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들어와, 들어와."
"진짜 괜찮아? 다들 쉬는 데 미안해서……아니면 나 뭐 좀 사올걸."
"밑에 사생들 있는 데 뭐. 그리고 우리 숙소에 없는 거 빼고 다 있어. 괜찮아."
데이트하러 나간다던 우현이 한 시간도 안 돼서 숙소로 돌아오자 편한 모습으로 각자의 방과 거실에 자빠져있던 멤버들이 우글우글 현관으로 모여들었다. 뭐야. 뭔데. 왜 벌써 와? 한 마디씩들 보태는 와중에 우현의 등 뒤로 빼꼼, 기범이 얼굴을 내민다. 순간 차게 식어가는 공기.
"하이. 오랜만."
"…어어어. 그렇네."
기범의 어색한 인사에 어색하게 답을 한 성열과 아무런 대답 없이 기범을 바라보는 명수. 시선을 마주치고는 대충 인사를 한 뒤 함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동우와 호원. 한숨을 푹 내쉬는 성종. 경직된 멤버들의 반응에 우현은 분위기를 띄우려 애쓴다.
"저번 주에도 봐놓고 무슨 오랜만이야. 인사는 그쯤들 하고, 기범아 내 방 저 쪽. 이리 와."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건지 답지 않게 움츠린 기범의 등을 가볍게 밀며 우현이 제 방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성열이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신경질적으로 채널을 돌리는 성열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은 명수가 하지마, 말하곤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았다. 성규가 나온 예능이다. 특유의 무기력함을 맘껏 뽐내며 웃음을 주는 성규를 보면서 아무도 웃질 않는다.
"……성규 형 어디갔어?"
성종이 뒤늦게 묻자 명수가 말없이 고개 짓으로 방문을 가리킨다. 열려 있던 방문이 어느 새 꾹 닫혀 있었다.
우현의 방에선 뭐가 그리도 즐거운 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우현과 기범이 온 후로 멍하니 입술이며 손톱이며 잡아 뜯어대는 성열을 말리던 명수도 나가버리고 성종은 성규의 방으로 들어갔다. 텔레비전도 켜지 않은 거실에 성열 혼자만 앉아서 우현의 방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웅얼거리던 소리가 잠시 멎고 열리는 방문에 성열이 벌떡 일어났다.
"형. 나 좀 봐."
우현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탁 쏘아붙이고 부엌 쪽으로 가는 성열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한 우현이 그 뒤를 따라 간다.
팔짱까지 척 끼고서 저를 노려보는 성열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우현은 트레이를 꺼내고 유리 잔 두 개를 꺼낸다. 홈 바를 열어 과일 주스를 졸졸졸 따르는 손길에 여유와 즐거움마저 배어 있다. 뻔뻔한 새끼. 성열은 또 입술을 자근자근 씹어댔다. 주스 병뚜껑을 잠그고 홈 바를 꾹 눌러 닫은 다음 트레이를 받쳐 들고서야 우현은 성열을 돌아보았다.
"좀 보자며."
한참을 대치한 후에 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말이 없어? 할 말 없으면 나 가고. 기범이 기다려서."
허.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친 성열이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우현에게 다다다 말을 뱉는다.
"숙소까지 데려오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내가 형 사생활가지고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숙소는 우리 다 같이 쓰는 공간인데 굳이 그래야겠어? 다른 장소도 많은데? 그리고 형은 형 생각만 해? 성규 형도,"
"걔 얘기 할 거면 관둬라."
"우현이 형!"
"그럼 내가 기범이랑 어디서 만나. 밖에서 맘 놓고 손잡을 곳이나 있어? 차? 사생들 다 따라붙는데 거기 들어가 앉아 있을까? 너 밖에서 사람들 안 만나본 것처럼 그러지 마. 우리 팬들만으로도 머리 터지는데 하물며 기범이 팬들은 얌전할 것 같냐? 이런데 우리가 어디서 만나. 그래도 나 혼자 방 쓰잖아, 너네한테 피해 안 준다잖아. 싫다는데 내가 데려온 거야. 같이 있고 싶은 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기범이도 되게 미안해했어. 그래서 바로 방으로 들어간 거고. 그런데도 이렇게 시비를 걸어야겠어, 기범이 온 날?"
