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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개아님 전체글ll조회 2883l 2




作.개아님







“태형이랑 정국이는 잠시 남고, 모두 해산.”


나와 함께 나란히 붙어 불리기엔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름이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괜히 불안해졌다. 뭐지. 걸린 게 있나. 전정국에 관한 건 아무도 모르는데. 석진이 형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을 하다 전정국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전정국이 왜 내 이름이 너와 함께 붙어 불리냐,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오늘 동안의 행동을 곱씹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도착했다. 중간에 불려 나가 변함없이 전정국에게 욕을 먹고, 맞고. 뒤늦게 수업에 들어가 보건실을 다녀왔다는 핑계를 대고. 한참을 칠판만 쳐다보며 생각을 곱씹고 있을 즘 전정국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액자 던져서?”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단정 짓지 마.”


그래, 그렇구나. 픽픽 웃어대며 나의 말에 설렁설렁 고개를 흔들던 정국이 책상에 엎어졌다. 야 그냥 네가 나 일러바쳐. 아빠 눈에 좀 띄게. 정국의 말에 그제야 정국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정국을 쳐다보니 정국이 엎드린 몸에서 고개만 쳐올리고 팔목을 흔들어 보였다.


“요새 아빠가 또 나를 무시하더라고. 얌전히 지내서 그런가 봐. 또 자살시도 하려고 했는데.”
“….”
“아빠가 알아챘는지 지나가면서 말하더라고. 한 번만 더 그런 짓 하면, 그땐 우리 엄마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고.”
“아빠가 존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 전에 비서 시켜서 엄마 어딨는지 알아봤는데, 창년 촌에 있다더라. 그 많던 돈은 사치 부리는 데 다 썼다나. 찾아가려다가, 엄마 좆될까 봐 안 갔어.”


사실 가서 또 떡 칠까 봐. 피실 웃음을 터트리며 뒷말을 붙이던 정국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뒤척거리며 소음을 일으키는 전정국이 짜증 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종례가 끝난 지 10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오지 않는 선생님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가방에 넣어두었던 문제지를 다시 꺼냈다. 접어둔 페이지를 찾아 피려는 데 때마침 앞문이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종이 뭉텅이를 들고 미소를 머금곤 들어왔다. 아. 반쯤 열린 문제지를 다시 덮고 의자에 바르게 앉으니 선생님이 전정국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우리의 앞에 와 앉으시고 종이 뭉텅이들을 책상 위에 올렸다.


“자. 정국이 똑바로 앉고. 음……. 얘들아. 오늘 우울증 검사를 했잖아, 어……. 그러니까. 일단 충격받지 말고……. 그, 너희 둘이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나와서.”


아. 내가 우울증이구나. 절로 탄식이 튀어나왔다. 내가 우울증. 괜히 웃음이 터져 나와 피실피실 웃어대자 선생님이 놓아둔 종이 몇 장을 대충 훑더니 말을 이었다.


“태형이는 조울증인데 조증보단 우울증에 더 가깝다고 나왔네. 정국이는…. 우울증이 심하다고 나왔고.”
“나 그거 그냥 찍은 건데. 저 우울증 아닌데요.”
“음, 정국아. 선생님이 분명히 제대로 응해달라고….”
“김태형 같은 병신이랑 저는 달라서. 우울증 나올 줄은 몰랐네.”
“정국아…! 너, 너너. 원래 그런 애…… 아니, 너 선생님 앞에서 말버릇…….”
“왜, 전화라도 하게요?”
“정국이 너. 원희처럼 그런, 하. 아무튼. 그래, 어머니한테 전화할 거야. 너 조금 있다 교무실로 따라와.”


담임은 올해 처음 교사가 된 새내기였다. 전정국 같은 학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르는 것인지 쩔쩔매더니 이내 저 혼자 열이 뻗쳐 귀 끝이 새빨개졌다. 그런 담임의 말에 전정국이 가소롭다는 듯 비소를 날렸다.


“나 엄마 없는데.”
“전정국!!”


담임은 할 말을 잃은 듯 허, 하참. 나참.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어이가 없음을 표하더니 나름 무섭게 보인답시고 인상을 쓰고 말했다.


