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체
어쩌면 아주 예전부터, 난 죽었을지도 몰라.
이상한 일이었다. 종인이 태어나고부터 집안에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고, 큰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할머니가 실족사를 당했다. 종인이 태어나고부터 집안의 재앙이 끊이지가 않았다. 종인은 자신의 세상에 빠져 살았다. 종인은 가끔씩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들을 보곤 했는데 그 종류는 다양했다. 물속의 물고기가 눈앞에 날아다니고 나무가 하늘에서 자라는 둥, 신기한 광경이 가득했다. 종인의 어미는 미신과 신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팔목에 묵주팔찌와 염주팔찌를 늘 함께 차곤 했는데, 그 효력에 관해서는 자신하는 표정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종인을 데리고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종인은 기와집에서 나오는 신기한 꽃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인의 어미는 담담한 걸 보니 또 제게만 보이는 환상인 모양이었다.
종인의 어미는 하소연했다. 집안의 곡소리는 끊이질 않고 재산은 점점 없어지고 아이는 자폐증이라고. 종인의 어미의 이야기를 듣던 무당이 갑자기 소리 질렀다.
“예끼! 못된 놈! 떨어지지 못할까!”
네? 종인의 어미가 당황스런 음성을 흘렸다.
“죽은 것이 산 아이에게 붙어서 뭘 하려고 하는 게야!”
어미는 무당의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황급히 무당에게 물었다.
“애한테 뭐가 붙어 있나요? 그게 집안을 망쳐놓은 원흉인가요?”
무당은 어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저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실성한 인간 같았다. 어딘가에 악이 받친 것처럼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인간은 무당이 처음이었다. 무당은 이윽고 종인에게 무언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던지면서 뭐라고 소리 지르는 폼이 제정신인 인간 같지는 않았다.
무당은 그렇게 한참을 실성한 듯 소리 질렀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을 감더니 혼자서 몇 분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방법이 있네!”
눈을 감고 있던 무당이 눈을 갑자기 뜨며 소리쳤다.
“뭔가요?”
종인의 어미는 무당의 그 말이 구명줄이라도 되는 듯 황급히 물었다.
“아이를 낳아야하네.”
“아이요?”
종인의 어미가 되물었다.
“그래. 아이 말일세. 하지만 보통아이는 아니야. 아이에게 업을 물려줘야하네.”
“업이라뇨?”
“자네의 아이가 등에 업은 것 말이야! 업이네. 아주 커다란 업이지.”
계속 되묻는 어미가 답답한 듯 무당이 소리 질렀다.
“새로운 아이는 자네의 지아비와 다른 여자 사이에서 만들어야 하네.”
“네?”
종인의 어미가 당황스런 침음성을 흘렸다.
“왜 못하겠나?”
무당이 형형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에 종인의 어미는 내려온 구명줄이 다시 올라가기라도 하는 듯 절박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녜요. 할 수 있어요.”
“그런 다음 아이의 이름을 이태민이라고 짓게.”
“제 남편의 성씨는 김 씨인데요.”
“자네의 성은 뭔가?”
“이 씨입니다.”
“그럼 자네의 성을 따르게 하게.”
“네.”
“그런 다음 아이를 고아원에 넘기든 사람에게 넘기는 동물에게 넘기든 알아서 하게. 다만 주의할 게 있어.”
“그게 뭔가요?”
“먼저 새로 낳게 될 아이의 엄마에게는 많은 걸 먹이면 안 되네. 이미 무거운 업을 물려받을 버거울 아이게 될 걸세. 그리고 두 번째, 이건 정말 꼭 지켜야하네.”
“…….”
“아이와는 만나지 말게. 얼굴도 보지 말고, 절대 새로 낳을 아이와 자네의 아이를 마주치게 해서는 안 되네. 죽어도 명심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종인의 어미는 고개를 몇 번이나 조아렸다. 마치 살아있는 생불이라도 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경배를 넘어 숭배하는 태도였다. 종인의 어미는 마지막으로 두툼한 봉투를 무당에게 내놓고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떠났다. 두툼한 봉투를 받는 무당의 눈에는 부연 것이 가득했다. 종인은 어려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무척이나 안 좋은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차가운 겨울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