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의 손이 갈 곳을 잃고 헤맸다. 백현의 방 문앞에 서 있기 시작한 게 정확히 32분 전. 분명 백현은 깨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나오지 않았다. 찬열이 한참을 고민 끝에 노크를 하려 손을 들어올리자, 거짓말 같게도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나오는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찬열은 놀란 듯 황급히 손을 내리고는 옆쪽에 있던 화장실로 향했다. 찬열은 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변백현은 자고 일어나도 예뻤다. 겨우 진정을 한 찬열이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자 무심하게 TV를 보는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백현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찬열을 곁눈질로 보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찬열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는 향이 자극적이였다. 박찬열이 왜 저기 있는 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마치 저를 보려고 온 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07
백현은 어제 이후로 끊임없이 종인과 연락을 했다. 한 것이 아니라 해줬다는 것이 더 알맞는 것이겠지만. 종인은 어젯 밤일을 없던 걸로 치는 것 같았다. 그에 미안한 백현은 종인의 연락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몇일 전에 봐둔 알바까지 종인과 함께하게 되었다. 오늘이 첫 알바였다. 백현이 옷을 고르는 새에 찬열은 소리없이 백현의 방에 들어와있었다. 백현이 옷을 입고 뒤를 돌았을 때, 찬열을 보고 놀라 뒤로 넘어질 뻔하자 무의식적으로 찬열의 큰 손이 백현의 얇은 팔목을 잡아 제 품으로 끌어들였다. 그에 백현은 코에 확 들어오는 찬열의 향에 잠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백현은 찬열의 품에 어정쩡하게 안겨있는 제 몸을 급하게 떼어냈다. 그에 찬열은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 ..점심, 같이 먹을래? "
" 알바있어서. "
" 저녁은? "
" 종인이네서 먹기로 했어. "
백현의 말에 찬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김종인이랑 사귄다고 했지. 잠시 잊고있었던 사실이다. 무엇보다 백현의 딱딱한 말투가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저는 나름, 풀고 싶어서 점심을 물어본 것이 였는데..., 어제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됐었다.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제 제가 왜 그랬는 지는 아직까지 이해가 안 갔다. 중요한 건 종인과 백현이 사귄다는 것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는 것이다. 백현은 잔뜩 인상을 쓰고 저를 내려다보는 찬열을 무시하고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안 나갈꺼야? "
" 어, 어...? "
백현은 도무지 나갈 생각이 없어보이는 찬열에 제가 발걸음을 떼어 거실로 나갔다. 제가 마음에 품은 찬열에게 차갑게 대하기는 무엇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미운 건 미운 거였다. 찬열은 저를 스쳐지나가는 백현에 절망의 늪에 빠져들었다. 급하게 거실로 나가면, 밖으로 나가는 백현의 작은 발꿈치만 보일 뿐이였다. 허탈했다.
***
" 줘, 그거. "
" 응? 이거 내가..., "
" 달라고. "
백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인은 백현의 손에 들려있던 커다란 박스를 뺏어들었다. 그에 백현이 얼떨떨하게 주변을 살피자 가볍게 백현의 머리칼을 만져 흐트려놓았다. 백현의 품에서 커보였던 박스는, 종인에게 꽤나 작아보였다. 백현이 구했던 알바는 카페에서 서빙을 하는 것이였는데, 카페가 생각보다 커서 할 일이 많았다. 시간은 벌써 7시를 향하고 있었다. 사실, 백현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나서 잘렸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 오빠, 몇 살이에요? "
" 왜. "
" 오빠 마음에 들어서요! 나 번호주면 안 돼요? "
여자의 말에 종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종인이 백현의 쪽을 쳐다봤지만 백현은 몇 박스 나르더니 힘들어서 카운터에 축 처져있었다. ...존나 귀여워. 종인은 저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를 무시하곤 백현에게로 다가가 작은 머리통을 쓸었다. 그에 백현은 놀란 듯 하였지만, 딱히 저지하지는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뿌리쳤을 백현은 어제일이 미안해서 가만히 있었다.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 쪽을 바라봤을 땐, 찬열의 친구인 세훈과 종대가 보였다. 그에 백현은 흠칫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건 세훈과 종대도 먀찬가지인 듯 흠칫 몸을 떨었다.
" 어, 찬열이 부인 안녕! "
" 왠 김종인이야, 야. 김종인. "
방방 뜨는 종대와는 다르게 무언가 눈치 챈 듯한 세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세훈은 카운터로 돌아오는 종인을 불러세웠다. 종인도 살짝 놀란 듯 싶었으나, 딱히 신경쓰진 않는 듯 세훈을 바라보았다. 세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알바생들 중에는 아무리 봐도 여자가 없었다. 설마,
" 왜 여깄어. "
" 아침에 말했잖아, 알바한다고. "
" 아니, 너 애인이랑 같이 한다며. "
종인이 백현을 슬쩍 흘겨보았다. 여기서 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훨씬 흥미로워졌다. 종인은 세훈에게 턱짓을 했다. 종인이 가리켰던 곳을 따라가보면, 종대의 물음에 어정쩡하게 웃고 있는 백현이 보였다. 종대는 어찌나 시끄러운지, 딸랑이는 종소리까지 먹힐 정도였다. 세훈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안 그래도 날카로운 눈을 더 날카롭게 세웠다.
" 돌았냐? "
" 뭐가 문젠데. "
" 쟤 박찬열...! "
" 몰랐어? 쟤네 정략결혼이잖아. "
시끄럽데 떠들던 종대도, 어설프게 웃던 백현도, 날카롭게 눈을 떴던 세훈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종인을 바라봤다. 이야기가 딱딱 맞춰졌다. 여자친구가 있던 찬열의 갑작스러운 결혼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됬었다. 세훈의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커다란 손이 백현의 팔목을 붙잡아끌었다.
" 정략결혼 아닌데. "
" ...박찬열? "
" 장난이 심하다, 김종인. "
찬열이 백현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종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종대의 시끄러운 소리에 찬열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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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무슨... 병맛일까요 .... 죄송해요ㅠㅠㅠㅠㅠ
정말 ㅠㅠㅠㅠㅠ내용이ㅠㅠㅠ산으로가잖아요ㅠㅠㅠ
그나저나 6화도 댓글들이 다 울고있네욬ㅋㅋㅋ제 예상이 맞았습니당ㅎ.ㅎ휴......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ㅠㅠ 제가 벌써 7화를!... 감동이네요. 암호닉 신청을 받을까말까 생각중이에요ㅠㅠㅠㅠ 받는다고했는데 신청하는 사람이 없을까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