“너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짓말은 하는 거 아니야. 떡하니 '모'란 에 어머니 성함이 기재되어있는데.”
“진짜 없어요. 근데 '모'란 에 엄마 이름이 적혀있다고? 아빠가 미쳤나 봐. 제정신이 아니야.”


가만히 앉아 전정국의 말을 듣고 있자니 기가 막혀왔다. 어쩜, 말하는 게. 덜 배운 티를 내는 것처럼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선생님께 대드는 걸로도 모자라서 제 아비까지 욕을 하다니. 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울을 보고 욕을 내뱉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자살시도를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엄마가 나타나 매번 포기하고 말았지만. 선생님의 귓가가 더욱 붉어졌다. 선생이라는 저의 앞에서 예를 갖추지 않고 욕을 서슴지 않는 학생이 몹시나 꼴 분 견인 모양이었다. 전정국은 선생님을 더욱 도발했다. 저것도 아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전정국의 행동을 3자의 입장에서 쳐다보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며 웃어대니 전정국이 선생님에게로 향해있던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왜 웃냐, 너.”
“웃기다.”
“뭐가.”
“너 되게, 7살짜리 애 같아. 그렇게 관심 받고 싶어?”


뭐라는 거야, 이 씨발년이. 선생님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곧바로 의자에 발길질을 가하는 정국에 선생님이 놀란 듯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야! 너 정말! 급하게 몸을 일으켜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괜찮아? 하고 물어온다. 아, 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전정국을 쳐다보니 전정국 역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웃네?”
“….”
“재밌지 태형아.”
“…….”
“선생님이 뭘 모르시나 본데 우리 이러고 놀아요. 사이 좋잖아.”


그지, 김태형. 선생님의 옆에 서 있는 나의 목에 팔을 감아 자신의 쪽으로 당기더니 제 머리를 나의 머리에 기대고 선생님을 향해 빙긋 웃어 보인다. 
감겨있는 목에 소름이 돋았다. 
더러워.


“……아무튼, 둘 다. 병원 한 번 가봐.”
“같이 가요? 오늘?”
“너네 둘 다 시간 빌 때. 같이 가는 게 좋고.”


담임의 말에 온몸이 굳어갔다. 내 등 뒤로 손을 집어넣은 전정국이 척추를 따라 손가락을 세워 슬슬 올라왔다. 진짜 더러워. 더러운 새끼.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에 인상이 절로 쓰였다. 선생님은 홀로 분을 삭이더니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종이 뭉치를 대충 뭉치더니 전정국을 쳐다보았다. 꽤 강압적인 눈빛이었으나 전정국은 그런 담임이 고까운 듯 피식피식 웃으며 나의 엉덩이를 톡톡 치곤 눈썹을 한번 으쓱하였다.


“그리고 전정국,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넌 나 따라와.”


먼저 반을 빠져나가는 담임의 등을 바라보다 여전히 내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는 전정국의 손을 쳐냈다. 힘없이 쳐지는 손을 보며 피식피식 실소를 터트리던 정국이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태형이. 자꾸 좆같이 군다.”
“안가고 뭐해?”
“여기서 기다려. 오늘따라 교실에서 하고 싶네.”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은 전정국은 열린 앞문으로 담임의 뒤를 따랐다. 전정국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 다리가 절로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벌레가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씨발 진짜.


“아, 더러워.”


서랍에 들어있는 커터칼이 자꾸.


“진짜 좆같다.”


엄마가 떠오르게.










존재의 위로
07










“태형아, 잠시만 나와 볼래.”


헛소리를 짓거리는 전정국을 무시하고 계속 문제만 풀고 있는데 뒷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뒷문을 살피니 석진이 손짓을 했다. 샤프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전정국이 손목을 잡아왔다. 뭐야. 고개를 돌려 전정국을 쳐다보니 전정국이 씩 웃어 보인다. 태형아, 갈 거야? 밝게 물어오는 전정국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하는 얼굴로 정국을 흘겨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정국에 의해 앉혀졌다.


“왜 가.”
“무슨 상관이냐고.”
“이번엔 뽀뽀가 아니라 키스하려나.”
“…….”
“장난감이 다른 사람 손 타는 거, 진짜 좆같은데.”


