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택] 머글들한테도 유명한 빅스 레오 남팬 일화 (부제 : 안녕, 남팬일화!) 늦은 밤, 연습실에서 각자 개인 연습을 하던 멤버들이 음료수나 마시자며 모여 사러갈 사람을 정하려 가위바위보를 했다. 거짓말처럼 나말고 모든 멤버가 주먹을 냈고 나는 가위를 내밀고 있는 내 손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남자는 주먹이죠, 형!" 옆에서 얄밉게 웃는 혁이의 엉덩이를 한 번 걷어차주고 나는 신경질적으로 지갑을 챙겨 연습실을 빠져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왜 하필 죄다 주먹을 내서는. 한참 투덜거리며 편의점에 도착해 음료수를 사고 나와보니 들어갈 땐 못 봤던 남자 하나가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있었고, 테이블엔 이미 비어버린 듯한 맥주 두 캔과 지금 막 뜯은 듯한 새 캔 하나가 보였....... 어? "이재환?"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남자는 정말 재환이였다. 얘가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남의 동네에서. "여기서 뭐해?" "맥주 마셔요!" 그니깐 여기서 왜... 굳이 본인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 놔두고 여기까지 와서 혼자 청승떨며 술을 마시는 거냐고... 절로 찌푸려진 내 미간은 보이지도 않는지 재환이는 웃으며 자기 옆자리를 팡팡 치며 앉으라고 재촉했다.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재환이 옆에 앉으니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해실해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나 오늘은 머글인가봐요! 원래 계는 덕후가 아니라 머글이 타는 건데... 편의점 앞에서 술 먹다가 우리 택운이 형을 보다니! 진짜 대박사건!" 취했는지 평소보다 더 해실거리며 더 오버스러운 제스쳐와 말투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대는 재환이를 그냥 바라만 보다가 취했다며 재환이 손에서 맥주 캔을 빼앗으려 하니 반대쪽 손으로 덥썩 내 팔목을 잡아온다. "나 안 취했어요." "원래 취한 사람이 안 취했다고 해." "아닌데, 나 진짜 안 취했는데. 내가 얼마나 술 잘 마시는지 우리 택운이 형은 모르잖아요~" 나사 하나 빠진 것 마냥 해실해실 웃는 얼굴과는 반대로 내 팔목을 붙잡은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간다. 아파. 갈수록 세지는 아귀 힘에 잡힌 팔목이 아파오는 탓에 팔을 비틀어 빼려하자 재환이는 아까와 같은 얼굴로 맥주 캔을 쥐고있던 손을 내려 붙잡고 있는 내 손에 깍지를 껴서 마주잡았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 내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하는 말이 '내가 보낸 편지봤어요? 저 군대가요, 형.' 이였다. 뜻밖의 말에 놀란 얼굴로 재환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재환이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도 편지 안 읽었나보네, 이렇게 놀라는 걸 보니까." "아... 요새 시간이 없어서.... 미안." "괜찮아요, 바쁘니까. 이해해요!" 과장을 조금 보태 산처럼 쌓인 팬들이 보내준 편지들을 읽을 시간조차 없이 이리저리 바쁜 스케쥴에 치이는 사이 재환이가 이런 내용을 편지에 보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오늘 내가 음료수를 사러 나오지않아 재환이를 만나지 못했으면 뒤늦게 편지를 읽고 재환이가 입대한 사실을 알 뻔 했다. 그 사실을 편지로 알게되지 않은 게 뭐라고 그렇게도 안심이 되는지. 맥주를 한 모금 마신 재환이는 깍지낀 손을 더욱 힘 주어 잡더니 '내가 편지에 뭐라고 썼는 줄 알아요?'하고 물었다. 편지를 읽지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조금 의아했지만 모른다고 고개를 저어보이자 재환이는 눈이 휘어저라 웃었다. 이재환의 수십만 가지 표정 중에 내가 좋아하는 표정. "안 믿기겠지만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형을 만날 때마다 긴장했고 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그 걱정이 뭔 줄 알아요? '내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형한테까지 들리면 어떡하지? 그래서 형이 나를 부담스러워 하면 어떡하지? 오늘도 정택운이 어제보다 더 좋아지면 어떡하지?' 이거. 형을 보면 심장이 막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워져요. 매일봐도 초단위로 다른 정택운이라서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게 될 정택운이라서 내 마음이 나조차 벅차게 느껴질 정도예요. 