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시계바늘은 벌써 정오에 가까워져. 이불을 끌어안고 머리를 묻고 있다가 갑자기 스치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너를 찾으면, 네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너 대신에 노란 포스트잇 한 장만 놓여져 있어. 먼저 나가본다고 밥 꼭 챙겨먹으라는 따뜻한 말. 탁자가 없어 침대 헤드에 기대 쓴 글씨는 울퉁불퉁하지만 맨 마지막은 항상 사랑한다는 말로 끝맺어지는 게 고마워 또 웃었어. 포스트잇을 떼어다 침대 헤드에 손톱으로 꼭꼭 눌러붙여 침대에서 일어나면 누워있을 때는 모르던 무게감에 한숨이 나와 속상해. 하지만 얼른 부엌으로 나가 입덧이 심해 뭘 잘 먹지 못하는 것이 안쓰럽다고 네가 잔뜩 사 온 죽 중 하나를 데워. 따뜻한 열기가 올라오는 그릇을 보다가 입에 겨우 넣으면 역한 느낌이 올라오지만 오늘 아침의 그 샛노란 포스트잇이 생각나 겨우 넘기고, 한 세 숫가락 들었을까 난 또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애써 입에 넣었던 것들을 다 게워내. 남은 것들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곳저곳 넣어 놓아도 너는 항상 찾아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안고 토닥여 주곤 해. 그렇게 하고 나면 어느새 시간은 점심 시간을 넘겨 오후에 접어들었어. 항상 아침식사를 밖에서 처리하는 네가 생각나 안타까워 밖으로 발걸음을 하려 해 봐도 몇 분 서 있었다고 아려오는 허리에 오늘도 어제처럼 포기. 소파에 누워 너와 나의 사진을 보고 퉁퉁 부은 다리를 보고 주무르며 하루를 정리하면 어느 새 저녁이야. 그나마 저녁식사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네가 올 시간에 맞춰 남아있는 반찬들로 상을 차리고는 들어오는 너를 반겨. 오늘도 힘들고 고단하게 지나간 하루지만, 네가 돌아와 휘청이는 날 받쳐 안으며 해 주는 키스 한 번에 나는 모든 게 다 괜찮아져. 내가 모든 걸 견딜 수 있는건 다 너라서 그래. 세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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