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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엔야 전체글ll조회 486l

시원한 장대비 소리가 루한의 귀를 간질였다.

루한은 빗소리에 창문을 열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마른 얼굴이 비에 점차 젖어갔고 루한은 닦을 생각없이 그저 비를 맞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거세어져가는 빗발에 루한은 창을 닦고 한숨을 내쉬었다.

 누이와 자형에 대한 걱정과 하늘에 대한 원망이 섞인 한숨이었다.

 

제가 가마타고 이 집에 올 때에는 참으로 화창하더니 하필 이 때 장마가 시작되다니...

날씨 좋을 때에 의주로 떠나도 한참 걸리는 거리인데

장마 시기에 의주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루한은 머리 속으로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져 바닥에 벌러덩 눕고 다리를 꼬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다시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댔다.

 

벌써 호판의 집에 들어온 지 아흐레가 지났다.

루한은 그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 해 좀이 쑤셔 죽을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여장을 해야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치마에 발이 걸려 넘어질까봐 밖에 잘 나가지 않았고,

족보가 팔리어도 양갓집 규수처럼 대해준 덕에 종처럼 어디 불려갈 일도 없으니 진짜 방 밖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다.

 

활발한 성격에 축국까지 즐기는 그에게는 이런 생활이 답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답답한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알 수 없어 정말 암담했다.

 

 

 

 

 -

 

 

 

 

가마가 순간 덜컹였다.

루한에 그에 놀라 외마디 소리를 냈다가 제가 내뱉은 목소리에 놀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무리 낯이 고와도 사내는 사내다.

다른 사내들처럼 목소리가 걸걸한 것은 아니었으나 여인들처럼 여린 것도 아니었으니 늘 조심해야했다.

다행히 청지기는 루한의 목소리를 듣지 못 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착했습니다요, 아가씨."

 

잠시 후, 가마가 멈추고 밖에서 들리는 청지기의 말에 루한은 조심스레 가마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는 제 눈 앞에 떡 하니 서있는 대문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집안이 몰락하기 전에도 살았던 집도 거대하다 느꼈는데 호판의 저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루한은 청지기가 대문 안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문이 열리는 것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덜컥 겁이 났다.

 

지금 제가 들어가려는 집이, 그리고 속이려는 집의 주인이

왕명을 집행하는 행정 기관인 육조의 호조, 그 중 으뜸 벼슬인 호조판서, 호판이 아닌가.

자칫 잘 못 하다간 저뿐만 아니라 누이와 자형까지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어쩌면 저 거대한 저택에서 도망치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고위 관직은 노론이 모두 꿰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만약 제가 도망 가거나 심기를 거스른다면 다른 육조, 병판에게 말해 저를 죽이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병판 대감과 호판 대감이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저잣거리 코흘리개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루한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한다. 누이를 위해서. 자형을 위해서.

 

그리고 그는 청지기의 부름에 천천히 조신하게 걸어갔다.

발끝에 걸리는 치마가 신경쓰였지만 최대한 조심하며 앞을 보고 걸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닫히는 문 소리에 루한은 자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벌써부터 위축되었다.

 

루한이 다시 속으로 정신차리자는 말을 되뇌일 동안,

청지기가 사랑채의 방문을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대감마님, 안에 계십니까요? 아가씨 오셨습니다요."

 

"벌써 돌아온게냐? 채비를 하고 곧 나가마."

 

청지기는 이 말을 그대로 루한에게 전해주었고, 루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살핀 것은 담인데 꽤나 높아 담을 타고 도망치기는 힘들어보였고,

그렇다고 대문으로 나가려해도 장정 두 명이 합심해 문을 닫은 것을 보니 대문으로 나가는 방법도 힘들 것 같았다.

 

담 근처에 커다란 나무라도 없나 싶어 계속 둘러보던 도중 한 여종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종은 루한을 빤히 쳐다보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갔다.

저 곳은 안채가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하던 루한은 청지기의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가씨, 대감마님 나오십니다."

