리에 살짝 맺혔던 눈물이 달빛에 반사되어 잠시 은은하게 빛났다. 여전히 곧게 모아져있는 두 손아귀에 땀이 찼다.
"가시에 깊숙히 찔려 죽어도 좋으니, 그런 가시마저 사랑할테니."
제발, 이런 간절한 바램들은 힘찬은 알까. 혹은,
"악연이 인연이 되게 해주세요."
알면서도 뒤에서 또, 날 우습게 보며 조소를 흘리고 있을지 않을까.
-
한참을, 용국은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모았던 두손을 풀어내고, 지긋히 눈두덩이에 손을 올렸다. 소원을 빈다고 다 이루워지는 것은 아닌 걸 알고 있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을 어딘가 내려놓고 싶었다. 그랬을 뿐이다. 근데 더 먹먹해 지는 것만 같은 이유는 뭘까. 조금 뒤척거리니, 바지 주머니에 무언가가 있다는게 느껴졌다. 손을 넣으니, 무언가가 잡혀졌다. 아, 잊고 있었다.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용국이 편지를 꺼내들고는 차마 봉투를 뜯지 못했다. 창가에 편지를 가져다 댔다. 편지의 내용물이 조금이나마 비춰졌다. 내용물을 흐릿하게 나마 확인한 용국이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뭐지, 이거 그냥 편지는 아닌 것 같은데.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한 용국이 봉투의 윗부분을 뜯어내었다. 평소에 연락도 없었다, 더 더욱 이런 편지를 보낼 분이 아니셨다. 아버지의 모순되는 행동들에 편지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용국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급하게 편지봉투를 찢듯이 벗겨내었다. 힘없이 바닥에 편지 봉투가 떨어지고, 용국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사진한장을 들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 였다. 용국이 다른 의미로 미칠듯이 뛰는 심장을 잠재울수 없었다.
사진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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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승용차 뒤에서 같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대현의 옆모습과, 붉은 치파오를 입고 있는 힘찬의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왜, 서로를 몰라야할 너희가, 비밀스럽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것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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๑^▽^๑
안녕하세요...! One chance 작가 끙_끙 입니다! 개학때문에 많이 늦었지요?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이번환..! 정말 용국이가 아련하고.. 김힘찬이 참 나쁘네요 허허,
그리고 의문의 저 사진한장..!
저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덕에 힘내서 연재합니다ㅠㅠ
목표는 초록글 한번 가보는 건데..저번화에서 조금의 차이로 실패했거든요T.T 조금 안타까웠지만! 더 발전하라는 뜻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ㅎㅎ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완결이 다가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언급..s2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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