"형은 형 생각만 해?"
"그럼 누굴 또 생각해?"
당당하고 태연한 저 태도에 성열이 다 질린다. 저런 새끼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심한 놈이다. 할 말이 없어진 성열이 기가 찬 얼굴로 서 있자 우현은 한 쪽 입 끝만 올려 웃어보이고는 돌아섰다.
"그리고. 김성규 편 좀 그만 들어. 나도 충분히 불편하니까."
한층 무거워진 얼굴로 방문을 열자 기범이 어느 새 겉옷을 다 챙겨 입고 앉아 있었다. 우현이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자 이제 가야지, 한다.
"왜 벌써가?"
"시간도 늦었구. 가야지."
"좀 더 있다 가지."
"아니야. 그리고 너 성열이랑 싸웠지. 나 땜에."
"아,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 있어 가지구, 이성열 그 자식이,"
"다 들었는데 뭘. 여기두 있기 눈치 보인다. 나 갈래."
가방을 들고 선글라스도 마저 쓴 기범이 나갈게, 말하자 트레이를 책상에 올려놓은 우현이 제 옷을 손에 들었다.
"나가자. 데려다줄게."
"내가 운전해서 가면 돼. 너 쉬어, 피곤하잖아."
"애인 데려다 줄 체력은 아직 남았네요. 가자."
자신이 아무리 떼를 써도 남우현 고집은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기범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이고 함께 방을 나섰다. 현관문 소리가 났음에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
운전석에 누가 앉을 것이냐를 두고 한참을 실갱이 한 끝에 우현이 핸들을 잡았다. 숙소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탓에 괜히 아파트 주변만 빙빙 돌고 있는 우현을 물끄러미 보던 기범의 핸드폰에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발신자. 인피니트 여리^0^.
[뭐야. 갔어?]
[응ㅋㅋㅋㅋㅋ지금 숙소 다 옴]
[혹시 나랑 남우현 한 말 들어서 가는 거야?]
[아니ㅋㅋ나 내일 스케줄 있어서 오래 못 있어ㅠㅠ잠깐 들른거야]
[들었네. 미안 딱히 너한테 한 말은 아닌데. 남우현한테 한 말이야.]
[알아ㅋㅋㅋ그리고 내가 잘못한 거 맞는데 뭐. 다들 쉬는데 무작정 들어간 것도 그렇고]
[니 잘못이 아니라 남우현 잘못임ㅋㅋ]
[너 막 이름 불러도 돼?ㅋㅋㅋ카톡 보여줘버린다]
[아 어쩌라고~~근데 보여주지마ㅠㅠㅠ]
[알았어 알았어ㅋㅋ너도 좀 쉬어'ㅂ'*]
[쉬고 있네요~ 난 맨날 쉬는게 일이지ㅋㅋ그리고 남우현 나쁜 놈이니까 만나지마ㅋㅋㅋ]
큭큭대며 카톡을 하는 기범의 핸드폰을 홱 채간 우현이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뭐? 남우현 나쁜 놈? 이거 이성열이지."
"아, 이리 내. 이리 줘어."
"죽었어, 진짜."
기범의 핸드폰을 가지고 투닥투닥하던 둘은 이내 시간을 확인하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예쁘게 주차를 시켜놓고 차에서 내린 후에도 헤어지기 아쉬워 공동 현관 앞에서 잡은 손을 짤짤 흔들어대는 둘의 등 뒤로 서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몇 시라고 애를 이제 들여보내."
민호였다. 운동이라도 하고 온 듯 이마에 옅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눈빛과 말투에 기범이 민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야 최민호."
