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계곡 가고 싶어."
바다보다 산이 좋다는 이재환의 말.
그건 너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너와 이재환은 계곡에서 신나게 놀자고 다짐했다.
*
미쳤다, 미쳤어.
허둥지둥 너가 옷을 고르며 내뱉었다.
하필 산이라 입고 싶은 나풀나풀한 치마도 못 입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만날 시간이 다가와있었다.
"어흐, 안 어울려."
그 와중에 멋은 내겠다고 괜히 안 어울리는 모자를 눌러썼다.
돌려 써보고 거울도 보고 최대한 안 어색해 보이도록 갖은 치장을 했다.
티비에서 쏼라쏼라 소리가 들려졌다.
너가 양말을 신으며 콩콩 뛰어가 티비 앞에 섰다.
'오늘 낮에 중부 지역에 많은 구름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어? 안 되는데!"
소리를 외치다 순간 중심을 놓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으억, 소리를 내며 머리를 얼굴에 박은 너는 너무 아파 계속 굴렀다.
"별빛아! 괜찮아!?"
멀리 창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괜찮다고 끙끙 대며 크게 외쳤다.
허리를 부여 잡고 일어나 티비를 껐다.
너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딱히 신뢰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건물, 얼마나 가깝길래 바닥에 넘어진 것도 다 들리는 거야.
*
집 밖을 나서자 건물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이재환을 볼 수 있었다.
너는 수줍게 손을 흔들며 내려왔다.
"많이 기다렸어?"
"별로?"
이재환은 너가 옆에 서자 몸을 기대어 너의 몸을 툭 쳤다.
너가 이재환을 바라보니 이상한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며 걸어갔다.
"가자, 별빛아."
"어디 산 갈건데?"
"내가 자주 먹을 거 싸들고 갔던 산이야, 아. 뭐 좀 사갈까? 닭강정?"
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재환은 웃으며 가방을 앞으로 매고 지갑을 꺼냈다.
너는 둘이 놀러간다는 것에 마냥 기분이 좋았지만 어제 그 일 때문에
뭔가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다.
물론, 이런 쪽으론 전혀 감이 없는 너라서 괜한 생각이라고 단정지었다.
"아, 시간이. 우리 택시탈래?"
태, 택시..?
목적지도 모르는 너가 이상하리만큼 묘한 기분을 느꼈다.
너가 사색이 된 얼굴로 이재환을 쳐다보았다.
"버, 버스는 안 가?"
"가긴 가지. 그래, 그럼 버스타자."
이재환은 너 얼굴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모르고 버스정류장으로 너를 안내했다.
너는 둘이 있을 때 이런 감정을 처음 느끼며 버스가 오나 안오나 확인하는
이재환의 뒤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버스를 탔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는 버스에 있는 건 너와 이재환, 그리고 버스기사님 뿐이었다.
너가 헛웃음을 치며 뒷자리로 향해 단 둘이 앉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 버스엔 손님이 없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여기가 종점이구나."
"응! 되게 한적하고 좋지?"
이재환이 너에게 물을 건내며 말했다.
너는 받은 물을 마시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버스는 이해가 가지만 하늘은 시커먼게 진짜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
출발한지 몇 분이 넘자 조금씩 오는 잠에 눈을 깜박였다.
이재환이 그런 너의 얼굴을 살폈다.
"몇시에 잤어?"
"아, 어..? 2신가.. 3신가..."
"그럼 조금 자. 도착하려면 멀었어."
너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완 다르게 탄 사람도 많았고 몇몇의 청소년들이 이재환 옆에 붙어있는 너를
아니꼽게 쳐다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뭐, 연예인 옆에 오징어. 그 느낌이냐 지금?
너가 살짝 눈을 감았다.
이재환이 조심스럽게 너의 얼굴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주었다.
너는 그 순간 잠에 푹 빠져들었다.
자고 있는데 꿈을 꾼 것 같았다.
아까 이재환이 준 물에 약이 있었고 너는 그걸 먹고 푹 잠이 든 것이다.
눈을 떠보니 웬 한적한 산 속에 둘이 있고 이재환은 너를 보며 지긋이 쳐다보는.