장난스러운 얼굴로 고민하는 척하던 정국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가면 되겠네.”
“미쳤어?”
“조금만 기다려, 우리 태형이. 심심해도 참고.”


머리를 거칠게 헝클인 정국이 곧바로 반을 빠져나갔다. 석진은 당황한 눈치였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석진을 향해 가려는데 정국이 입을 벙긋했다. 
왜 와. 키 스 하 고 싶 어? 
잠시 멈칫했다. 가까이 가자니 전정국은 정말 내 머리채를 잡아채고 입을 부딪칠 것 같았다. 아 씨발. 석진은 저의 앞에 서서 멀뚱히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는 정국과 멀리 반쯤 몸을 일으켜 있는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곤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더니 제 앞에 있는 정국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 우린 나가서 이야기를.”
“태형이랑 할 얘기가 있는 거지, 너랑은 할 얘기가 없는데.”


석진의 말에 정국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더니 말했다.


“아아. 태형이가 말을 안 했나 보구나.”
“…….”
“우리 태형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해요, 개새끼라.”
“…….”
“우리 개새끼, 내가 키워야지. 버리면 너무 불쌍하잖아. 부모도 없는데.”


그러니까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애들 다 쳐다본다. 전교 회장이신데. 입꼬리를 올리며 웃은 정국은 석진을 이끌고 뒷문을 벗어났다. 태형은 정국을 쳐다보았다. 전정국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곤 입술을 깨물었다. 불안한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아, 정국의 뒷모습을 보게 된 까닭일 수도 있고.





학교 뒤뜰에 도착하자마자 정국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어투는 상당히 신경질적이었다. 김태형한테 자꾸 집적대지 마. 석진은 정국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물었다.


“그 개새끼, 내가 분양해도 되지?”
“아니. 내꺼야. 난 내가 질릴 때까지 쓰다가 버려서.”
“아아. 그럼 잠깐만 빌려줘도 되는데.”
“뭐하게?”
“알 필욘 없고.”


그럼 못 빌려주지. 널 어떻게 믿어. 언제 웃었느냐는 듯 금세 표정을 굳히고 저를 쳐다보는 정국에 석진이 실소를 터트렸다. 아니 네가 뭔데. 어이없다는 듯 물어오는 석진에 정국이 되레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김태형은 내 전용 장난감이야.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내가 빌려줘. 정국의 말에 석진이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정국을 쳐다보았다.


“혹시 너 김태형 좋아해?”
“내가 미쳤다고.”
“그럼 상관없잖아. 난 김태형이 좆같아서. 빨리 김태형을 절망에 빠트려서 죽여버려야 해.”
“왜.”
“김태형 옛날에 존나 잘살았던 거 알아? 그 새끼 할아버지가 존나 잘살았었어. 우리 아버지가 사업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나. 그 새끼네 할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엿먹였거든. 제 사업에 방해된다고. 아버지가 자살한 거 있지. 그 새끼 할아버지 때문에.”


정국이 탄식을 내뱉었다. 
김태형 진짜, 이 씨발새끼. 넌 왜 자꾸. 
정국의 귓가에 울음 기를 가득 머금은 태형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 할아버지가 부도가 나셔서. 엄마가 고생했었어. 외할아버지가 얼마 안 있으셔서 실종되셨는데.


“형이랑 엄마가 이 악물고 회사 다시 살렸어. 그리고 역으로 갚았어. 그 새끼네 할아버지 회사 망하게. 그 이후에 그 새끼 할아버지 죽어서 장례식장 갔었는데.”
“…….”
“씨발 존나 울고 있더라고. 좆같게. 왜 뒤졌는지도 모르나 봐.”


사람을 자꾸. 


- 나중에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랑 달려갔는데. 자살하셨다더라. 엄마가 충격을 많이 받으셨어. 나도 그렇고. 그때 진짜 너무 울었었는데.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왜 너한테 하고 있냐. 오해하진 마. 불쌍하게 봐달라고 한 말 아니고, 정말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그래. 너한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으니깐, 진짜 오해하지 마.