"넌 가만히 있어. 너네 다음 주에 앨범 나오지 않아? 지금 안 바쁘냐? 한가해?"
"내가 바쁘든 한가하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비딱하게 받아치는 건 우현도 만만치 않았다.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는 민호를 그대로 노려보며 우현은 따박따박 따지고 들었다.
"니가 뭔데 참견이야. 니가 기범이 애인이야? 기범이 부모님이야? 왜 사사건건 시비야. 그리고 얘 성인이거든. 너랑 나랑 나이 같은 성인. 애도 아니고 왜 걱정해, 니가. 아, 걱정하는 거냐?"
"걱정? 하. 별 개소리를 다한다. 내가 얘를 걱정한다고? 얘가 아니라 우리 팀을 걱정하는 거야. 넌 표면상 휴식기일 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활동기야. 내일 당장 아침 스케줄 있는데 얘 이렇게 돌아다니면 활동에 지장 밖에 더 돼? 너네 둘이 사귀는 지 어쩌는 지 내 알 바는 아니지만 피해는 가지 않게 해."
"무슨 피해. 피해 안 가게 적당하게 만나고 연락하잖아. 우리 둘이 사귀는 거 맞고. 난 너네 팀이 아니라 기범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거든?"
"그렇게 생각해서 애를 새벽 3시에 보내냐."
"기범인 원래 잠 없어."
"잠을 못 자는 거지. 너도 이 바닥 생활하니까 알 거 아냐. 연예인들 불면증 달고 사는 거."
"둘 다 그만 좀,"
듣다 못한 기범이 우현과 민호 사이에 끼어들어 다툼을 저지했다.
"됐고. 우현아 너 그만 가. 나도 갈 테니까. 최민호 너도 들어가. 뭐하는 짓이야 이게."
"넌 들어가던가."
어깨를 잡는 기범의 손을 냉랭하게 내친 민호가 우현의 어깨를 툭 밀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어디가 최민호!"
"신경 쓸 거 없어. 시간 맞춰서 알아서 들어올 테니까."
"야, 최민호."
"그리고 니가 누굴 만나든 내 알 바는 아닌데, 찌라시들 안 물게 행동 똑바로 해."
"그럴 일 없을 거니까 신경 꺼라."
"그렇게 해주면 고맙고."
"너. 말 참 얄밉게 한다. 씨발아."
우현의 욕지거리에 말없이 중지 손가락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흔들어보이고는 코너를 돌아 민호는 완전히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등을 떠미는 기범의 손길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택시에 잡아탔다. 우현은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기범과 만나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짧긴 했지만 기범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서로 사람에게 지쳐서 위로가 필요하던 때였다. 기범의 일은, 세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저와 같은 류의 시달림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 때 왜 힘들었더라.
김성규와 남우현은 한 때 연인이었다. 데뷔하고서부터 사귀었으니까, 적지 않은 시간동안 만났다. 성격도 상극인 둘은 만남부터가 남달랐다.
김성규는 원래 타고나기를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집에서도 막내라 온실 화초처럼 자랐고 눈물도 많은 편이었지만 리더라는 직책을 맡다보니까 강해야 돼,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돼,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한 탓에 간신히 강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 까칠하게 구는 것도 다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거였다. 헤어진 후에 성규는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졌다.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간 듯 행동 하나하나가 오히려 전과 달라 눈에 띄었다. 우현과 어쩌다 마주할 때면 먼저 몸을 피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남우현은 원래가 냉담한 성격이었다. 감수성이 여리고 팬서비스를 잘 하며 상 받을 때마다 엉엉 우는 모습으로 유약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실은 칼 같은 품성을 가지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을 딱딱 구분해서 아니다 싶으면 놀라울 정도로 매정하게 떼어냈다. 이별에서도 그 냉정함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헤어지자마자 우현은 마치 남인 듯,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카메라나 보는 눈이 없을 때면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지독하게 행동했다. 그런 우현을 두고 호원은 눈살을 찌푸렸고 성열은 치를 떨었으며 성종은 무서워했고 명수는 욕했다. 그리고 동우는, 동우는… 안쓰러워했다.
