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오늘도 오셨네요.”
“ 아, 네. 다른곳 다 가봐도 여기만큼 디저트 잘하는 곳이 없더라구요.”
백현이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프론트의 여직원에게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을 마치고 나서 레스토랑 형식인 호텔 디저트 룸에 들어섰다.
백현이 D호텔의 디저트 룸을 처음 와본날부터 딱 한달째 되던 날이였다.
[EXO/오백] 수플레,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 01
W. Asta
백현은 신거, 단거라면 눈이 뒤집힐정도로 좋아했다. 때문에 친구인 찬열을 데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낸 디저트 맛집에 가서 온 종일 달달하고 신 케이크, 푸딩, 젤리, 파이 등을 먹는것을 즐겨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고 맛있냐며 비아냥 댔지만 디저트에 정신이 팔린 백현이 찬열의 비아냥을 들었을리 만무했다. 백현은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을땐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백현은 특히 프랑스에서 건너온 디저트를 제일 좋아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마카롱이였다. 한참 마카롱에 빠졌을때는 6개월간 꼬박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프랑스 배낭여행을 가서 마카롱을 잔뜩 사 한국으로 귀국하곤 했다. 그정도로 백현은 디저트에 대한 열정도, 집착도 강했다.
백현이 D호텔의 디저트 룸에 간것은 사촌의 결혼식이 D호텔에서 열려서 였다, 물론 이번에도 가족 행사에 빠지면 앞으로 1년동안 절대 용돈 없다는 부모님의 말때문에 간 것이지만. 그날 백현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원래는 찬열과 함께 새로 찾은 홍대의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에 가려 했는데, 사촌의 결혼식으로 인해 그 약속이 취소 된 점 때문이였다. 백현의 머릿속에 어젯밤 사진으로 봤던 홍대의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에서 파는 디저트들이 아른거렸다. 싱싱한 딸기 하나가 통째로 박혀있는 롤케이크, 초코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알 정도로 색이 진한 가토 쇼콜라. 아, 먹고싶다 먹고싶어. 백현은 부모님과 함께 D호텔을 이동하는 동안 어젯밤 봤던 그 사진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끙끙대었다.
“ 아 먹고싶어어, 엄마 나 가토 쇼콜라아…”
“ D호텔에도 디저트 룸 있다더라, 거기 파티셰가 프랑스 유학도 갔다왔다던데. 너 엄청 좋아할걸? ”
백현이 뒷자석에 누워 늘어져 있던 몸을 곧추세워 조수석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 엄마 뭔데 더 말해봐, 남자야? 디저트 잘 만든대? 종류는? 맛은 있대? 폭풍으로 쏟아지는 백현의 질문에 백현은 결국 정신사납다며 엄마에게 한대 맞고 뒷자석에 등을 기대고나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아마, 호텔이니까 초코, 블루베리, 딸기 무스케이크는 당연히 있을테고, 운좋으면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도 먹을수 있겠다. 기분이 좋아진 백현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내가 D호텔 디저트 룸 다 털어주겠어.
D호텔에 들어선 백현은 다른것은 관심없고 오직 디저트 룸에만 관심이 있었다. 사촌의 결혼식은 둘째치고 일단 디저트 룸이 어디있는지 찾기 바빴다. 열심히 두리번 거리며 디저트 룸이 어디있는지 살펴보고 있을때, 엘리베이터 옆에 아크릴판이 덮어져 있고 각각의 층계가 어떤용도로 쓰이는지 써져있는 것을 보았다. 백현은 속으로 나이스, 를 외치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디저트 룸이 자리하고 있는 4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며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왼손에 들려져 있는 DSLR의 베터리도 확인하고, 모든일이 술술 잘 풀려가기 시작했다. 디저트 룸이 있는 41층이 가까워 질수록 백현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졌다. 가서 뭐부터 먹지? 달달한거? 신거? 백현은 행복한 고민을 하며 41층에 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백현의 후각을 자극하는 달달한 냄새가 확 끼쳐왔다. 그래, 이거야. 아, 기분좋아.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백현이 고풍스러운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어 디저트 룸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밖에서 맡았던 냄새와는 비교도 안되는 달달한 향이 백현을 감쌌다.
