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빛."
"이재환 씨."
이재환이란 옆 집 남자는 너의 이름을 확인하듯이 나즈막이 불렀다.
너는 그 것에 답례하듯 똑같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새어나오는 미소에 두 손을 볼에다 얹었다.
갈 길 잃은 손이 괜히 후끈거리는 뺨을 식혀주었다.
"종이비행기 접을 줄 알아요?"
그 남자는 아예 얼굴을 창틀에 기대고 뻐끔거리며 말했다.
손재주에 소질 없는 너가 종이비행기는 무슨,
"아까 던진 거 못봤어요? 비행기라고 만든건데, 그거."
"비행기 모양은 얼추 닮았던데요?"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빙구 같이 히죽대는 이재환이였다.
아까 보낸 비행기가 그렇게 못 만들었나보다.
"까짓 거, 비행기 접는 거 금방 배워요."
괜한 자존심에 너가 말을 툭 내뱉었다.
이재환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아 너는 핸드폰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정보화 시대잖아요. 검색하면 금방이라니깐요."
이재환은 한껏 으쓱한 너의 말에 큰 소리로 웃어댔다.
개그 프로그램을 볼 때나 나오는 너 같은 그의 행동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내가 그렇게 웃겨요?"
"보기완 다르게 웃기긴 하네요."
"그 쪽도요."
"고맙습니다~"
이재환은 초등학생 아이 같은 목소리를 내며 고맙다고 했다.
그 목소리는 뭐냐며 너가 웃어댔고
이재환도 그런 너가 재밌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
"뭘 먹을까."
꽤 어두워진 오후에 얇은 외투를 살짝 걸치며 중얼대고 있었다.
이사를 오고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은 터라
오늘 저녁은 뭘 만들어 먹는게 어떨까 생각 중이었다.
베란다로 향해 살짝 바깥을 확인해봤다.
낯선 골목에 마트나 슈퍼는 보이지 않았다.
잘 찾을 수나 있을련지,
괜히 무서운 사람이나 만날까 싶어 외투를 꽉 쥐는 너였다.
너는 옆 집 창문이 보이는 너의 방을 살짝 쳐다보았다.
이웃 좋은게 뭐라고, 이럴 때 써먹어야지.
"이재환 씨?"
창문으로 뭔가 열중하고 있는 이재환을 불러보았다.
너의 말에 바로 고개를 돌리는 이재환이였다.
"말해요."
"죄송한데 여기 근처에 마트 있죠..?"
"아, 마트요? 별빛 씨 건물 오른쪽으로 쭉 가다 보면 철물점이 하나 있는데
그 왼쪽으로 꺾어서 골목 나가시고 횡단보도 한 번 건너면 바로 있어요."
"...네?"
말이 너무 빠르냐며 계속 말해주는 이재환이였지만
알듯하면서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너였다.
"아휴, 기다려봐요."
"아, 아니에요. 대충 알아들었어요."
손사래를 치는 너의 위로 역시나 종이비행기가 날라왔다.
"이거 대단한 연락수단인데요?"
"그쵸?"
너는 종이비행기를 받아들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곤 나가기 위해 종이비행기를 펴 확인해보는데
이 주변 길과 가야할 마트까지 딱딱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우와, 그림 잘 그리시네요."
"미대 재학 중이니까요."
미대 란 말에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너였다.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너가 그제서야
지금 옆 집에서 이재환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재환 앞에 떡하니 나무 이젤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심히 갔다와요."
"누가 잡아가면 어떡하죠."
"별로 잡아갈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너는 농담조로 웃으며 얘기하는 이재환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며 밖으로 나섰다.
정말 그림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마트를 찾을 수 있었다.
장바구니를 하나 빼고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였다.
"고기? 아냐, 혼자서 무슨 고기야."
"헐, 이 만두 맛있겠다. 아, 아냐. 좀 해먹을 수 있는거.."
궁시렁대며 장 보는 것에 열중할 때
너는 예상치 못하게 두부 앞에서 멈춰섰다.
두부를 보니 흰 셔츠만 입고 있던 옆 집 남자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재환이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이뻤는데.
아까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해있던 이재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순간 풍경화를 그리는 재환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는 건 없지만, 연필을 잡아서 미소 짓고 있을 것만 같은 이재환 모습에
한 쪽 심장을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래, 진정해."
너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얼굴 본지 이틀이 지났어, 일주일이 지났어.
겨우 하루 본 주제에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건지 혼란이 찾아왔다.
그러면서도 너는 두부를 꺼내들었다.
오늘 저녁은 마파두부나 해먹지 뭐,
집에 오자마자 냄새나 퍼지라고 창문을 힘껏 열었다.
아직도 그림을 그리는 재환의 뒷모습이 보였다.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너는 후다닥 부엌으로 향했다.
마파두부가 거의 완성될 때쯤 밥이 됬나 확인하는 사이였다.
핸드폰에 알람이라도 왔나 싶어 방으로 들어갔더니
침대 위에 떡하니 종이비행기가 올려져 있었다.
너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하며
종이비행기를 펴보았다.
[맛있는 냄새~ ㅠㅠ 창문 닫아버릴거야!!]
"창문 닫아버릴 뻔 했어요~"
어느새 창문 앞에 바싹 다가와있는 이재환이였다.
"이재환 씨도 뭐 해먹으면 되잖아요!"
"그럴 거거든요!"
너는 입술을 쭉 빼밀고 뚱한 표정을 보였다.
같이 장난치던 이재환은 웃으며 그런 너를 바라보았다.
"맛있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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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8시에 올리려고 했는데 올릴 순 있어서 다행이네요!!ㅋ큐...
최대한 하루에 한 편씩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루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 덧글 감사드려요ㅠㅠ 하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