팀내 유일한 친구 사이인 우현과 동우는 둘만 속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종종 있었다. 동우는 우현이 성규를 얼마나 아꼈는지, 어떻게 마음에 품었는지, 어떤 이유로 그를 놓았는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엇갈리기만 하는 둘을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은 우현을 욕하였지만 동우는 마냥 그럴 수도 없었다.
사실 둘은, 둘 다 미련해서 헤어진 거였다.
성규는 우현에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의존하는 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현이 성규를 믿는다 어쩐다하면서 기대는 척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우현이 성규의 우위에 있었다. 성규가 술에 취하면 나는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다, 넌 내 마음 알지, 이런 식으로 주정하는 대상도 우현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성규는 자신이 형이라는 것에 일종의 자부심 비슷한 것이 있었다. 내가 형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형 대접을 잘 해야 돼. 이런 권위의식 같은 거. 그런데 우현은 늘 성규와 맞먹으려 들었다. 잠자리에서 아래인 것도 불만인데 모든 포지션에서 우현은 늘 위에 있으려고 했다. 게다가 우현은 성규의 사생활까지 자주 문제로 삼았다. 그게 싫어서 핸드폰 잠금을 걸어놓으면 비밀번호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이 사람은 누구냐, 이 카톡 내용은 뭐냐 사사건건 간섭을 해댔다. 형들이 잠깐 보자고 하거나 술 약속이 생기면 자기가 맘대로 취소해버리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러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진이나 찍히고. 입에 댓발 나와서 투정부려 봤자 우현은 내 비즈니스라며 능청스런 말로 성규를 다독였다. 내 사생활도 내 비즈니스라 우겨대면 우현은 씁, 엄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그 손길을 피하면서 성규는 나 첨에 너 진짜 싫어했던 거 알지? 라며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우현은 난 아니었는데 맞받아치면서 성규를 놀리고. 그런 식이었다. 성규는 이렇게 늘 장난 식으로 넘어가는 우현에게 저도 장난 식으로 헤어져! 말하면 우현이 미안하다며 매달려오는 꼴이었다.
그러나 우현은 성규의 같잖은 형 의식이 싫었다. 고작 한 살 많은 거 가지고 꼬박꼬박 형 소리 듣는 것도 보기 싫었고 자신이 형이라며 리드하려고 하는 것도 마뜩치 않았다. 남우현에게 김성규는 그저 내 꺼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성규는 호감이었다. 어설프게 생긴 게, 노래는 제법 잘 불렀다.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점점 연마되어 가면서 묘한 자극을 주는 성규의 목소리가 우현은 좋았다. 처음에는 제 눈에만 예뻤던 성규가 방송물을 먹으면서 남들도 알아보는 미모로 탈바꿈 해가는 것도 우현은 불안했다. 개인 스케줄이 자꾸 늘어나는 것도, 자꾸만 인맥을 넓혀가는 것도 우현을 초조하게 만드는 일들이었다. 솔로 앨범이 먼저 나왔을 때, 사실 우현은 속으로 망하기를 빌었다. 성규가 자꾸 밖으로 나도는 게 싫었다. 어렵게 마음에 품었기 때문에 아끼고 또 아꼈다. 제 품에만 가둬놓고 저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제 욕심임을 알기에 장난 식으로나마 성규에게로 몰려드는 잔가지들을 쳐냈다. 형 대접 받고 싶어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제일 의지하는 형이네 어쩌네 하면서 비위를 맞췄다. 제 첫인상이 성규에게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난 첨부터 좋았는데. 사랑으로 감정이 발전하기까지 온갖 고뇌와 시련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김성규도 나를 좋아하니까, 먼저 좋아해서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김성규가 장난처럼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도 매번 철렁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심각해지는 게 싫어서, 어린 애 같은 김성규를 어렵게 만들까봐 일부러 더 능구렁이처럼 굴었다. 그것에 익숙해서 김성규도 매번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었다.
