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준면백현경수찬열종대]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나라는 없습니다.
"P"
1960년 4월 19일 고려대학교 정문 앞
"자랑스러운 고려대학 교우 여러분!!!!! 저희 함께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하여 봉화를 높이 듭시다!!!!"
"와!!!!!!!!!!!!!!!!!"
기껏해야 스무살 초반정도 됐을까 싶은 소년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문을 읽어 내려 나갔다.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낭독을 끝을 낸 소년은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강단에서 내려갔다.
"멋있었어 준면아"
이 강단에서 내려가자 밑에서 준면의 친구로 보이는 듯한 모자를 쓴 소년이 다가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긴장했던 모습을 풀지 못하는 자신의 친구를 위로하는 말을 뱉어왔다.
"........민석아........나......사실 너무 무서워....또 다시 계엄군들이 ㄴ....날"
"준면아!! 걱정 하지마.....우리는 국회의사당 앞까지만 갔다가 조용히 다시 돌아올 거잖아...계엄군을 맞닥뜨릴만한 일 없어"
준면은 민석과 눈이 마주치자 아까의 결의에 가득 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지며,
공포로 물든 눈으로 민석의 옷 끝자락을 놓지 못하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석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준면의 어깨를 꽉 붙들어 잡고는 조곤조곤 준면에게 이야기하였다.
2014년 4월 19일 성북구 안암로 ○○호프집
"오늘은 준카쓰자 준카ㅋㅋㅋㅋㅋㅋ"
"쓰던가 언제는 지들이 내 허락 맡고 썼나.....어째 요샌 김민석도 양아치처럼 굴어!!"
친구들이 준면의 주머니에서 마음대로 지갑을 꺼내서 카드를 빼내어 슬래쉬 동작을 반복하며,
준면에게 계산할 것을 요구하자 체념한 듯 준면은 마시던 술을 계속 마시다
친구들과 함께 슬래쉬 동작을 따라 하는 민석을 보고 울컥한 건지 마른안주를 쥐어 뜯어 먹으며,
민석을 밉지 않게 노려보았다.
"에~~? 준면이 삐진거야~?ㅋㅋㅋㅋㅋ알겠어 알겠어 오늘은 내가 계산한다!!"
1980년 5월 18일 전남대학교 앞 폐건물
"도경수 만약 너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
"나?.....글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상황에 너는 그런 질문이 나오냐? 변백현"
폐건물 안 구석진 곳에서 온몸에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국에 한눈에 봐도
꽤나 많은 양의 피를 쏟고 있는 두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들의 이름은 백현과 경수인 듯하다.
백현이 맑은 표정을 짓고서는 옆에 앉은 경수를 쳐다보며 질문을 하니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경수가
이내 이상함을 느끼고는 백현을 약간 다그쳤다.
"그럼 어느 상황에 나와야 하는데? 딱 지금 해야 하는 타이밍이구만"
"........그런가?....그럼 넌 뭐가 되고 싶은데?"
다그치는 경수를 흘겨보며 백현이 자신들의 상처를 가리키면서 말하자 금세 동요해버리고 마는 경수였다.
"나는 그냥 다음에도 변백현으로 태어나고 싶다! 얼마나 자랑스럽냐 지금 내 모습이ㅋㅋㅋ"
"하긴 그럼......나도 도경수로 태어날래 왠지 지금 나 존나 멋있는 것 같거든"
백현은 고민하는 기색 없이 다음 생에도 자기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서스럼 없이 내뱉었다.
양 팔을 쭉 뻗을 생각 이었는지 들어올리던 팔을 힘이 딸려 반 이상 들리지 못 하고 다시 바닥으로 내리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경수는 눈을 감고는 자신도 그렇다는 말을 하고는 폐건물 안에는 고요가 맴돌았다.
2014년 5월 18일 전남대학교 정문 앞
"야 변백현 너 지금 몇 분 늦었는지 아냐?"
정문 앞에서 쭈그리고 있던 경수는 멀리서 뛰어오는 백현을 보고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일어선 뒤
핸드폰 화면의 시계를 백현의 눈에 들이대며 따져들었다
"야~미안 미안 너 남자가 그런 거 갖고 쪼잔하게 굴면 그거 떨어진다ㅋㅋㅋㅋㅋ"
"....아 .....씨.발.........너 밥 혼자 먹어"
".....어?..야!!! 야!!! 도경수!! 형이 잘 못했어!!! 같이 좀 가자!!!"