“그래서 깨닫게 해주려고. 자기 집안이 참 좆같은걸.”
“미친놈.”
“그리고 무너트려야지. 그 새낀 행복할 권리가 없어. 우리 아버지를 죽게 한 집안에서 태어났잖아. 분명 그 할아버지의 축복을 받았겠지. 아, 생각만 해도 짜증 나.”
“…….”
“또. 집안이 좆같아서 그런가. 그 새낀 태생부터 더러운 피였는지. 씨발 옆에 있을 때마다 냄새가 나서.”
“…….”
“그런 새끼들은 당장 없애버려야지.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게 얼마나 불쾌한 일이야.”


죄책감이 들게 만들어.

정국은 입술을 깨물었다. 석진이 말을 이었다.


“사람이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아? 가족이 자살했을 때. 파산해서 당장 길거리에 내쫓길 때. 믿었던 사람, 사랑했던 사람한테 배신당했을 때.”
“…….”
“난 김태형을 배신할 거야, 날 사랑하게 만들어서. 그럼 김태형은 절망에 빠지겠지.”
“…….”
“견디지 못하고 자살할 거야. 그럼 내 목표는 끝난 거고.”
“또라이 새끼.”


석진은 계획을 말하면서 웃었다. 정국은 석진이 웃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미친 새끼. 돌아버린 게 틀림없어. 정국은 태형이 불쌍했다. 김태형은 가족이 자살했다. 절망에 빠졌다. 엄마가 자살한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집안이 파산했다. 할아버지가 부도가 났다고 했지. 길거리에 내쫓긴 건 아니더라도 힘들게 살았다고 말했었던 것 같다. 김태형은 또 절망에 빠졌다. 남은 하나, 믿었던 사람, 사랑했던 사람한테 배신당할 것. 김태형은 또 절망에 빠지겠지. 비극적인 상황을 모두 겪었으니 미쳐버릴 거야. 아마 손목을 그어버리겠지. 김태형은 우울증이니까. 그럼 난 뭘 하지? 김태형을 위로해줘야 하나.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그렇게 저를 괴롭히던 애가 갑자기 위로를 해주면 의심할 거야. 얘도 날 배신하려고 하나. 난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할까. 죽어버려야지. 
틀림없었다. 김태형은 모든 경우를 가장 비극적으로 내세웠으니깐.


“김태형이 네 장난감이라고?”
“어. 그러니까 김태형 건들지 마, 이 씨발놈아.”
“변명을 해도 참,”
“뭐가.”
“김태형 좋아하잖아, 너. 그러니까 이렇게 내가 김태형 엿먹인다니까 안달이 난 거겠지.”


석진은 정국을 잘 안다는 듯 말했다. 정국은 잠시 뻥 졌다. 어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놀라서였다. 내가 누굴 좋아해. 김태형이 조금이라도 좋아 보이려 하면 되려 못되게 굴었다. 간혹 김태형이 눈물을 흘릴 땐 더 때렸다. 좋아해선 안 돼. 이 생각만 가지고. 어느 날은 김태형이 피를 흘렸다. 때렸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미쳐버릴까 봐. 김태형의 얼굴을 감싸 안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릴까 봐. 정국은 괜히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김태형을 좋아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엄마를 닮은 그 얼굴을 좋아하는 거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아빠가 자살하더니 머리가 돌았나.”
“…….”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정국은 부정했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김태형을.


“그래. 그럼 상관 없는 거네. 김태형 그 새낀, 아주 내가 엿먹일테니까.”


석진의 말에 정국이 생각을 멈추었다.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넌 구경이나 해. 옆에 서서.”


석진은 모든 걸 다 안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마냥. 특유의 거만한 얼굴로 정국을 깔보았다. 네가 암만 부정해도, 난 모든 걸 다 알아. 석진의 눈에서 비추어지는 말이었다. 정국은 그런 석진의 표정에 괜히 불안해졌다. 나는. 난. 나는 그러면. 아아.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정국은 그동안의 기억을 떠올렸다. 김태형을 때릴 때, 김태형이 울 때, 김태형이 웃을 때. 김태형이 잠을 잘 때. 김태형과 몸을 섞을 때. 저의 표정을. 아. 정국은 깨달았다. 나는 김태형을 좋아해. 그런데 그게 엄마를 닮은 거라 그런거면? 마음속에선 두 가지의 갈등이 일어났다. 난 김태형을 좋아해. 아니야, 넌 엄마를 닮은 그 얼굴을 좋아해. 정국은 갈등했다. 나는 김태형 자체를 좋아하느냐, 그의 얼굴을 좋아하느냐. 정국은 잠시 고민했다.