습관처럼 헤어지자고 말하는 김성규에 저도 모르게 그러자고 해버렸다. 화가 났던 것 같다. 저는 이렇게 매달려오는데 한 번을 그런 모습을 비춰주지 않는 김성규 때문에, 속좁게 굴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김성규는 다시 뭐라 말도 하지 않고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방을 나가버렸을 뿐이다. 며칠을 서먹하게 지내다가 숙소를 이사하고, 돌연 룸메이트를 바꾸면서 정말로 헤어지게 되었다. 우리, 한 번 쯤은 툭 터놓고 얘기할 시간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후회도 해봤지만 늘 후회뿐이었다.
도착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듣고서야 정신이 든 우현이 택시 기사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요금을 지불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팬들도 없고 간만에 수월하게 아파트 로비로 들어온 우현은 기범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잤어?"
"아니. 씻었어. 넌 집에 도착했어?"
"응. 방금. 나도 이제 씻어야겠다."
"그래. 씻어. 난 이제 자야겠다. 내일 여섯시에 일어나야 되는데, 두 시간도 못 자겠네."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고 기범이 아고고 죽는 소리를 낸다. 멤버들 깰까봐 조용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우현이 무심코 거실을 지나치려다 흠칫했다. 뭐라고 떠드는 기범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멍하니 보고 있던 성규가 들어오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 안절부절 하면서 채널을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또 심술이 비죽 솟아난다.
"그래, 기범아. 응."
"뭐야. 너 내 말 들었어?"
"그럼. 나도 사랑해."
"…뜬금없이 뭔 소리래."
기범의 황당해하는 말은 뒤로 한 채 모든 신경은 성규에게로 쏠려 있다. 저의 목소리에 버튼을 누르는 손길이 서서히 느려지는 것을, 잘 보지도 않는 홈쇼핑 광고에 채널을 맞추고 어깨를 떨어대는 성규를 보던 우현이 제 방문을 닫았다.
"뭐야 남우현. 갑자기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냐."
"어 그래. 놀랍지도 않다, 이젠."
둘이서 한참이나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던 중에 우현은 문득 아까 거슬렸던 민호가 생각났다.
"그런데 최민호는 진짜 뭐야?"
"……나 이만 전화 끊을게."
"궁금해서 그래. 걔 뭔데?"
"너는. 성규 형 뭐야?"
"……난, 김성규는, 그게,"
"됐어. 너도 말하기 싫지. 나도 그래, 최민호."
"……."
"…이제 끊어야겠다."
끊어야겠다고 하면서도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웅얼거리며 전화를 끊지 않는 기범의 다음 말을 기다리다가 우현이 먼저 말했다.
"잘 자."
"어, 너도 잘 자."
"……"
"…그리고 우현아, 우리…."
"……어."
"…아니야. 자."
"……너도 좀 자."
대꾸 없이 전화는 끊겼다. 우현은 눈을 아프게 짓누르는 두통이 저를 덮쳤다. 성규와 헤어지고서부터 지독하게 저를 괴롭혀오는 두통이었다. 약도 잘 듣지 않는 이 두통은 멍하니 눈을 감고 누워 있다보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 안에서 우현은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누워있었다. 건너편 방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끊어질 듯 울려왔다.
