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ㅇㅇ이를 처음 본 건 7살 때다. 엄마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옆집으로 이사를온다고 집에 맛있는 것도 이것저것 하고 분주해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아, 물론 ㅇㅇ이와의 첫 만남이라 더 기억을 하는 거 일 수도 있지만. 거실에서 조용히 레고 가지고 놀고 있다가 엄마한테 꿀밤 한 대 맞고서 무료하게 쇼파 위에서 앉아 있을 때 낯선 사람 두 명이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ㅇㅇ이의 엄마와 ㅇㅇ이. 엄마 손 꼭 붙잡고 뒤에 숨어서 들어오는 ㅇㅇ이의 모습은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귀여웠었다. 처음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우리는 만난지 하루만에 그 누구보다도 친해졌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물론이고 지금 고등학교까지 ㅇㅇ이와 나는 떨어진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두 손 꼭 붙잡고 등교하던 우리는 조금 머리 컸다고 언제였을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에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것 같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던 ㅇㅇ이는 사춘기가 들어서며 예뻐 보이고 싶었던 걸까 렌즈를 끼기 시작했고 언제나 귀여워 보였던 ㅇㅇ이가 처음으로 예뻐 보였던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줄 아냐.' 이 말로 시작으로 ㅇㅇ이를 못생. 이러며 불렀던 것은. ㅇㅇ이와의 추억을 떠올려 말하다 보면은 밤새도록 아마 책을 집필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내 기억에 아마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두 개를 꼽자면 하나는 ㅇㅇ이는 기억 못 할 것 같은 그리고 하나는 ㅇㅇ이는 평생 모를 하나가 있다. 일곱 살 우리가 처음 만난 해에 우리가 놀이터에서 놀다 ㅇㅇ이가 내 손가락에 꽃 반지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도 서투르지만 진심을 담아 ㅇㅇ이에게 꽃 반지를 해주며 '우리 나중에 꼭 결혼하는 거야. 알았지?' 이러며 새끼 손가락을 걸고서 약속을 했는데 아마 ㅇㅇ이는 기억을 못 하겠지. 내가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된 건 중3 때인가 서랍 정리를 하다 투명하게 코팅되어 있는 동그란 반지 모양의 꽃 반지를 발견하고서 그 때 기억이 났다. 그리고 ㅇㅇ이가 평생 모를 하나의 추억은 내가 ㅇㅇ이를 좋아한 처음 그 날일 것이다. 중2 때 처음 ㅇㅇ이게 남자 친구가 생기고서 그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간다고 한껏 꾸민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그게 다른 남자에게 보이려 꾸몄다는생각에 짜증이 나 ㅇㅇ이에게 짜증이란 짜증은 다 냈던 그런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 내가 ㅇㅇ이를 좋아한다라는 감정을 처음 느꼈었지. *** "찬. 열. 아." "왜." "있잖아... 내가 보려고 보려던 건 아닌데..." "뭘 봤는데?" "어, 있잖아..." "빨리 안 말하면 나 집 들어간다. 들어가려는 사람 붙잡고 뭐하는 거야." "으, 그... 카톡에... 까만 하트... 있잖아... 누구야...?" "까만 하트? 그렇게 된 사람 없는데." "아... 그래? 내가 잘못 본 건가..." 그걸 또 언제 봤대. 아, 그걸 너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은 평생 안 올 거다. 너는 너 만큼은 색다르게 저장하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한테도 물론이고 누나한테도 안 하는 하트를 네 이름에 저장을 했다. 네 사진들이 그리고 저장명이 이렇기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물론이고 너한테는 당연히 못 보여주는 게 내 핸드폰이 되어 버렸다. 한.달 전에 누나한테 들켜서 한창 애를 먹었었지만. "얼른 들어가라. 또 혼날라." "너랑 놀았다고 하면 안 혼나는데?" "내가 혼나, 못생. 얼른 들어가. 나 또 아줌마한테 잔소리 듣기 싫다." "흥. 칫. ㅃ..." "아, 제발 김종대한테 그딴 거 배우지 말랬지." "종대한테 왜 그러냐? 나 들어간다. 빠잇. 내일 봐!" 김종대가 저리 할 때는 때려 죽이고 싶었는데 넌 왜 귀엽냐. 또 잠 설치겠네. 집에 뛰어가며 들어가는 모습이 꼬리 살랑거리며 뛰어가는 강아지 같아서 뭔가 그래 보여서 데리고 오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내가 키우겠다고. 그렇게 못 하는 걸 내 지신이 더 잘 알지만 그렇게 느끼는 걸 어쩌나... 내 4년 짝사랑. 상대가 알아주지도 못 하는 그런 짝사랑이지만 상대 모습 하나, 하나에 설레는 내 자신 모습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어색한 내 모습에 널 보는 나는 어느 계절이 와도 살랑이는 봄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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