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형......"
지훈이가 나를 부른다. 꿀꺽- 하고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지호는 깨지않은 것같다. 하지만, 지훈이는 어떡하지?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형, 볼일 좀 보고올께."
"거짓말."
......? 등을 돌리고 있는 탓에 지훈이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실망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화난걸까. 화난걸지도 모르고 실망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좋지못한 목소리라는 것이다.
"아까부터 눈에 다보여요. 형이 불안할 때마다, 혀로 입술 쓰는거."
"......"
"어디가요. 솔직히 말해줘요 형."
이제는 너무 많이 커버린 지훈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웅얼거렸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니.
"......갈꺼야.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곳이 어딘데요. 어딜가요. 형."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지호만 따라가는 지금. 너무 대책도 없고 위험한 일인거 같아. 다른 곳으로 갈꺼야."
"......"
오히려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조금 더 마음이 가뿐해지는 느낌이였다. 지훈이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차갑게 말을 한 것도 어찌보면 후련했다. 지훈이에게 폐만 끼친 나는 마지막까지 상처만 입힌 채, 그들을 떠나려한다.
"......그럴꺼면 같이가요."
"어?"
"같이가자구요."
어느샌가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분명 지훈이다. 지훈아, 어째서야. 어째서 날 따라오는거야.
"형은 나이만 많지, 겁이 많으니까."
지훈이가 슬쩍 손을 잡아온다. 그래, 난 겁쟁이지. 그리고 그걸 나도 알고있지. 지훈아 너는 사실 다 알고있던거니? 내가 절대로 혼자 못간다는 사실을.
"......그래."
"......?"
"같이가자. 대신 후회하지마."
지호만이 혼자 남은 임시거처를 뒤로 한채, 우리 둘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다만, 지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 조금 씁쓸했을뿐.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굉장히 힘든데, 지훈이는 지치지도 않은지 잘만 걷는다. 아까 힘들다고 투정부린 것도 다 거짓말아냐?
"아까 힘들다고 한거. 다 거짓말이지."
"아니에요! 아까는 진짜로 힘들었어요."
"그래? 지금 너무 멀쩡해서."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보다, 형 어디로 갈꺼에요?"
"......글쎄. 그냥 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 곳으로 갈래."
"......"
"뭐야. 그 눈은."
"......걱정되서요."
"어쩔 수 없지. 이래되나 저래되나."
지훈이를 얼떨결에 데리고 나오게 됐지만, 사실 반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이래되든 저래되든 결말은 그닥 좋지 않을것 같아서. 그래도, 나는 온기가 그리웠다. 목적지도 없고 언제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보다 나는 순간일지라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형, 형."
"응?"
"저 잠깐 일 좀보고 올께요!"
"그래, 얼른와."
지훈이는 저멀리 탁탁- 뛰어간다. 일 보러 멀리까지도 가네. 지훈이가 뛰어간 쪽을 지켜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아이씨, 누구...... 잠깐. 지금 나 혼자인데......?
......
......
"누구야."
"저 남자애 버려."
"누구냐고 물었어."
"저 남자애 두고, 날 따라와."
"누구냐니까."
차마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는 없었다. 누구냐는 질문에 답도 하지않고, 오로지 지훈이를 버리라는 소리만 한다.
"저 남자애 버리지 않으면 둘 다 죽어."
"......"
"저 남자애 버리면, 넌 살 수있어."
"......"
"쟤는 자기가 잘 살아남을꺼야. 제발 부탁이야."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약간은 애원하는 듯하다. 도대체 누구야.
"지켜보고있을꺼야. 버려."
등 뒤에 있던 인기척이 사라진다. 아, 난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선택이라고 해봤자. 나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있다. 그리고, 언제나 용감한 척 하지만, 사실은 겁이 많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크다는 것도. 사실, 다들 그럴 것이다. 죽음따위 두렵지않아. 라고 하면서도, 언제나 가장 근본적인 공포의 원인은 죽음에 있었다.
저 멀리서 지훈이가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지훈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식은 땀이 흐르는 기분이다.
어떡해야 하지?
어떻게 할까.
그래, 나 없어도 지훈이는 혼자 잘 할수 있을꺼야.
"지훈아, 왔어?"
"네, 형."
"근데, 형이 잠깐 갈 곳이 있는데, 빨리 데리러 올께. 잠깐만 여기있을 수 있어?"
"......어디가는데요?"
"가야되는 곳이 있어. 금방 올께. 응?"
"알겠어요. 빨리 와야되요."
"응응. 빨리 데리러올께."
미안해 지훈아. 사실 거짓말이야. 너랑 언제 다시 보게될 지 모르겠어. 어쩌면 영원히 못볼지도 모르지. 그래도, 지훈이 너와의 추억은 절대 잊지않을께. 그리고 살려줘서 고마워.
착한 지훈아.
지훈이를 뒤로한 채, 한참을 걷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지훈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와있었다. 그러고보니 지훈아. 나는 항상 너에게 뒷모습만을 보여준 것같아. 이제야 생각하지만 정말 미안하네.
"......잘했어."
"누구야."
어느샌가 내 앞에 있는 남자는, 아까 지훈이를 버리라고 명령한 그 사람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어."
"누구냐니까!"
보호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남자가 고개를 들자, 내 눈에 보인 것은
어째서 울고있는 태일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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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분량이 짧아지네요.....ㅜㅜ 죄송해요...☆★ 분량 다시 꼭 원상복구 하겠습니다ㅜㅜ
앞에 복선깔아두고 제가 복선까먹어서 이모양인건 매우 함정..... 전 바보가 맞나봐요 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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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할까요 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