 

루한은 사랑채에서 걸어나오는 남자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 집의 주인인 오선무는 매우 점잖게 걸어오는 것 같았으나 루한은 그 걸음걸이가 방정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입증이라고 하는 듯이 오선무의 신발코는 흙에 채여 있었다.

오선무가 제 앞에 다다르자 루한은 약간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대감께서도 방정맞게 오신다고 고생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을 속으로 삭인 루한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대감께서 보내주신 가마 덕에 편히 잘 도착하였습니다."

 

"허허,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목소리가 나쁘구나. 고뿔이라도 든 것이냐?"

 

예상한대로 목소리를 아무리 가늘게 해도 사내인 티가 나나보다.

루한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소녀, 몸이 유약하여 고뿔이 자주 들어 목소리가 형편없습니다."

 

"허허, 죄송해야 할 필요는 없단다."

 

인자하게 웃던 선무는 외마디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루한은 살짝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한 여인과 사내가 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필시 대감부인 강 씨와 그의 아들 오세훈일것이다.

 

강 씨는 인자하게 웃는 낯으로 우아하게 걸어왔지만 어쩐지 제 어미와 같은 요기를 느낀 루한은 강씨를 빤히 쳐다보다가

강 씨가 자신과 눈을 맞추자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대감, 이 무더운 날에 어찌 나와계십니까? 이... 아이 때문입니까?"

 

루한은 저를 향해 내뱉는 강 씨의 말에 적의를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를 향한 투기였다.

그 투기의 이유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인는지, 저를 견제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강 씨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소, 부인.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어찌 마중을 아니 나갈 수 있겠소?"

"호호, 소첩도 그리 반겨주시면 좋을련만... 그보다 소첩, 궁금한게 있습니다.

대감께선 어찌 노론도 아닌 남인 집안의 아이를 들이시는지요? 게다가 저 아이는 족보마저 없는 아이가 아닙니까?

방정맞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궁금하여 지금 물어봅니다.

그리고 대감 몸은 평안하신지요.

요새 대감이 더위에 바깥 출입을 하지 않으셔서 그 동안 걱정을 하였는데 이 모습을 보니 무탈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우아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엔 엄청난 독기가 들어있었다.

더위에 바깥 출입을 자제하며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한 사람이 고작 남인 계집 하나 보겠다고 득달같이 달려나온 것을 못마땅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 씨의 말대로 같은 노론 집안의 규수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는데 하필 남인 집안의 계집이었으니 속이 뒤집어질만 했다.

 

선무는 남인 계집과 제 아들 앞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한다는 것이 못마땅해 속으로 혀를 찼다.

방정맞은 년, 어디서 감히...

하지만 이 주위에는 종들 뿐만 아니라 남인 계집까지 있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노론에 대한 나쁜 인식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데 함부로 화를 냈다가 남인 계집이 겁이라도 먹으면 큰일이다.

선무는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인채 대답했다.

 

"부인은 당파가 그리 중요하시오? 게다가 이 아이가 비록 남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 아이 아비는 나의 글벗이었소.

벗의 사연을 다 알면서 모른 체 할 수 없었기에 도와주는 것이오.

게다가 족보가 팔리어도 양반은 양반이오. 그러니 그런 말 삼가시오."

 

거짓말이다. 아버지에게 노론 집안의 글벗이 있을리 만무했다.

게다가 벗의 사연을 다 알면서 모른 체 할 수 없다면 왜 제 누이만 불렀을까.

저는 서얼이고 누이는 양반이라서? 웃기지도 않아.

 

그리고 선무는 루한을 쳐다보며 말했다.

 

"윤아야, 내가 대신 사과하마. 그리고 경계하지 말거라.

지금의 노론과 소론, 남인은 한 가지에서 나뉜 것 뿐이고 같은 뜻을 가진 스승에게선 배운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여전히 한 가지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 경계하지 말고, 걱정말고 편히 지내거라."

 

그 말에 루한은 실소했다.

 

한 가지? 한 스승? 여전히?

호판이라더니 멍청하기 그지없다.