D호텔의 디저트 룸은 반 뷔페식, 반 레스토랑 식이였다. 디저트 룸에 들어가자 마자 백현이 눈 뒤집힐정도로 좋아하는 치즈케이크 무스위에 잔뜩 올려진 블루베리, 먹기좋게 한입크기로 만들어 작은 유산지컵 안에 담겨있는 와플과 그 위를 장식하는 갖가지 과일들, 형형색색의 마카롱까지. 백현에게는 이곳이 천국이였다. 웃음기가 가득 번진 얼굴을 한 백현이 당장 자켓을 의자에 걸쳐놔 자리를 잡고 뷔페쪽으로 가 접시를 집어들고 시큼한 가루가 잔뜩 뭍어있는 젤리, 페스츄리 시트 위에 휘핑된 생크림과 생크림를 장식한 체리와 포도, 망고맛 마카롱, 초코맛 마카롱, 딸기맛 마카롱 등을 가득 담고 자리로 돌아온 백현이 잘먹겠습니다아. 하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하나 하나 먹기 시작했다. 먼저 페스츄리 시트위에 휘핑된 생크림과 생크림 위를 장식한 체리와 포도. 딱히 뭐라 말할 이름이 없는 것을 반으로 잘라 입안에 넣었다. 바삭한 페스츄리와 생크림이 조화롭게 어울러지려는 틈에 체리와 포도가 톡톡 터져 상큼함을 더했다. 기분좋은 달콤함에 백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은 백현이 마카롱도 먹기 시작했다. 지난번 프랑스 배낭여행을 가서 유명한 마카롱 가게에 가 사서 먹었던 마카롱과 비슷한 맛이났다. 이 맛을 한국에서 느낄수 있다니, 진짜 좋다. 만족의 웃음을 지은 백현이 마지막으로 시큼한 가루가 잔뜩 뭍어있는 형형색색의 젤리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입안 가득 시큼한 맛이 퍼져 얼굴이 절로 찡그려 졌지만 기분좋은 신맛이였다. 백현이 한참 젤리의 신맛을 만끽할때 쯤에 웨이터가 백현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
“ 네, 네? 뭐를요? ”
“ 아, 저희 D호텔 디저트 룸에서는 레스토랑처럼 파티셰께서 직접 만드시는 한정수량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거든요, 여기 메뉴판이요.”
갑작스런 웨이터의 등장에 당황한것도 잠시 금새 웨이터의 말을 이해하고는 웨이터가 건네주는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수플레 치즈케이크,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 에클레어, 카토 쇼콜라, 딸기무스 생크림 케이크…. 백현은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라는 글씨를 보고 활짝 웃으며 메뉴판에서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를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하고 신나서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웨이터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 공손하게 인사한 웨이터가 주방쪽으로 걸어갔다. 곧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난 백현이 콧노래를 부르며 포크로 분홍색 젤리를 집어먹었다. 역시 신맛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 손님,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네에 감사합니다.”
신이 난 백현이 포크를 들고 먹으려다가 흐흐 웃으며 식탁에 올려두었던 DSLR을 꺼내들어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를 찍어댔다. 아, 이게 얼마만의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야. 진짜 너무좋다. 잔뜩 신난 백현이 DSLR을 내려놓고 조각이 나있지만 약간 큰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를 나이프로 잘라내어 포크로 찍어 한입가득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 넣고 씹으니 쉬폰케이크 처럼 몽실몽실한 느낌의 치즈향에 강한 아파레이유 프로마주와 무스 프로마주, 샹티크림이 한데 어우러져 진한 치즈맛이 백현의 입안에 느껴졌다.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 예전에 대학생때 멋도 모르고 한번 먹었던거보다 더 맛있는거 같아, 너무 좋아. 신이 난 백현이 의자아래로 다리를 그네타듯이 흔들었다. 엄마따라왔다가 이런 보물같은 곳을 알아냈네. 이제 자주 와야겠다 여기. 타르트 더블 프로마주를 먹는 내내 웃음을 짓던 백현이 다 먹고나서 음료로 나온 블루 레몬에이드를 한입 마시고 의자에 걸쳐져 있는 자켓을 입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D호텔을 빠져나왔다. 자켓에서 휴대폰을 뺀 백현이 찬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찬열아, 우리 내일 갈데가 있어. 내일 절대로 약속잡지마 알겠지?
찬열이 뭐라뭐라 했지만 백현은 그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었다. 내일은 뭘 먹을까, 그 메뉴판에 있던게 뭐였더라… 하고 잠시 고민한 백현이 이내 활짝 웃으며 결론을 지었다. 그래 그건 내일 가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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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이거 쓰려니 배고파 죽겠어요. 로멘티카도 써야하는데 이러고있네요. 일단 일은 저지르고 보는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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