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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l조회 1176l 2

 

 한 쪽 보조개가 예쁘게 패여있는 그의 말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멍청하게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12시 53분 . 주위를 둘러보니 간간히 기숙사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 뿐 우리밖에 없는 듯 주위는 횡했다.

“나, 벌점 받는데.”

한참 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말이었다. 우현이 픽 웃었다.

“벌점이 중요해, 동기가 중요해.”

그리고 내 멍청한 말을 남우현은 또 유치하게 받아주고 있었다.


================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우리는 나란히 기숙사에서 몸을 돌려 학교 가로수길을 걷고 있었다. 아쉬워서 그랬을 거다. 누군가와 이렇게 술을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던 게 오랜만이라서. 그리고 술이란, 취하면 더 마시고 싶어지는 거니까.


“술, 더 마실래?”

 그런데, 우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더욱 더 차가워진 바람이 코로 들어오고 머리까지 올라간 듯 싶었다. 비틀대던 내 걸음은 어느 정도 올곧게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들어가지 말라는 남우현의 말을 장난 스레 받아주고 그대로 들어갔어야 했다. 그랬으면 따뜻한 침대에 누워서 술에 취한 기분으로 명수에게 잘 들어왔다고 연락했을 거고, 그냥 그런 하루처럼 잠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그러지 않았고, 한 번의 거절 없이 술자리부터 이 새벽까지 졸래졸래 따라가는 나를 남우현은 참 가볍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와 조금은 떨어져서 말없이 발끝만 보고 걷는 남우현이 보였다. 어쩌면 남우현도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 지금 후회하지?”


밑도 끝도 없는 내 말에 남우현은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러웠다. 예의상 던져본 말을 덥석 눈치 없이 문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너 들여보내도 후회했을 것 같아.”


이은봄이랑 더 놀 걸, 하고. 그 말 한마디에 또 기분이 괜찮아졌다. 이상했다. 남우현의 말 한마디에 환하게 웃고, 가슴이 떨렸다가, 기분이 나빴다 좋았다 그러는게. 술집에서 나왔을 때만 해도 조금 쌀쌀하던 게 어느새 얇은 블라우스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와 손바닥으로 양 팔을 감싸 안았다.


“많이 추워?”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꼭 낀 팔짱과 조금은 떨리는 내 입술이 그렇게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가만히 멈춰선 남우현이 무언가 곤란한 듯 잠시 입술을 만지작 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저기, 내 방이라도 갈래?”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두 눈만 깜빡이고 있자, 남우현이 안 잡아먹을게 하고 한숨같이 웃었다.


  **************

 

딸깍 하는 스위치 소리와 불이 켜지고, 가구가 단촐하게 놓여있는 있는 아담한 방안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몸 좀 녹이고 있어. 곧 있으면 따뜻해질거야.”

남우현이 부엌 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뒤적 거리는동안 나는 방을 주욱 둘러보다 폰을 꺼내들었다. 부재중 전화 1통과 잘 들어갔냐는, 미리보기로 보여지는 짤막한 카톡이 와 있었다. 뭐라 대답을 해야 하지 몰라, 그냥 카톡을 읽지 않고 조용히 가방에 넣었다.


“다행이 저번에 사 놓은 게 남아 있더라고.”


우현이 과자와 캔 맥주 2개를 손에 달랑달랑 들고 걸어왔다. 사실 더 이상 술은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술이라도 마셔야 남우현과 이 방에 있는 것이 덜 뻘쭘한 일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맥주가 입안에 들어오자 몸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 달달한 과자를 하나 입에 베어 물었다.


“명수한테는 연락 왔어?”

우현이 무심하게 물어본다.


"응, 잘 들어갔냐고.. 저기, 명수한테는,”

“말 안해. ”

" 나도 사지 찢길지도 몰라."


 장난스럽게 우현의 눈이 휘어져 그냥 가볍게 마주 웃어주었다.먹고 싶지 않다 생각했는데, 조금씩 입에 갖다대다 보니 이내 가벼워진 캔과 부스러기만 남은 과자였다.


“이은봄, 말라가지고 많이 먹네.”

가볍게 두 눈을 흘기자, 그런 표정도 할 줄 알고, 하고 남우현이 말한다.


************

 

남 우현이 과자 부스러기와 캔을 치우는 사이에 방을 둘러보는데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옷 예쁘다.”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흰 셔츠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베이지색 면바지. 다 치웠는지 물 묻은 손을 닦으며 우현이 걸어온다.

“그거?”

“응. 저번에 너 발표할 때 이거 입었지 않아? 그 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이은봄, 나한테 관심 많았네. ”


누가 봐도 농담인 우현의 말에 괜히 당황해서 말을 말자며, 옷을 팩 하고 다시 걸었다.


“눈 좀 붙여. 우리 내일 전공 일교시잖아.”

나에게 제 침대를 양보해주고 장롱에서 이불을 하나 더 꺼낸 우현이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이내 불이 꺼졌다. 술기운에 잠이 올 법한데, 시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남우현의 숨소리가 신경 쓰였다.


  “..남우현, 자?”


아니, 하는 우현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침묵. 남우현도 자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이 어둠속에 혼자만 깨어있는 게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이 흘렀다. 너 거기 있구나. 곧이어 뒤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이 보인다. 그리고 우현이 내 옆에 앉는다. 아까부터 크게 들리던 우현의 숨소리가 이제 바로 옆에서 들린다.