“좆 까. 김태형 건들면 죽여버릴 거야. 진짜로.”


그리고 이내 인정했다. 저는 김태형을 좋아한다. 애초에 싫어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엄마도 그렇게.


김태형 옆에만 있으면 괜히 웃음이 실실 터져 나왔다. 본심이었다. 김태형에게 장난을 걸면 틱틱 받아쳐내는 그 손길이 너무 좋았다. 욕을 먹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더 괴롭혔다. 김태형이 짜증을 내는 게,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게.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정국은 딱 초등학교를 재학 중인 11살짜리의 심리와 똑같았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괴롭혀서 관심을 표현하는. 엄마를 닮아 호기심이 생긴 것은 맞았다. 사실 처음 봤을 땐 정말 싫었다. 싫다기보단 미웠다. 그래서 괴롭힌 마음이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태형 자체가 좋아졌다. 언제부터였는진 모른다. 
그냥 어느 날 보니까. 그냥 좋았다. 


그래도 이 마음을 김태형에게 표하고 싶진 않았다. 거절당할 게 분명했으니깐. 김태형이 저를 쳐다보는 표정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으니까.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보듯. 말을 걸면 눈에선 생기가 사라졌고 조금이라도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일직선으로 내려갔다. 살짝 벌어졌던 입술은 굳게 닫혔다. 몸은 경직되었다. 이 모든 게 저를 싫어하기 때문이 분명했다. 반면 내가 아닌 김석진을 쳐다볼 땐? 세상엔 김석진밖에 없는 것처럼, 이제껏 본적 없던 그 사랑스러운 눈으로, 표정에 미소를 가득 담고. 정국은 허,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앞에 서 있는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올린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김태형이랑 지내더니 뇌가 퇴화했는가. 그나마 말이 좀 통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병신이 된다더니. 사실인가 보네. 병신새끼. 좋아할 애가 없어서 그런 더러운 새끼를.”


김태형이 불쌍했다. 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누가 좋아한데. 착각도 적당히 해. 넌 진짜 네 아빠 자살하고 대가리가 돌았나 보다. 빨리 정신병원 가봐. 망상증이 좀 심각한 수준인데.”


나도 불쌍하다. 난 왜 하필 김태형을.


“내가 김태형을 감싸는 이유는 단 하나야. 김태형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김태형은 내꺼야. 내 장난감이라고, 놀이방 땅바닥에 널브러진 팔이 헤져서 솜이 튀어나온 인형 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난, 이제 김태형을.


“내가 망가트려 놨어, 그 새끼는. 마지막까지 내가 망가트릴 거야. 어디서 굴러들어온 새끼가 내 장난감 망가트리는 거 난 허락 못 해. 내 채취가 묻어난 망가진 인형, 버리는 것도 내가 해. 그러니까 진짜 건들지 마. 경고야, 무시하지 마.”


무너트릴 거다. 김석진이 볼 수 없게. 김석진을 볼 수 없게.


“건들면 그땐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정국은 함께 무너지는 방법을 택했다. 티를 내면, 안 돼. 정국은 이제 연기를 시작한다. 김태형을 싫어하는. 
안타깝게도 정국은 연기를 매우 잘했다. 태형은 평생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


끄앙 독자여러분 한달만이네요...!
보고싶었어요ㅠㅠㅠ 한달만인데 분량은 쥐똥만큼 들고왔죠 ㅎㅎ....
이제 석진이의 비밀이 나왔습니다! 
태형아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ㅇ벗어. 세상은 혼자살아가는거란다. ( ͡° ͜ʖ ͡°)


글에 비해 포인트가 많은 이유는 댓글좀받으려구여.....(애잔)
완결나면 모든 글은 포인트10으로 바꿀생각이에요~
아그리고 혹시 몰라 이야기하는데


