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하지만 김 내관은 삐져도 단단히 삐졌던지 문을 박차고 나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경수가 무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핫...김 내관도 참 나를 18년이나 보았는데도 농담 구분도 못하시고..."
김 내관에게 사과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경수의 머리는 다시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로 생각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군.'
그러다 다시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아니지, 아니야. 내가 그 여인에 대해 알아봤자 뭐에 쓴단 말인가?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윤홍이가 있지 않은가...'
윤홍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경수는 세자빈이 될 여인에 대해 계속 궁금증이 나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된다, 안된다 생각하면 아니된다...나에게는 연인이 있다...'
옆에 있는 상궁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는것도 모른채, 경수는 그날 밤 내내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다음 날)
"저하, 일어나시옵소서. 세자빈 되실 분을 맞이하러 가셔야지요."
경수는 김 내관이 다시 돌아온 것이 기분좋아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삐지지 않은 겐가?"
그러자 김 내관이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 저하~아마 비채 아가씨에게 잘해주시면 풀릴 듯 합니다, 저하"
"비채라? 그 아이의 이름이 비채란 말인가? 예쁘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그러자 김 내관이 또 설명할 거리가 생겨서 기쁘다는듯이 한껏 들떠서 말했다.
"그건 말입니다 저하! 마음을 비우고 채우다라는 뜻입니다. 참 좋은 뜻 아닙니까? 정말 아가씨와 잘 어울리는 이름..."
하지만 경수는 계쏙 들어주고 있지만은 않았다. 빨리 비채라는 아이를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야 그 모습에 실망을 하고 다시 윤홍이에게 신경 쓸 수 있으리라. 지금은 그 비채라는 아이때문에 윤홍이에게 신경이 가지를 않았다. 아마 지금즘 윤홍이는 자신의 방 안에서 울고 있겠지. 사실 윤홍이가 경수에게 자신을 데리고 도망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왠지 모르게 경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경수는 그저 세자라는 직책에 대한 책임감이라 생각하곤 윤홍이의 부탁을 미안하지만 거절했다.
경수는 다시 시무룩해진 김 내관에게 안내를 받으며 세자빈이 있다는 '화홍전(花紅)으로 향했다.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항상 지나가며 보던 그곳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경수는 침을 삼키며 문을 살짝 열었다. 상궁과 김 내관은 모두 다 화홍전에서 다섯 발짝씩 물러났다.
그리고 경수는 비채라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예쁘다...'
윤홍이 말고는 예쁘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 경수라서 마음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예쁘다'라는 감정이 어색했다. 아니, 비채는 윤홍이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윤홍이를 보고있느라면 흐뭇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지금은 괜히 부끄러워서 귀까지 열이 확확 달아오른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경수는 비채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말했다.
"아...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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