혹시 그 마음이 형한테 느껴져서 내가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혹시 내가 싫진 않았어요? 내 진심을 내보이면 형이 나를 싫어할까봐 늘 괜히 장난 치고 그랬는데... 혹시 내 마음이... 장난으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형 앞에선 난 늘 걱정만 한 가득이예요. 이런 이재환 마음을 정택운은 알고있었어요? 아니, 정택운은 분명 내가 말해주기 전까진 절대 몰랐을거야. 맞죠?" "..." "나 내일 입대해요. 군대가면 정택운이 많이 보고싶을텐데, 생각도 많이 나고 그리울 텐데 내가 2년을 잘 버틸 수 있을까요? 입대한다니까 다들 걱정하더라고요, 요새 군대 이야기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데 왜 하필 이 시기에 입대를 하냐고. 형도 나 걱정하고 있어요? 그럼 완전 때땡큐인데. 잘 갔다올게요. 2년동안 나 잊어버리면 안돼요! 알겠죠?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 내가 안 보이면 형도 나를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해줄 거예요?" 내 눈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재환이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자, 재환이는 '빈말이여도 완전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인데, 나도 너를 많이 보고싶어할텐데.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않는 마음 속 소리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멤버들한테도 인사 전해줘요. 공백기라서 내가 어떻게 얘기도 못하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형을 만나서 다행이예요." 어느 새 세번째 캔을 비워버린 재환이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더니 또 다시 맥주 한 캔을 더 사왔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재환이는 문득 내게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라고 물었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솔직히 2년 넘게 나를 보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내가 좋았던 적은 없어요?'라고 물었다. 솔직히, 솔직히... '솔직히'라는 단어가 가슴에 박히는 듯 했다. 단 한 순간이 아닌 매일, 난 니가 좋았다. 처음엔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이 좋았고 그 다음엔 나를 보러 찾아와주는 너의 정성이, 그 다음엔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너의 목소리가, 그 다음엔 나에게 장난을 치며 웃는 너의 미소가, 그 다음엔 나의 손을 잡아오는 너의 손이, 그 다음엔 내게 고백하던 너의 입술이, 그 다음엔 병문안 갔을 때 나를 안던 너의 어깨가, 그렇게 점점 너의 모든 게 좋아졌다. 난 너를 처음 만났던 그 날 이후로 단 한 순간도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그런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너와 나는 팬과 아이돌의 관계였고, 무엇보다 같은 성별을 가진 남자였다. 나는 우리를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우릴 둘러쌀 수 많은 소문과 사람들의 외면이 두려웠다. 나는 겁쟁이였고, 그래서 항상 나는 너를 밀어낼 수 밖에 없었다. 너에게 미안하지만 나에겐 그게 최선의 방법이였다. 내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너는 내가 단 한 순간도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지만 나는 그 오해를 풀어줄 용기조차 없었다. "그럼 하나만 더. 혹시 이 편의점 생각나요? 우리 여기서 처음 만났었는데." 이번 너의 물음은 나를 놀라게 했다.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기억하지 못한다고 믿었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그동안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잖아. 편의점에서 본 이후에, 처음 너를 봤던 날. 너가 나에게 아는 척을 해주지않아서 당연히 기억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너에게 참 많이 실망했었고. 근데, 너는 기억하고 있던거야? 당연하지. 