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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말할 수 없는 비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어제 김종인을 포함해 반 애들 여럿이서 피씨방에 갔다. 어제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시커먼 놈들하고 떼 지어 거길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선택이 나를 존나 당황 혹은 황당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얘기를 하자면, 나는 메신저 창을 띄워놓고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메신저 알림을 켜 뒀으니까 메세지가 오면 즉각 반응이 오는 건 당연했고, 아. 그 애의 이름은 박찬열이었다. 어릴 때 꽤 자주 보던 얼굴이라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키가 많이 커서 눈에 띄기도 했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도 많았다. 가끔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도 할 정도로 친하기도 했다. 

 

 콜라 하나를 옆에 따 놓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울린 메신저 알림음이 문제였다. 잠시 게임은 제쳐두고 확인한 메세지는 다름이닌 박찬열의 것이었다. 

 

 

[ 야 너 뭐해? ] 

 

 

 이런식으로의 대화가 굉장히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ㅡ약 이삼 년 만이었다ㅡ, 박찬열의 말투는 그렇지 않았다. 꼭 어제나 그제까지는 얼굴을 맞대던 사이 마냥 반가운 말투에 뭐라고 답장할 지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했다. 

 

 

[ 게임하는데 ] 

[ 존나 오랜만 ] 

 

 

 그래도 그것보단 게임이 바빴다. 대충 창을 닫아두고 다시 열어본 게임 화면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아예 존나 깨졌네……. 아까까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박찬열 때문인가. 교복에 팔목이 조여 걸리적거려서 단추를 풀어버렸다. 

 

 

[ 뭐래ㅋㅋ 게임하냐 ] 

[ 맨날 게임함ㅋㅋ? ] 

 

 

 박찬열의 메세지에 뭐라 답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얘는 왜 자꾸 곤란하게 만들어. 좀 있다 답장할까……. 꼭 내가 어제도 박찬열한테 나 게임해요 소문 낸 것 같았다. 말투나 내용이나. 아 얘 이상해. 원래 이상한 놈인 건 알았지만. 오랜만에 봐서 적응이 안 된 건가? 

 

 

[ ㅇㅇ... ㅈㅁ 시작함 ] 

[ ㅋㅋ 즐겜하셈 ] 

 

 

 그 메세지를 끝으로 박찬열과 나 사이엔 접점이 없었다. 고 생각했다. 

 

 

 

 

 

 9월은 꽤 풍요로웠다. 추석 연휴가 나흘이나 된다는 게 큰 요인이었다. 물론 집 밖에 나갈 건덕지는 없지만 쉰다는 거에 의의를 둔다면 그건 그거대로 성공인 셈이었으니까. 대신 연휴가 지나면 전부 끝이었다. 아, 시험 치기 존나 싫다. 김종인이 입술을 비죽 내밀곤 책상에 머리를 뉘였다. 

 

 

"야, 너 어제 박찬열이 집에 같이 가자고 기다리더라." 

"그래서 어쨌는데?" 

"나랑 같이 집에 갔지. 너 어제 학원 안 왔잖아." 

"잘했네." 

 

 

 끝이야? 어, 뭐? 아니, 그냥. 김종인이 시원찮은 대답을 내뱉고 펄럭펄럭 셔츠로 부채질을 해댔다. 여름이 아예 다 가지는 않았지만 나름 날씨도 선선해졌고, 기분도 좋고. 나중에 박찬열 만나면 음료수라도 사 줘야겠다. 

 

 

"오늘은 학원 오냐?" 

"어. 어젠 엄마가 불러서 간 거고." 

"아하." 

 

 

 날씨 좋네. 김종인이 말했다. 진짜 그러네. 잠자리 몇 마리로 장식된 운동장 풍경이 오늘따라 유난히 좋아 보였다. 야, 운동장에 박찬열. 김종인이 손가락으로 박찬열의 뒤통수를 콕 찝는 시늉을 했다. 어, 진짜네. 체육복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박찬열이 딱 박찬열 같아서 우스웠다. 

 

 

 

 

 

 어제 박찬열에게서 또 메세지가 왔다. 내용은 또 별 거 없었다. 또 피씨방이야?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다. 박찬열이 다음에는 자기랑도 같이 가자고 했다. 갑자기 친절하고 친한 척 구는 게 영 의심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어색하진 않았다. 꼭 어디서 많이 체험해 본 장면 같아서. 

 

 

[ 너 무슨 게임 하는데? ㅋㅋ ] 

[ 안 알랴줌ㅋ ] 

[ 존나 매정하네... ㅋㅋ ] 

 

 

 박찬열이 보낸 답을 확인하고 그냥 창을 꺼버렸다. 왠지 보기가 싫어서. 컵라면을 잘못 먹은 건가? 속이 안 좋았다. 분명히 날씨는 좋았는데. 

 

 

 

 

 

"너 어제 피씨방 갔냐?" 

"어. 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박찬열이 또 기다리더라." 

"아, 진짜? 또?" 

 

 

 엉. 김종인이 흥미없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열은 이상하다.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같이 집에 같이 가자고 나를 다린다. 가끔 혼자 떠들면서 싱글벙글 웃는 걸 보면 뭐가 그렇게 웃기나 싶지만 막상 들어 보면 또 별 일이 아니었다. 자기 집 애완동물 얘기나, 어제 김종인이랑 같이 집에 가는 길에 있었던 일. 사실 다 듣고 자빠져 주기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럼 어제 또 같이 집에 갔겠네, 너랑 박찬열이랑." 

"어. 걔 되게 착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 

 

 

 착한 거랑은 별개로 박찬열은 조금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물론 김종인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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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찬이라서 좋은데요 뭔가 애매한데 뒷내용 없나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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