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10-
"고마워 여주야. 내 대신 한별이 돌봐주고 곁에 있어주고 한별이에게 날 용서하라는 마음을 가지게 해준거."
"아니야...마음 고생 심했겠다.."
"너가 나랑 사겨주면 나을 거 같은데"
한빈이가 웃으면서 저 말을 하는 데 솔직히 심장이 쿵쿵 안 뛸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굳어있으니까 더 웃으면서
"에이 장난이야!ㅋㅋㅋ 귀엽긴" 하면서 볼을 꼬집는데
볼에 닿은 한빈이의 손에서는 너무 진심이 느껴져서 더 무거워졌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한빈이에게 빠져드는 내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계속 마음 한 켠에서 걸리는 지은이... 그리고 만약에 한빈이와 내가 사귄다면
주변에서 나올 반응들이 너무 눈에 보여 난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예뻐서"
진짜 한빈이는 이런게 문제다. 사람을 너무도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심장저격을 제대로 한다는 거...
"제대로 미쳤다 김한빈..." 이라곤 말했지만 그래도
절로 빨개지는 얼굴, 조금 떨리는 손이 숨겨지진 않았다.
"그치? 그래서 난 언니가 울 오빠랑 사겨줬으면 좋겠어!!"
"어?..."
정말 이 집 식구들은 사고방식이 일반 사람들과 정반대인가보다..
보통은 내가 한빈이한테 매달려도 못 사귈판인데..
내게 부탁이라니..그냥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 한별이가 귀여워
웃으면서 "그게 뭐야 한별아" 하면서 대화를 넘어가려 했다.
"말 안 들어서 주워왔나 싶었는데 내 동생이긴 하네"
"뭔 소리야? 내가 주워와??"
"그냥.. 그런게 있어 별아"
쟤는 왜 찔리게 저런 말을 날 보면서...
아 찔리라고 하는 소린가? 하긴 안 찔리면 내가 사람이 아니지..
솔직히 말은 안했지만 한빈이 입장에서는
난 거절도 제대로 하지도 않은 데다가
그냥 대화를 피하기만 했으니 답답하기도 할 거 같고 서운할 거 같기도 해서 미안하다.
*
어느 새 벌써 저녁이 되었다. 한별이도 보고
잠깐 엄마도 보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엄마가 은근슬쩍 나보고 한빈이가 내 남자친구냐고 물었지만
나는 미쳤냐며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옆에서 한별이가 곧 결혼할 사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그걸 말리지 않는 한빈이 때문에 엄마의 의심을 피하는데
진땀을 뺐다.
"고마워 오늘 이렇게 까지 있어줘서."
"아냐!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까 원래 올 생각이었는데 겸사겸사 좋았지..
나야 말로... 오늘 덕분에 재밌어서 고마워!"
한빈이는 좋지만 왠지 아직까진 한빈이와 사귀는 건 무서워서
나름의 표현을 했다. 한빈이에게 내가 자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의미가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길 바래야지....
"....잘 들어가 조심하고."
"응.."
*
한빈이와 헤어지고 집에 도착하니 아홉시 반이다.
왠지 공부한 것도 아닌데 한별이랑 놀아줘서인지 피로하다.
피로도 풀겸 핸드폰이나 가지고 놀까 해서 폰을 켰다.
-문자메시지 1건 도착-
"왠 문자야?"
[야. 김여주]
발신자를 보니 김지원이라고 적혀있다...게다가 보낸 시각이 6시 20분...
제때제때 답장하라는 김지원이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좆됐다...'
[왜?]
라고 빨리 답장해서 보냈지만 심장은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띠리링 띠리링
휴대폰 액정위로 뜨는 010-XXXX-XXXX
그리고 '김지원'이라는 세글자.
'그냥 문자로 하면 되지 왜 전화야??'
받아야하는가?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많은 생각을 하다가
계속 울리는 벨소리가 마치 김지원이 받으라고 협박을 하는 소리 같이 들려
결국에는 받았다.
"..여보세요?"
"왜 이제 답장해. 내가 제때 하라 했잖아."
"아니..그게 진동이어서 못 봤어.. 바빴기도 했고.."
"...토요일 2시에 시내에 OO정류장으로 와"
"어?..... 왜?"
"옷 사야지. 후드집업.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잖아."
'하긴...이럴려고 번호 가져갔구나...'
머릿속으로 김지원을 곱씹으며 "아 알았어.." 하고 끊으려 했다.
"올때 내꺼 후드집업 입고와"
"어? 왜?"
"....그냥 입고오라면.."
"아 알았어 입고 갈께!!!"
하여튼 무슨 말을 못해요... 대충 빨리 마무리 해버리고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 똑같은 남자애들이지만
친절한 누구와는 참 많이 다른 거 같다...란 생각이 든다.
사실 한빈이가 특별한 케이스긴 하지만...
어느 새 그런 한빈이에게 적응하는 날 보니
나를 여자라고 생각해주는 한빈이 덕분에
요즘은 왠지 기분이 싱숭생숭한게 싫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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헿 많이 기다렸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글쓰고싶었다느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