환국이 발생한 지 채 50년을 겨우 넘겼을까 말까인데 지금 한 가지라는 말이 나오는가?

그 때 노론, 서인들에 의해 남인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게다가 한 가지였을 때는 사림파 무려 200년 전이다. 그리고 그 동안에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지 않았던가?

게다가 한 스승이라고 하면 사림파, 그 위의 사학파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사학파들이 누군가.

고려 왕조 유지를 외치던 정몽주 세력이 아닌가.

반역 사상을 가지고 있는 멍청한 사내로군. 이런 자가 육조에 있으니 나라가 기울어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구나.

 

 다행히도 루한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가 실소짓는 것은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 덥지 않느냐. 이제 너는 우리와 가족과 다름없다.

그 장옷 좀 내리어 얼굴 좀 보여다오."

 

선무의 말에 루한은 그럼 그렇지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루한은 사내다운 손을 최대한 끝동 안으로 숨기며 장옷을 내렸다.

 

루한의 얼굴을 가렸던 장옷이 사라지자 선무는 감탄했다.

장안에서 소문난 미인이라더니 절세가인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구나.

뒤에서 별 이상한 말을 들으면서까지 남인 계집을 데려온 보람을 느낀 선무의 눈은 점차 욕망으로 가득 찼고,

루한은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미소지었다.

제가 와서 망정이지, 누이가 이 시선을 받았어야 했을거란 생각에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그리고 루한은 욕정에 가득 찬 선무의 시선을 받으며 조심스레 그의 가족을 관찰했다.

선무는 지체있으려 애쓰는 욕정 가득한 늙은 뱀같았고,

강 씨는 표독스런, 독기를 품은 뱀 같았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오세훈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확실한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역시 뱀처럼 속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뱀과 같자 루한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 참, 사대부(士大夫) 집안이 아니라 사대부(蛇大夫) 집안이로구나.

 

선무가 계속 루한을 쳐다보고 있자 심기불편해진 강 씨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그제서야 정신 차린 선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소문이 너의 미모를 다 담아내질 못 했구나.

그리고 이제 윤아는 저 별당에 머무르거라."

 

 

 

 

 

-

 

 

 

 

깜박 잠이 들었나.

눈을 떠보니 천장이 보였다. 벽에 기대 있다가 잠든 것을 누가 침상에 뉘여준 모양이었다.

헌데 누가...

아, 옥이가 이리 했나. 하지만 옥은 나이 어린 여종이었다. 그 아이가 저를 옮길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여봐라, 옥이 게 있느냐?"

 

"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

"누가 나를 침상에 옮기었느냐?"

 

"도련님이십니다."

 

도련님? 오세훈?

루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남녀가 유별한 이 세상에 방에 들어와 저를 옮긴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별당을 찾았는지 아느냐?"

 

"저도 잘..."

 

옥이 말끝을 흐리자 루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을 옮긴 것은 둘째치고 감사 인사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 되었기 때문이었다.

왠만하면 그 집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한참 고민하던 차에 옥이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리고 도련님께선 감사 인사를 받지 않으시답니다.

혹시 고민하거나 찾아올지 모르니 미리 일러두라 하셨습니다."

 

옥의 말에 루한은 고민 덜어줘서 고맙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실소했다.

진짜 웃긴 놈이구만.

 

 

 

 

 

 

 

 

쓰차여서 그 동안 못 왔어용... 그래서 좀 길게 길게 적었는데 끝이... 끝이? 마무리가 이상하네요... ㅋㅋㅋㅋ

그리고 원래 별당은 그 집안 자식들이 머무는 공간이지만 머물 곳이 딱히 없어서 별당으로 했어욯ㅎㅎㅎㅎㅎㅎ

짧은 상식이 드러나넹...

 

그리고 위에 적힌 蛇는 뱀 사 자 입니다. 뱀같은 양반집이란 뜻으로 썼어요.

마침 발음이 비슷해섷ㅎㅎㅎㅎ

 

오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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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꿀잼ㅠㅠㅠㅠㅠㅠ잘보고 갑니다
9년 전
엔야
감사합니다 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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