더1 |
나무봄/밍키/현성 이건 샤월 내 친구가 준 ... 사실 내가 만우절에 우현이랑 키 사귐ㅇㅇ 이러면서 걔네 사진 보내줬는데ㅋㅋㅋ그 친구가 하나 써서 보내라고 그래섴ㅋㅋ
부제1: 답답의 아이콘 부제2: 빡침의 아이콘 부제3: 고난과 역경 부제4: 교촌레드콤보와함께장트위스트를 부제5: ㅇㅏ 빡쳐서 1차포기ㅡㅡ 부제6: 나뚜르 녹차로 힐링힐링 부제7: 나도 팬싸 가고싶다 부제8: 성종이 지림... 명수 지림... 성열이 지림... 나머지는 아직 못 봄ㅇㅇ 부제9: 일산은 물이 다른가?! 공기가 달라?! 부제10: 2차 멘붕의 도래 부제11: 이제 부제 달기도 지쳐 부제12: 아 현성 답답함ㅡㅡ밍키도 답답함 부제13: 이 지긋지긋한 놀이는 언제 끝날까 부제14: 답 부제15: 지금ㅇㅇ
부제부자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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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인피니트X샤이니라니ㅋㅋㅋ현실친구를현게로만듬ㅜㅜ미안애들아....
근데 샤이니 숙소가 어디임? 인피니트 새 숙소 위치도 사실 잘 모름...
그냥 가깝다고 썼는데... 원래 새벽엔 다 신호도 무시하구 과속도 하구 그러니까 가깝다 칩시다ㅇㅇ은 내가 그런다는 얘기는 아냐
그리고 원래……여기 더 빡치는 내용이 있었음
근데 내가 쓰다가 너무 빡치기도 하곸ㅋㅋㅋㅋㅋㅋ
남우현 대국민 쓰레기 될까봐 여기서 멈춤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왜 내가 쓰는 글에는
내가 녹아나올까요ㅋㅋㅋㅋㅋ
난 내 흔적이 좀 안 났으면 좋겠는데 내 글 읽다보면 자꾸 내 말이나 내 행동이나 내 습관이 묻어나서 민망할 때가 많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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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 우현아…."
잠깐만 자다가 나가려고 했었다. 아무도 못 찾게. 어차피 방송 시간은 다섯 시간 넘게 남아있었으니까. 며칠 잠도 잘 못자고 무리하게 연습하고 그러던 것이 피로로 몰려와서 딱 두 시간만 자야지, 했었다. 여러 가수들이 모여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라 순서는 아직 한참이고 남아 있었고, 리허설도 몇 시간 째 계속 되는 상황이라 너무 피곤했다. 혹시라도 제가 깊이 잠들어 못 일어날까봐 동우한테만 살짝 어디 있을 거라고 귀띔을 해주고 비품실에 와서 눈을 붙였던 거였다. 얼마나 잤을 까. 문득 느껴지는 옅은 소란함에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키는데 내가 누워있는 책상들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익숙한 이름을 부르는 다른 목소리도.
"기범아, 아파? 괜찮아?" "아으, 응, 나, 리허설 가야되는데에, 앗, 거, 기이…."
적나라하게 살 부딪히는 소리, 입술이 맞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뭉글게 흩어지는 신음소리. 그리고,
사랑해.
그 목소리에, 그 익숙한 목소리에, 다정함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에, 귓가를 간질이며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난 건 왜 일까. 너와 나는 이미 끝난 사이인데.
질척한 소음이 줄어들고 다 끝났나, 싶어서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헐벗은 기범의 등이 보이고, 그 예쁜 목선과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웃고 있는 남우현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나는 아직도 남우현을 사랑하고 있구나.
비참한 진심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와 얼굴을 온통 적셨다. 눈물로 뒤덮이는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도 기범의 등을 토닥이는 너의 잔인한 모습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간극을 깨달았다. 비품실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도 한참동안, 동우가 나를 찾으러 올 때까지 한참이나, 무거운 절망에 짓눌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_여기가내가쓰다가빡쳤던건데_원래다른건데_중화시켰는데도빡쳐서_결국내용중에는빼먹었는데_그래도빡쳐_짜증나_난왜내가빡치는걸쓰고빡쳐하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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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 새벽에 잠 안 자고 뭐하자는 건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