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같은 기분이었다. 뭐랄까, 여름 특유의 찝찝함. 아침 햇살이 이제 그만 일어나라며 나의 두 눈덩이를 톡톡 건드릴 때마다 신음 섞인 짜증과 함께 기상했다. 늘 그렇듯 밤새 땀에 젖어 기분나쁜 몸을 차가운 물로 씻고 나면 멍한 정신 상태로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등굣길로 향했다.
그날은 음악시간이었다. 짐승 같은 사내 녀석만 득실득실한 교실이라 그런지 모든 곳에는 땀 냄새가 가득했다. 이런 냄새에 둘러싸이면 아침에 했던 샤워가 금방이라도 증발해버린 기분이다. 정말이지, 짜증난다. 하필이면 바로 전 교시는 체육.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이 더운 한낮에 축구를 한 시간 동안 하고 그대로 교실에 앉아있으니 결과는 그야말로 최악, 코를 움켜쥐고 교실을 뛰쳐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열어둔 창문이 무색하도록 풍겨오는 찝찝함이 정말 싫다.
"27번 나와"
왜 하필 나야. 할 수도 없는 것이 오늘은 작곡수행평가를 하는 날이었다.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음악노트를 한 손에 느슨하게 움켜쥐고 터덜터덜 교탁 앞으로 향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망부석처럼 서있는 날보고 음악선생이 조곤조곤 말을 걸었다.
"빨리 앉아서 해라, 시간 없으니까.""아무것도 없는데요."
당연하다는 말투를 내뱉으며 하얀 백지에 오선보만 그려져 있는 음악노트를 눈앞에 내밀자 음악선생은 괜한 목만 가다듬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정그러면 니 번호랑 이름이라도 말하고 들어가라."
"...그래도 되요?"
"대신 벌점이다."
"…27번 표지훈."
한마디만 하고는 재빨리 내 자리로 돌아왔다. 창피하다거나 쪽팔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지겨워, 한숨만 나오는 상황에 저절로 짜증이 솟구쳤다. 쉬는 시간 종이 칠 때까지 남지 않았지만 나에게 그 시간은 1년, 아니 100년같이 지루한 시간이었다. 애꿎은 시계를 욕하며 턱을 괸 채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그리고 구름은 둥실둥실. 그래, 지금 내 눈 앞 여름은 동요와 같은 풍경이었다.
"21번""아, 네!"
선생의 말 뒤에 붙어오는 순종적인 대답소리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터벅터벅 음악노트를 품에 꽉 끌어안은 채로 교탁 앞으로 나와 곧바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조심히 앉는 녀석은 심호흡을 '푸후 ― 하아'하면서 피아노 위로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창문 쪽을 바라보던 나는 어느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잘하는지도 궁금했지만 어떤 곡을 만들었는지도 궁금했다. 물론, 전자가 일 순위였다.…녀석은, 나의 게으른 호기심을 깨우기에 충분한 존재였다. 그 녀석의 음악은 너무나도 청아했다. 이 사내 녀석들만 득실득실한 징그러운 공간에서 찾은 오아시스였다고 아직까지도 확신한다.
"잘했네, 이름이랑 번호 말하고 자리로 들어가라."
"21번 우지호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녀석, 우지호. 이후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너를 불러내었다. 일찍 끝난 학교 그 텅 빈 공간 안에 우지호와 단 둘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모를 설렘이 내 가슴 속에서 요동쳤다. 기분 나쁠 정도로 두근거렸다.
"저, 저기…."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인식했는지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떼는 우지호.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뒤늦게 그 녀석에게서 눈을 떼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내 모습에 애가 탔는지 애꿎은 발만 동동 굴리는 녀석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귀엽네.
"저기―?""…."
"야…."
"표지훈아― "
"ㅇ, 왜."
침묵으로 대응하던 나를 부르는 모습에 재미를 느꼈던 터일까, 우지호를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려 끝까지 대답을 안 해줄 작정으로 말없이 창밖만을 쳐다보던 나였다. 그러나 이 녀석은 사람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재주가 있는 것인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달콤해서 나의 장난기 가득한 결심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메아리만 울려 퍼지던 조용한 교실에 들려오는 중저음인 나의 목소리가 기쁘다는 듯이 너는 마냥 웃었다. 찢어진 눈꼬리를 접으며 웃고 있는 네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더보기 안녕하세요;; 오..올린입니다. 우선 똥글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풋풋한 피코를 한 번 써보고 싶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지하게 써봐도 언제나 똥또또또똥이 되어버리는 제 손을 탓하세요 땟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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