하지만 그에 주눅 들거나 위축될 성격이 아니던 벡현은 되려 경수를 놀려먹었다
그러자 경수의 얼굴이 시뻘게지며 백현의 정강이를 한 번 쌔게 걷어 차고는 백현이 오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2배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것인지 그제서야 경수의 뒤를 쫓아가는 백현이다.
1960년 4월 18일 △△헌책방
"박찬열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만화책을 잘 읽어 내려가던 종대는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으며, 찬열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찬열은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자신의 책 읽기가 바빴던지 눈짓으로만 대답을 하고는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야아아!!! 내 말 좀 들어 보라고!!!"
"........아이씨!! 겁나 찡찡대쌓네 빨랑빨랑 말하고 끝내라 저거마저 봐야 하니깐"
종대는 그에 기분이 나빴는지 찬열의 옆에서 쨍알쨍알 대며, 찬열을 괴롭혀댔다.
종대의 찡찡거림에 이길 재간은 없는지 책을 덮어 내려놓으며, 종대를 보챘다.
"내가 정말 정말 존경하고, 친한 형이 있단 말이지?"
"엉"
"근데 나도 그 형처럼 되고 싶어"
"하.......야 장난하냐? 별것도 아닌 걸로 사람 귀찮게 했던거냐?"
그래도 나름 성의 있게 들을 준비를 끝마친 찬열은 김빠지는 말을 하는 종대에
꿀밤을 한대 먹이고는 덮어 놓았던 책을 다시 피고는 책장에 몸을 기대었다.
"야아아아!! 아직 안 끝났어......중요한 건 너도 같이 하자고"
".........뭘?"
"........내일 그 형이 제 2차 시위에서 선두로 설 거라는 말이지...그래서 말인데.......우리도 하자........."
"................"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서는 바로 책을 펴버리는 찬열에 다시 찡찡거리며,
찬열을 일으켜 새우고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찬열에게 했다.
그러자 찬열은 굉장히 멍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앉아 있었다.
"씨.........너가!! 어렸을 때!!...겁쟁이는 싫다며!!! 너 지금 겁쟁이 같거든?!!........박찬열 할 거지?
할 거잖아 그렇지? 형한테 이미 한다고 했단 말야!!! 야!! 무슨 말이라도 해봐 좀!!"
나름 인내심을 가져가며, 찬열이 말하기를 기다려보는 종대지만, 10분이 넘게 말을 커녕 움직임조차 없는 찬열에
인내심이 폭발한 건지 찬열을 흔들어대며, 찬열에게 대답을 갈구해댔다.
"야!! 야!! 놔 봐 옷 늘어나!! 누가 안 한대??? 놀라서 그런 거야 놀라서!! 야!! 노라고!! 한다고!!!"
2014년 4월 18일 △△PC방
"아ㅋㅋㅋㅋㅋ김종대 게임 존.나 못 햌ㅋㅋㅋㅋㅋㅋ 줯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썅.......야 그만 쳐웃어"
생각보다 큰 점수 차로 이긴 찬열에 종대는 창피한 마음에 큰 소리로 찡찡대지는 못 하고
평소에 들었으면 화부터 냈을 줯밥이라는 말에도 고개를 못 들고 키보드 자판 개수만 새어가고 있었다.
".........잠깐........야 김종대 니 역사 숙제 했냐?"
"당근 역사가 좀 또라이냐?"
"아 씨.발.............숙제가 뭐였지?"
"1960년대 초부터 1980초반까지 역사연대표 그려오기 손.으.로.직.접"
웃어 재끼던 찬열은 게임화면의 돌쇠 복장의 캐릭터를 보고는
그제서야 내일 기피과목 1위 역사가 들어있다는 걸 깨닫고는 사색이 된 얼굴로
종대에게 숙제를 했냐고 떠보기 식으로 물어보니 종대는 당연하단 듯했다고 말을 했다.
그에 숙제가 뭔지를 물어보는 찬열에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치며, 숙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야 나 보여줘 응? 사랑하는 종대야"
"꺼져^^"
눈에 초점까지 없애가며, 생각에 잠겨있던 찬열이 이내 종대의 팔뚝을 붙잡으며 숙제 구걸을 해보지만,
종대는 찬열의 팔을 때어내며 가방을 챙겨 피시방 문을 열고 나갔다.
"야!!!!!! PC방비는 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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