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 너를 만났던 그날이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 근처 원했던 알루여고로 배정받고,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으로 3월이 다가왔다.
중학교 친구들과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지원했지만 나 혼자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졸업식 이후 중학교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보니 벌써 내일이 입학식이었다.
집에서 뒹굴뒹굴 누워서 친구들과 고등학교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하고있었다.
'내일이 제발 무난하게 넘어가길 바래야지'
거실에서 슬기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기야!!!!"
"아 왜에!!!!!"
" 엄마가 부르는데 나오지도 않아?"
슬기는 귀찮다는듯이 침대에서 일어나 투덜투덜거리면서 거실로 향했다.
"왜요, 왜"
"내일 입학식인거 알지? 교복 옷장에 걸어 뒀으니까 그거 입고 ........."
"알았어. 내가 무슨 어린애야??? 말 안해도 다 알아요 이제 들어가서 잘게요 안녕히 주무세요오"
저렇게 말하고 슬기가 곧 장 방으로 들어가 버리니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시지 않았다.
'슬기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 어머니셨지만 내일 출근준비로 일찍 잠을 청하셨다.
다음날이 되었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인지라 느릿느릿하게 준비해도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
교복을 입고 출근하시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슬기는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습관적으로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새로운 교복,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는데 조금 불안해서 평소에 즐겨 듣던 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첫 등굣길을 걷고 있었다.
노래를 들을 땐 주변 소음을 함께 듣고 싶지 않아서 음량을 최대로 하고 주머니에 손을 꼽고 학교를 이리저리 걸어가며
저 앞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가기 귀찮아서 도로 중간지점에서 무단횡단을 하려 하는데 그 순간 차가 빠르게 지나왔고 뒤에선 나를 잡아 이끄는 힘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나는 누군가의 몸 위에 넘어졌고 작은 신음을 터트렸다. "아...아"
급정거한 차 주인은 창문을 내리고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라고 소리 쳤다.
그리고 내 뒤에선 "야 좀 비켜" 라는 말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황급히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에 처음 보인건 왼쪽가슴에 빨간테두리의 명찰이였다.
'배주현...'
"아..씨 개학 첫날부터 이게 뭐야 지각하겠네"
"아...어 미안해요... 고마워요.. 덕분에 안다쳤어요"
"고마워할 거까진 없고, 알루여고 다녀?"
"어떻게 아셨어요?"
"너랑 나랑 같은교복 입고 있잖아. 신입생??"
"아..네"
"아 그래 학교에서 보자"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고 나를 한번 보고 씨익 웃더니 다시 제 갈 길을 유유히 간다.
'배주현이였던가...?..얼굴 되게 예쁘다.... 여자도 반하겠다...이러다 나도 반하겠네..'
다시 그사람 얼굴을 상상하니 괜히 볼이 발그레 달아오르는것같았다. 땅바닥을 보고 고개를 젓고
나도 모르게 화끈거리는 얼굴을 잡고 또다시 학교로 빠른 걸음으로 가기 시작했고 다행히 늦지 않았다.
도착했을땐 체육관이 1,2,3학년 학생들로 어수선했고, 맨앞에는 아까 그사람이 서 있었다.
강당 앞에 있는 반별로 줄을 섰고 '저사람이 왜 맨앞에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입학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너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