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설마 사료는 아니겠지?"
"맞아. 먹어."
우현이 밥그릇에 사료를 넣곤, 겉옷을 벗으며 말했다. 의자에 앉아 도도하게 다리를 꼰 성규가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 거 아냐? 내가 말했지. 100% 신선한 양고기 생육에, 피부와 비모, 알러지 전용 사료 아니면 안 먹는다고. 게다가 합성착향료, 합성발색제, MSG 첨가 되있는 건 손도 안 댄다고. 근데 이런 싸구려 사료를 가져와? 다시 사오던지 바꿔오던지 해."
의자에서 사뿐히 내려온 성규가 소파 위로 훌쩍 올라가 우현에게 등을 지고 누웠다. 등진 성규를 때리는 시늉을 하던 우현은 성규가 움질일 태세를 보이자 움찔하며 꾸역꾸역 겉옷을 입었다. 희귀종만 아니면 흠씬 패버리는 건데, 우현이 성규를 째려보며 생각했다.
"다녀올게."
"차 조심하던가. 딱히 널 걱정해서 해주는 말은 아니지만."
우현이 썩소를 지으며 집 밖으로 나왔다. 꽤 쌀쌀한 날씨였다. 쌀쌀한 날씨에는 난로를 틀어놓으란 의사에 말이 떠올라 다시 집으로 올라가 보니 이미 난로를 틀어놓고 숙면을 취하는 성규에 지 혼자서도 잘하네, 우현이 중얼거렸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캣우먼의 변종,캣맨. 성규의 꼬리표이자 수식어였다. 그런 성규를, 보잘 것 없고 평범한 우현이 데리고 살게 된 이유는 선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쭈구리고 있는 사람의 모양새가 불쌍해보여 병원에 데려다주었더니,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캣우먼의 변종, 캣맨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마 예전에 보살펴지던 집에서 가출을 한 모양인데,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만 보살펴달라는 의사의 말에 망설였다. 하지만 우현이 보살피지 않게 되면 수많은 밀렵꾼들이 성규를 잡아 서커스단에 팔거나 해외로 밀수해 희귀종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보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 은밀하게 캣맨의 원래 주인을 찾겠다는 말과 몇 가지의 얘기를 더 해주었다.
"어머, 또 오셨네요? 무슨 일로.."
"고양이가 사료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안 먹더라고요."
"입이 고급인 고양인가봐요. 그럼 잠시만요."
캣우먼은 다소 차분하고 거리낌이 없어 보통 인간들과 잘 지내지만
"이 사료는 AA급 사료라 분명 잘 먹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어서 가서 밥을 줘야겠어요."
캣맨은 매우 우아한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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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놈과 그냥 놈의 비밀스런 동거, 시작합니다!
신알신, 암호닉 왕창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