나의 대답에 너도 조금 놀란 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정말 기쁘다는 듯 웃으며 데뷔 후 첫 팬싸에서 당연히 알아보고 얘기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무 말도 없어서 내가 기억을 못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건 내가 하고싶은 말인데.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너와 나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서로 첫만남을 서로가 기억해주길 바라면서도 혹여나 기억하지못할까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던 것을 생각하니 둘 다 참 바보같다고 느꼈다. 지금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을까? 문자가 왔는지 짧게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본 너는 이내 가방에서 조금 묵직한 상자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냈다. 선물금지라면서 재환이에게 돌려주려고 하자 눈 딱 감고 한번만 받아달라며 상자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이거 내일 아침에 훈련소 가기전에 쨍 누나 만나서 형한테 전해달라고 주려했던 건데 형 만났으니까 지금 줄게요. 지금 보지말고 연습실이든 숙소든 나 없는 곳에 봐요." 못이기는 척 받아든 상자를 지금 당장 열어보고싶었지만 그렇게 당부하며 약속하자고 손가락까지 건 재환이덕에 궁금함을 참고 연습실에 돌아가서 보기로 하고 상자를 내려놓자 자리에서 일어선 재환이는 '엄마가 얼른 안 들어오면 문 잠근대요'하고 말하며 앉아있던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테이블 정리를 다 한 재환이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선 나에게 내가 내려놓았던 선물상자와 원래 편의점에 온 목적이였던 음료수를 챙겨 손에 쥐어주었고 내가 그것들을 드느라 손이 자유롭지 못한 틈을 타 입대선물이라며 순식간에 나를 꽉 안고는 혹여나 내가 때릴까 나에게서 열걸음 정도 뒷걸음 쳐 도망쳤다. "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안된다고 하면?" "그래도 할거예요." "어짜피 그럴거면서. 물어볼게 또 뭔데?" "음... 내가 형의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때, 한 번이라도 내 생각해본 적 있어요?" 내가 너에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난 니 생각을 하지않았어, 라고 거짓말을 해야할까. 아니면 하루 온종일 니 생각 에 정신이 빠져 혼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야, 라고 솔직하게 대답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나를 대답을 바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재환이는 고민 끝에 응, 하고 내뱉은 내 대답에 아까보다 더 환한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거면 됐어요, 정말. 그거면... 난 충분해요." 진짜 가야겠다고 손을 흔들며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연습실로 돌아오니 뭐하느라 이렇게 늦었냐며 잔소리를 하는 학연이를 피해 홍빈이에게 음료수를 던져주고 개인 연습실로 들어와 재환이가 준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엔 두꺼운 공책이 여러 권 들어있었다. 한 장, 한 장 펼쳐보니 그 안엔 데뷔 전 마이돌 당시부터 시작해 며칠 전까지의 내 사진과 그 사진을 찍은 날짜, 그 날의 나를 본 재환이의 코멘트 등이 담겨져있었다. 마치 육아일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넌 이렇게 항상 나에게 정성이였고 감동이였다.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않을 수 있을까. 헤어진지 30분도 안된 이재환이 보고싶어졌다. 너에게 두려움에 감춰둔 내 마음을 모두 말해주고싶었다. 이제 2년동안은 널 보지 못할텐데 뭐가 그리 무섭고 두려워서 너에게 내 마음을 내보이지 못했던 걸까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도 난 니가 그리운데 2년을 어떻게 기다려, 보고싶은 재환아.
지금까지 '머글들한테도 유명한 빅스 레오 남팬 일화'를 사랑해주신 어여쁜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
결말이 행쇼가 아니라 실망했겠지만 이게 남팬 일화스럽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행쇼!하는 결말이 아닌 여지를 남기는 결말을 지어봤어! 마지막으로 재환이 못지않은 택운이의 마음을 표현하고싶었는데 어떻게 잘 표현된건지 모르겠다ㅠㅜ 그동안 고마웠어! 내가 참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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