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것이 슬슬 지겨웠을 즘이었다.
어느새 중앙 쪽에서 농구를 하던 청소년들도 다른 곳으로 사라져있었다.
너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뒤 살짝 고개를 틀었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이 앉아있었음을 깨달은 너가 살짝 옆으로 빠졌다.
"너.. 너무 가깝다."
너가 중얼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재환은 고개를 푹 숙이고 미동도 없었다.
너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살짝 밑에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빤히 바라보니 너무 심심해서였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재환의 모습이 보였다.
재환을 바라보는 너는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계속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부, 눈, 코, 입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말없이 그렇게 계속 쳐다봤다.
깨웠다가 또 어색해질까봐,
그 때, 이재환이 자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이 날씨에 덥나? 라고 느낀 너가 재환의 팔짱 낀 팔을 흔들었다.
"이재환 씨, 자요?"
너의 말에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이재환이었다.
너가 걱정되는 마음에 더 세게 팔을 흔들었다.
"이재환 씨, 자냐고요!"
"으응,. 별빛 씨?"
그제서야 이재환은 살짝 풀린 눈을 치켜 뜨며 너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없는 모양새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공원임을 깨달은 것 같은 이재환이 마른 세수를 했다.
"나 잤어요..?"
목을 흔들며 잠을 깨는 것 같은 이재환을 보던 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쉈다.
"네, 잤어요. 무슨 사람 걱정되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자요."
"피곤했나 보다."
이재환이 민망하게 웃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얼마나 많이 피곤했으면 보는 사람 불안하게,
"많이 피곤해요?"
"아니, 그렇게까지 보였어요? 땀은 더워서 흘린건데."
이재환의 옷을 슬쩍 봤다.
남방에, 털 수북히 달린 반팔에 두껍게 입은 것을 확인한 너였다.
너는 고개를 저으며 너를 쳐다보는 이재환의 눈빛을 피했다.
"..벼.. 별빛 씨, 우와, 내 눈 피했어요?"
"언제 피했어요!"
너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열을 내는 이재환의 모습에
너가 하는 수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너무했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장난 안치면 어떻게 살아요?"
너의 질문에 이재환은 어깨를 살짝 올렸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겠다고 웃어보였다.
*
집에 돌아와보니 문에 뭔가가 붙어져 있었다.
[넌 몇 신데 집에 없는 거임? 곧 찾아온다. 나, 내 이어폰이 기다리고 있다.]
너가 손을 덜덜 떨며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익숙한 글씨체, 어느새 한상혁이 왔다간 것이다.
치밀하게 흔적도 남겨 너의 심장을 쫄리게 했다.
너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걔라면 어디에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아이니까 말이다.
빨리 문을 열고 신속히 문을 잠갔다.
"후우."
너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집 안 곳곳의 불을 켰다.
너의 방 창문도 벌컥 열었다.
옆 집 창문도 열려져 있는 것을 확인한 너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째 아직 열두시도 안됬는데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보며 너가 중얼거렸다.
"비 올려나 봐."
창문에 아무 것도 안 달려 있는 너가 걱정에 빠졌다.
꼼짝없이 창문을 닫지 않으면 너의 침대가 젖어버릴 테고,
그렇다고 창문을 닫자니 이재환을 못볼 테니까,
널었던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렸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컴컴 했지만 아직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친구가 연락이 왔어요! 점심 먹고 와야지~]
아까 날려진 비행기를 보고 너가 옆 집 창문을 바라보았다.
살짝 열린 이재환 집의 창문을 보며 너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거실로 향했다.
라면을 먹기 위해 집 앞 마트에 가려는 찰나,
곧 찾아온다는 상혁이의 포스트잇이 맘에 걸려 그냥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어우, 한상혁. 니가 뭔데 라면도 못 먹게 만들어."
너가 불만스럽게 웅얼거리며 냉장고에서 갖가지 반찬들을 꺼냈다.
점심을 먹고, 티비도 보았다.
너가 살짝 눈을 들어 먼 너의 방을 쳐다보았다.
이 시간이면 집에 도착했을 텐데 비행기는 보이지 않았다.
뭘 기대하는 거야,
이재환도 자기 할 일이 있는데 비행기 보낼 시간이 어딨다고,
괜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은 너가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읏차,"
결국 너는 참지 못하고 너의 방으로 향했다.
옆 집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너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후다닥 종이에다가 옆 집에 보낼 내용을 끄적였다.
"곧 비올 것 같아서... 빠른 답장은...."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너가 이재환의 목소리에 기울였던 상체를 일으켰다.
너를 보고 웃는 이재환의 모습이 보였다.
너는 종이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기다려요! 이번엔 내가 보낼 거니까!"
"인터넷 검색은 많이 했나봐요?"
너는 허허, 하며 바보같은 웃음을 지었다.
이재환은 기대한다며 화이팅을 외치며 사라졌다.
너는 3번의 시도와 2개의 땅으로 떨어진 비행기를 끝으로
이재환의 집에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
*
쏴아아아아아,
큰 비가 대차게 쏟아졌다.
너는 황급히 집 곳곳 창문을 닫기 위해 분주했다.
급히 너의 방으로 향했다.
굳게 닫힌 이재환 집의 창문이 너를 반겼다.
그럼에도 너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비행기는 잘 도착했으니까 읽고 있으려나?"
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굳게 닫았다.
저녁 때가 되서야 굵게 쏟아지던 비가 멈췄다.
너는 비가 그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그도 창문을 열거라는 생각과 달리
몇 시간이 지나도 옆 집 창문은 닫혀 있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도,
그렇게 내일 아침이 되어서도,
꿋꿋하게 옆 집 창문은 닫혀 있었다.
*
[곧 비올 것 같아서 빠른 답장은 기대 안해요.
이건 종이라서 비오면 못 날릴 테니깐요ㅠㅠ
근데 비행기 잘 만들지 않았어요?
비 그치면 꼭 칭찬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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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ㅠㅠ흑
제 생각인데 3편까지가 프롤로그였다면 이번편부터 시작일 것 같아요..ㅋㅋㅋ
헷. 댓글 달아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