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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번도 형이라고 불러본 적은 없었다. 영어로는 brother, 그렇게 부른다는 건 친하다는 뜻. 나는 결코 그와 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말이 안통했고, 심층적인 문제로는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뒤에서만 '신우형,' 이라 칭하고 그 앞에서 형이라고 부르진 못했다. 무엇보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게 제일 쇼크였었다. 같이 있을 때는 몰래 몰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번은 대니형한테 걸린 적이 있는데 별다른 반응은 없었고 그냥 놀리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선 아니라고 정색을 했었지.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여전히 그가 자리잡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근근히 사진이 올라왔기에 사진을 구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는 그의 얼굴을 아는 이가 없다. 주위 친구들은 신경조차 안쓴다. 아, 이거 슬픈 얘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킥킥 계단을 타고 내려와 건너 맞은편에 있는 200 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거처는 단 한번도 잊은 적 없다. 조금 있으면 그와 대면한다는건가? 아, 떨려. "할머님은 계시려나... 10년이나 지났는데.. 어머님은 일나가셨을거고." 그러다 번뜩 든 생각. 지금 나의 나이는 25살. "어.... 그럼 신우형이 27살.. 으아아.....!! 분명 직장이 있을거야!" 무슨 생각이었던걸까 나는. 아직도 15살 17살 청춘이었다고 생각하는거야? 아, 정말.. 핸드폰을 꺼내 앤디형한테 전활 걸었다. 아무래도 대니형은 어색해... - Hello? "어 형! 나 태일이야!" - 에? 이태일? 잠깐만 이거 미국국번인데? "몰랐어? 페이스북 안하나보네? 내가 간다고 그렇게 담벼락에 글을 써댔는데.." -그럼 지금 미국? "Yes," -코네티컷? "Yes," -우리집?!! "yay! surprise!" -헐... 당황스럽다 "아예 그냥 유학 와버렸지! 대학도 졸업했는데 할 건 없으니까..." -대학 졸업하고 2년동안은 뭐했는데 지금 와? "영어공부랑 진로결정? 아직 정확하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바리스타나 시작할까.." -아직도 그 바리스타 타령이야? 에휴, 그건 그렇고 전화한 이유나 밝히시지 "에이 빡빡하게 왜이래- 신우형 알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너 아직도 걔 좋아하는거야? 알긴 하지. "그럴 리도 있지. 혹시 직장다녀?" -걔 고등학생일 때 농구팀 활동했었잖아. 지금은 유소년 농구팀 감독이야. "힉, 벌써 그렇게 됐어?" -좀 어리긴 하지만... 다리 다치고 나서는 뭐. "음.... 그럼 지금쯤이면 집에 있으려나?" 손목시계를 슬쩍 보니 7시 40분. 와, 난 시차도 없는가봐. -아마도. 아니 그나저나 너는 내 안부 안물어보냐? "아................푸흐흐 나중에 집에서 얘기해! 형수님은 잘 계시지? 놀러갈게!" -하여간에... 10년동안 달라진게 하나도 없냐. 일단 알았어. 끊는다. "yes, sir!" 뚝. 전화는 끊겼고, 내 발은 자연스레 그의 집을 향해 걷고있었다. 내가 바래온 순간... 그는 날 보며 무슨 표정을 지을까. 풉, 친하지도 않았는데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아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를지도... 그게 제일 비참할 것 같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다. 기껏해야 맞은편에 있는 200동 1층. 통화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하지 않았다면 3분도 안되어 도착했을거야. "흐---읍, 하...." 심호흡을 하고 성큼, 문 앞에 다가섰다. 아 떨려. 제발 있어라. 이번에는 신우 형, 하고 용기 내어 불러줄테니. |
늦었져... 죄송해요 ㅠ 맨날 죄송할 일만 하는것같아 ㅜㅜ
그대신 이번엔 쪼금 분량을 늘여봤어요..아님말구 ㅠ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코네티컷(=Connecticut) : 미국 뉴욕 옆에있는 커다란 주 이름.
-대니(=Danny) : 작품설정 상 태일의 고종사촌. 둘째. 91년생.
-앤디(=Andrew) : 작품설정 상 태일의 고종사촌. 첫째. 89년생.
-작품설정 : 태일이는 작품 상에서 97년생, 그리고 작품의 배경은 미국, 2021년 가을입니다. 태일은 10년 전인 2011년에 미국에 잠깐 여행 온 적이 있는데, 미국 한인교회를 다니다 만난 이웃이자 교회오빠인 신우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찌어찌하다 사촌들인 대니와 앤디가 그 사실을 알게되구요, 태일은 2012년 2월 23일 귀국합니다. 허나 태일의 마음에 신우가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태일이는 10년동안이나 신우를 잊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된거죠. 자세한 건 회상씬이나 스토리 전개중에 나올거여요.
예전에 이거 실화라고 말씀드렸었나요?
사실 제 친구가 아니라 제 실화에요...... 헝헝 서프라이즈~
꽤나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10년 뒤를 상상해보는겁니당 탤찡은 순수하고 귀엽고 그렇지만 전 그렇지 못하니까 좋은 결말이 될 수 없겠졍... 탤찡만은 좋은결말을 지어줄거에요
항상 댓글달아주는 이긴 3분 감사합니다♡ 특히 이 퓨전픽의 이유인 익인이!! 스릉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