“밤 샐까? 동기 엠티 온 것처럼.”


어둠 속이라 보이지 않는데도, 우현이 짓고 있을 장난스러운 표정이 느껴졌다. 고개를 끄덕였다. 남우현도 어둠 속에서 내 말을 알아들었나보다.


“그럼, 바로 엠티의 묘미죠, 지금부터 진실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진실게임인게 어딨어”

“지금 시간이 딱,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진실게임 할 시간이잖아.”

어쩐지 설득력 있는 말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럼, 내가 먼저 물어본다. 음, 김명수 어디가 좋냐?”

역시나 그 질문일 줄 알았다. 남우현과 내 사이에 공통적인 주제란 아마 김명수밖에 없을 거다.


“..그냥, 이유가 있나, 뭐. ”


  처음 김명수를 본 순간 나는 첫눈에 반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냥 좋고, 또 좋아서 김명수의 어디가 좋은지, 왜 좋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동기들끼리 어색하게 모여 인사할 때, 짤막하게 제 소개를 하던 김명수를 나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얗고 깨끗한 그의 얼굴만큼 그는 모든 게 그랬다. 한 학기가 다 끝날 무렵 동기들끼리의 술자리에서 비틀대는 나를 김명수는 데려다 주고 오겠다며 등에 업었다.


“명수야, 나 너 많이 좋아해. ”


  순간적인 나의 고백에 김명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조용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코끝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삼켰다. 술 취해서 하는 말 아니야. 명수는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 내려줘.”


짧은 한숨 뒤에 명수가 천천히 허리를 굽혀 나를 땅에 내려놓았다. 명수의 얼굴을 쳐다볼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등을 돌렸다. 끝끝내 김명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명수를 마주쳤다. 전날 술 때문에 제대로 화장도 하지도 못하고 급히 수업을 가던 나와 달리 명수는 그 날도 여전히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로 내 앞에 서 있었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지나쳐 가려 할 때였다. 명수가 내 앞을 조용히 막아섰다.


“어제 네 말, 진심이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번의 거절은 듣기 힘들었다. 한참 동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개를 드니 김명수가 몇 번 입술을 달싹하다 말았다 하고 있었다.


“..만나볼래?”


마침내 떨어진 그 한마디에, 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잊고 그냥 그를 와락 안고 말았다. 아마 그 때 명수는 서툴게 내 등을 안아줬던 것 같다.


***


지나가는 기억에 멍하니 있는 나에게 우현이 은봄아, 라고 불렀고 나는 그제야 그 기억에서 나왔다.


“답이 싱겁다, 이제 네가 질문해.”


우현의 말에 곰곰이 생각했다. 너한테 묻고 싶은 건 뭘까. 생각해보니, 남우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어디 살아?”

“그게 질문이야?”

“응.”


내 대답에 진짜, 너무하다 하고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남우현이 대답한다. 내 물음 때문이었는지 그 뒤로 남우현과 내 사이에서 이어진 질문들은 진짜 진실게임에서라면 나오지 않을 사소한 질문들이었다. 어쩐지 남우현이 꽤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가까웠다. 내 옆에 우현의 온기가 느껴질만큼 남우현은 가깝다.다시 질문은 내 차례였다. 사는 곳, 좋아하는 음식, 키..등 잡다한 건 다 물어봐서 더 이상 물어볼게 없었다.


“ 좋아하는 사람 있어?”


진실게임 하면 떠오르는 질문이라 무심하게 물어봤는데 순간 우현이 멈칫 하는게 느껴진다. 그의 반응에 이상하게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 잠시 뒤, 아니 하는 우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묘한 안도감과 실망감이 교차했다.


“다시 내 차례. 김명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거 생각해 본 적 있어?”


아니. 그런 적 없어. 그렇게 입이 떨어져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명수를 만나면서 명수가 좀 더 다정했다면, 명수가 날 좀 더 사랑했다면 한 적은 있어도 명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있는 네가 남자친구였으면 어땠을까. 대답을 하지 못하고, 남우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에 익숙해져 침대, 장롱, 책상 등 어렴풋이 사물의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남우현의 얼굴도. 어둠 속에서 더욱 까만 우현의 눈동자가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만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네 입술이 예뻐 보여. 아까 술 마실 때부터.”


나 미친 놈이지. 씁쓸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땀 때문인지 조금은 축축한 그의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았다. 내가, 키스하면 어떡할래. 우현의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남우현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우현이 입술을 쓸어내리며 내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그의 마른 입술이 맞닿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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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8.121
헐 난 남자가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은봄이 닥빙하고싶네요 나무현 너란 남자..너는 love...........☆★
9년 전
독자1
하..........두근두근 설레고 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너무 설레ㅠㅠ
9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이런글을 왜 이제야 봤죠... ㅠㅠㅠ 다음편 안나오나요? 보고싶어요ㅠㅠ 궁금해요!
9년 전
독자3
아ㅜㅜㅜㅜㅜㅜㅜㅜ궁금하네요 몰입도있는 글!! 잘쓰시네요 작가님 ㅜㅜㅜ돌아와요
9년 전
독자4
작가님ㅠㅠ ㅠ 뒷이야기 너무 궁금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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