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안] 제목 미정
作 불
bgm. call you mine
로망도 좀 있어야... 사는게 재밌고 그렇지 않아요?
로망은 개뿔. 양 사이드가 새끈하니 잘빠진, 위안의 취향이 철저히 반영된 최신티비 속 타쿠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린게 뭘 알겠어.
아나운서를 준비를 하며 담배며 술을 끊은지가 7년이 넘은 것 같은데 요즘들어 술맛이 그립다. 무엇이 그 달큰하며 독한 술맛을 그립게 하는가. 골똘히 생각을 해보니 떠오르는 것은 그 놈 뿐이었다.
/
교육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위안은 좋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역시 장단점은 존재했다. 바른 소리를 외치겠다는 신념으로 지원했던 아나운서의 꿈을 이룬 것이 전자이고, 흔히들 말하는 민족주의의 과도가 후자이다. 때문에 타쿠야가 눈에 밟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시절 늘 올에이를 받아온 역사와 그 속 가장 많이 등장하던 악당은 누구던가? 타쿠야는 일본에서 왔다. 일본인이다. 방송을 같이 하게 된 동료이다. 동료...이다. 방송을 같이 하게 된 일본인 동료이다.
글쎄...
그저 능글맞은 미소를 날리며 꽤나 자주 시선을 맞추는 타쿠야에게 직격탄은 쏘아졌고, 엠씨들은 수습에 바빴다.
좀 너무하신거 아녜요?
...글쎄요.
허어.
타쿠야는 몰래 뽑아온 캔커피를 손에 쥐고 숨기고는 장난섞인 투로 말했다. 먼저 친화력 좋게 막 들이대지 않는 편이라 큰 용기를 낸 것임에도 어물쩡한 위안의 대답에 맥이 탁- 풀렸다. 신경질적인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
...
얼떨결에 떨어뜨린 캔커피는 타쿠야 본인의 몫이고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것을 위안에게 건넸다. 스물셋 청년의 인내는 대단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위안을 좋아한다는 것?
타쿠야가 위안을 좋아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면, 것보다도 제 에너지를 쏟게 되는 일이 더 있을까.
녹화가 끝나고 위안의 직격탄 덕분에 흐르던 어색한 공기는 눈치 빠른 시경의 회식 제안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방송의 반응은 뜨겁다. 논란이 될 법한 요소들은 화려한 외국 남자들의 입담과 매력에 가려진다. 부어라 마셔라 평범한 회식이 진행되고 주당이라 외치던 자들마저 하나둘씩 뻗고 위안만이 남았다. 가장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취한 기색 없이 멀쩡한 위안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커리어, 외모가 화려한 만큼 술버릇도 화려했다. 누구는 껄껄껄 호탕하게 웃지를 않나, 다짜고짜 멱살을 잡으며 신세한탄을 하지를 않나. 울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놔주질 않지를 않나... 뻗은 시경을 대신해 계산 하려는 위안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타쿠야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위안은 아프지 않게 발길질을 하고서 취기에 힘이 더 세진 타쿠야를 밀어내기는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세상 근심은 모두 짊어진듯 한숨을 푹 쉬고는 타쿠야를 일으켜 세우고는 질질 끌어 택시를 태웠다.
타쿠야.
.....
조용히 울며 주절주절 말이 많던 타쿠야는 그새 지쳐 잠이 들었다. 위안은 지금이 딱 죽고 싶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로 모셔다드리냐며 화나있는 목소리의 택시 기사에게 별수없이 제 집 주소를 불렀다. 위안은 초점없이 어둑어둑한 밤과 새벽 그 언저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없는 척 마음을 놓고 있다가도 긴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타쿠야를 보면 왠지 모르게 진이 빠졌다.
끌던 위안도, 끌리던 타쿠야도 지쳐 오피스텔-위안의 집-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평소에는 5분이면 도착했을 터인데 15분은 족히 걸렸다. 원룸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좋은 생각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소파를 내주었다. 돌이켜보면 경솔한 행동이기도 했고, 타쿠야는 여전히 착했기 때문에 사실 미워할 수 없었다. 큰 키에 비해 비쩍 마른 몸이 안쓰러워 담요를 덮어주고는 발길을 돌렸다.
좋아해요.
...
장위안씨가...좋아요.
전보다 더한 정적이 흘렀다. 담담하게 지금 뭐라고 말했어요? 하고 대답하려했지만 목이 턱 막혀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잘못 들었을 거야. 설마... 그럴리가 없잖아. 꿈이 아닐까 싶어 때린 뺨은 아프기만 했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타쿠야의 목소리가 맞았다. 위안은 당황스러울 때면 마음을 진정시키기위해 눈을 감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마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눈을 감았을 것이다.
진심어린 고백을 듣고 뒷통수를 비추기가 오히려 머쓱해진 위안이 조심스레 돌아서니, 타쿠야는 소파에 누워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참으로 요란한 잠꼬대였다.
타쿠안이 널리 퍼지길... 그래서 0p입니다 핫허허ㅓㅎ샇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