"허."
너가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눈을 부릅 떴다.
이재환이 당황한 듯이 너를 바라보았다.
"대단한데? 거의 다 왔어, 일어나."
너가 풀린 눈으로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 버스 그대로, 아까 그 청소년들도 그대로.
정말 생각하는 게 이상해지나보다.
*
쏴아아아아아아.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비가 오는 것이
하늘이 뚫린 것만 같았다.
"그냥 올라갈까..?"
"계곡물 불어나면 위험해."
이재환도 매우 곤란한지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너의 눈치를 살폈다.
"이 근처에 비 피할 곳이 있긴 한데,"
"한데?"
"여기 바로 앞이 친구 집인데,"
"인데."
"택운이랑 학연이는 별빛이가 싫어하.."
내가 한숨을 내쉈다.
이재환은 큰 소리로 헛헛 웃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친구랑 같이 자주 왔다더니 집 근처에서 셋이 잘 놀았나보다.
이재환은 먹을 거라도 먼저 해결하자며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너를 데려갔다.
"사실 나는 자주 안오는데 정말 맛있거든."
메뉴판으로 얼굴 반을 가리며 너에게 속닥거리는 이재환이다.
그리곤 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설렁탕 2개를 시켰다.
너는 주위를 살피며 가게의 안을 둘러보았다.
"정말, 비 오는 거 싫은데."
이재환의 말에 너가 가게를 보다 말고 이재환을 쳐다보았다.
"왜? 나는 비 오는 날 진짜 좋아하는데."
"비가 뭐가 좋아.."
너가 계속 바라보고 있자 이재환이 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종이비행기 못 날리잖아."
눈물을 글썽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너를 바라보는 이재환.
핑계도 좋아.
"설렁탕 나왔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설렁탕 두개를 가지고 자리로 와주셨다.
너와 이재환이 일제히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주인아주머니는 꽤 정정하셨는데 너와 이재환을 번갈아 보시더니,
"연인끼리 설렁탕을 다 먹으러 오네~"
"흡,흡"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이재환은 그런 너와 아주머니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설렁탕 맛있기만 한데 왜 그러세요~"
"어우, 우리 남편도 설렁탕 집에서 만났어."
콜록,콜록,
낯 뜨거운 말에 기침이 멈출 줄을 몰랐다.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부엌으로 들어가시고 나서야 너가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이재환은 그런 너를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
라고 외치며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댔다.
너가 설렁탕이나 먹으라고 깍두기를 올려주었고 이재환은 껄껄 대며 웃기 바빴다.
*
"저희 왔어요."
종소리가 들리며 가게 문이 열렸다.
내 앞에 앉아있던 이재환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뒤를 돌자 낯익은 사람들이 보였다.
"오, 재환이!"
"연애를 뭘 이렇게 멀리 와서 하냐."
너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불편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재환은 고개를 연신 흔들며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정택운과 차학연이라는 미친 친구들은 전혀 상관도 안 쓰고 옆 테이블로 향했다.
너의 눈빛이 그제야 조금 신경쓰이는 지 학연이란 사람이 말을 꺼냈다.
"그렇게 째려볼 거 까지 있나? 택운이랑 데이트 하러 온 거 구만!"
"꺼져라."
이재환은 수저를 입에 물고 계속 너의 눈치를 살폈다.
택운이란 놈은 살짝 너를 쳐다보더니 찔리라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거 참, 친구랑 먹고 싶어도 못 먹겠네."
"나랑 둘이 먹으려고 온 거잖아 택운아!"
앞에선 계속 눈치 봐 옆에선 신경 긁어.
뭐 먹는 게 입에 들어가겠는가, 너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냥 같이 합석 하죠?"
너는 정택운과 차학연이 너의 말이 끝나자마자
피식 웃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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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셨을라나! 드디어 1편부터 쭉 10포인트로 바꼈습니다 두둥
이제 막 정주행 하기도 편하시겠어!! (수줍)
항상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리는 거 아시죠?ㅠㅠㅠㅠㅠ다음편에서 뵈요 :)
이야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