作.개아님 밑부터

존재의 위로
○○

위까진 모두 과거이야기에요. 혹시 오해나 착각하시는분이 계실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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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아님
아 그리고 써주시는 댓글은 모두 잘보고있어요 :) 답글 못달아드려서 죄송해요ㅠㅠ
9년 전
독자1
우오...오랜만이에요..항상 작가님글은 정말 재밌고 길어요!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ㅜㅜ재밌게보고가여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아 대박 진짜 분위기봐........작가님 진짜 와...이세상에 있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글이 정말...환장..환장하겠다진짜....아...대박...진짜...와...어...말이 안나올라 그래 대박 진심 분위기 짱..하...작가님 저한테 시집올 생각없으세요...? 2년반뒤에 미자탈출하는데 데리고살게요 진심 대박 와.......일요일 밤이 이렇게 행복한 적은 또 처음이네 진짜...와나...
9년 전
독자3
헐... 석진이에게 저런비밀이. 이중인격이네요 무서운사람... 근데 뭔가 석진이는 저런 악역싸이코가 안어울릴것같은데 묘허게잘어울리네요ㅋㅋㅋ 계속 석진이 목소리랑 얼굴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잘어울려..!!!!
9년 전
독자4
현기증/ 진짜진짜 기다렸어요ㅠㅠ 분량 좋아요ㅠㅠ 그런데 와.. 석진이가 저런 비밀을 가지고 접근했을 줄 이야... 태형이는 왜 행복해하면 안돼는건지ㅠㅜ 정국이가 태형이를 보호해주길 바랬는데 석진이가 무너뜨리기전에 같이 무너지는 걸 선택했네요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아,헐 대박..기다렸어요ㅠㅠㅠ아,진짜 너무 재밌어요ㅠㅠㅠ김석진 착한사람인줄알았더니만은..전정국..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헐 오랜만이에요ㅠㅠㅠ김석진.....착한사람인줄만 알았건만!!!믿는도끼에 발등찍혔네ㅠㅠㅠㅠ정국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오랜만이에요작가님!!ㅠㅠ완전기다리고
있었어요!!김석진ㅠㅠ충격이네요..ㅠㅠ

9년 전
독자8
우와!!완전오랜만이에요!! 석진이...난진짜착한선배가 태형이 구원해주는줄알았어요...정국이랑 같이무너지다니...안좋은 예감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이렇게 정국이는 태형이의 이야기에 악역이 되는건가요.. 굉정히 슬프네요..
9년 전
독자10
석진아ㅏ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헐...엄청난 대반전이예요..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ㅜ심장이 두큰두큰하네여ㅠ.ㅠ.ㅜㅠㅜㅠ같이 무너지다니..ㅠㅜㅠㅜㅠㅜㅠㅜㅜㅜㅜ 얽기고또 얽길수도 있겠네요..ㅠㅜㅠㅜㅜㅜ 슬픈스토리다..ㅠㅜㅠㅜㅜ으악.ㅠ.ㅜㅠㅜㅠ세상엔 믿을사람 하나없어..태형아.ㅠ.ㅜㅠㅜㅠㅜㅜㅜㅠㅜ 그래도 분량 짱!
9년 전
독자12
ㅜㅜㅜㅜㅠㅣㅜㅜㅜ왜이제오셨어요!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보고싶었는데이런내용에분량이면감사합니다..ㅣㅡㅞㅡㅜㅠ자주오세요자까님.....ㅣ사랑해여....♥
9년 전
독자13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석진이만큼은 태형이 옆에서 잘 챙겨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국이랑 석진이가 다 태형이한테 나쁜 사람이 되는 걸까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14
석진이가............ 대박사건! 태형이 내가 지켜즈고싶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5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재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잘보고가요!
9년 전
독자16
안도ㅑ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국아그러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7
헐김석진....ㅠㅠ앙돼 이러지말란말이야..어으
9년 전
독자18
와오ㅜㅜㅜ 진짜 좋아하는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반전이네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9년 전
독자20
멘붙zzzㅋㅋㅋㅋㅋㅋㅋㅁ??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21
헐......완전 멘붕?!?!!?!석진이가 태형이를 좋아하는게 아니었다니ㅠㅠㅠㅠㅠㅠ태형이 안쓰러워서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ㅠ정국이가 태형이 좋아하는걸 깨달았는데 서로 망가지자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행복해야되는데 태형이도 정국이도ㅠㅜㅠㅜ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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