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낯선 땅. 벨기에에서..
혼자서도 여행 잘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 큰맘먹고 벨기에에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벨기에에 대해서 아는건 하-나도 없는데, 친구들이 다 유럽다녀오고 이탈리아가 어떻고 프랑스가 어떻고 하는 말들에 혼자 욱해서
나도 혼자 유럽여행 다녀올 수 있다며 무작정 떠난건데..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아는거라곤 벨기에 와플 밖에 없는 내가 애초에 여행을 잘할리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하고, 관광지도 둘러보고, 서툰 영어로 맛집에서 음식도 시켜봤다.
친구가 예약해준 엄청 좋은(비싸보이는) 호텔에서 잠도 푹-잤다.
여행의 마지막일정으로, 지금까지 타고 다니던 투어버스 말고 내가 직접 명소들을 찾아 다녀보고 싶어서 가방을 챙겨 일찍 거리로 나섰다.
아침은 간단하게 사먹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념품도 사고, 둘러보다가 잠시 가방정리도 할 겸 공원 벤치에 앉았다.
기념품을 너무 많이 샀나.. 가방 터지겠네.
혼잣말로 궁시렁거리면서 가방에서 내 소지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카메라, 파우치, 여권... 지갑.."
지갑?
분명히 아까 나올 때 안쪽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아침을 사먹었던 가게에 두고왔나 싶어 다시 찾아가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잘 챙겨 두었던 지갑이 없어졌다는 당황스러움과 이 낯선 나라에서 내 지갑을 어떻게 찾을까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서있을 수가 없었고, 다시 벤치에 돌아와 앉아있었다.
서러움, 당황스러움, 불안감.. 온갖 감정이 북받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창피한 것도 모르고 벤치에 가방 끌어안고 앉아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Mademoiselle. (아가씨.) "
"..."
"Qu'est-ce qui se passe?"
왠 남정네 하나가 사람좋은 웃음을 띄며 내 앞에 서있었다.
그러면 뭐하나, 불어 같은데 저 불어 못해요ㅠㅠ
"Maybe you're not good at French. What happen? Are you okay? (불어 잘 못하나보네요.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주려는 것 같으니, 서툰 영어로 대답해나가며 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나의 말에 남자는 마치 자기 지갑을 잃어버린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I'll find police station and tell them about your situation. Got it? (경찰서 찾아서 당신 상황에 대해 말해줄게요. 알겠죠?) "
"..Thank you."
정말 고마웠지만, 고마운 마음도 물론 컸지만 아직은 지갑을 잃어버린 충격과 두려움, 불안감이 더 컸다.
남자는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잠시뒤에 다시 헐레벌떡 뛰어왔다.
경찰서로 들어온 지갑은 없고, 다시 찾아봐 주겠다고 했단다.
"Anyway, aren't you hungry? Let me get you some waffles. (어쨌든, 배 안고파요? 와플 좀 사다 줄게요) "
그러더니 또 뛰어간다. 누가 지갑을 잃어버린건지..
이젠 고맙다 못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저 사람은 이렇게 잘해주는건가 싶기도 하고.. 벨기에 남자들은 다 이런가?
"Here you are. Try it! (여기. 먹어봐요!) "
그새 또 뛰어가서 와플을 사다줬다.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 유일하게 안다던 그 와플. 그 와플을 이런 상황에 얻어먹게 될 줄이야.
먹고 있는 와중에도 영어로 괜찮다, 찾을 수 있을거다, 금방 찾을거다라며 날 위로하고 달래줬다.
"Thank you.. How can I.."
" Allô? (여보세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하겠냐고 물어보려고 하던 찰나, 미안하다며 손을 살짝 들어보이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저-쪽으로 걸어가버렸다.
뭐야...뭐하자는 거지? 내 지갑은 어떡하지?
와플까지 다 먹고나니 다시 지갑 생각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Hey!"
남자가 웃으면서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손에는 내 지갑을 들고.
내 지갑..?!
남자가 웃으면서 건네주는 지갑을 받아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내 지갑이 맞았고 다행히도 없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웃으며 남자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하겠냐고 물었고,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Vous me plaisez beaucoup. Et si on sortait ensemble? "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우리 데이트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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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카테고리에 첫 글이 될 것 같네요ㅜㅜㅜ 이렇게 부족한 글이 처음이라 죄송스럽네요..ㅠ
익명감상 비정상회담방에서 로빈쌤 빙의글을 썼던 정상이, 아벨라 라는 필명으로 글잡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안녕하세요ㅎㅎ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게 저한테는 굉장한 행복입니다!ㅎㅎ
읽어만 주셔도 감사합니다ㅠㅠ
부족한 글, 항상 말씀드리지만 제손이 똥손입니다 여러분 죄송해여ㅠㅠㅠ
너무 부족해서 포인트도, 회원전용도 걸지 않았습니당
마음껏 읽고 댓글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