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정신없이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을쯤 무대 뒤편에 처음 보는 남자가 빅스 처음 데뷔했을 때 함께 생활하던 매니저와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다.
쟤가 또 저렇게 거짓말을 하네요.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전 학연이만 보면 갑갑합니다, spring 씨가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쟤 의산데..
둘의 불안한 시선은 학연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목소리를 다듬느라 목이 긁히는 소리가 날 때면 눈썹이 움찔거렸고 잘못 발을 헛디딜 때면 가슴이 철렁했다.
"지금도 온몸이 아플 거예요. 뼈가 무너져내리고 성대가 타들어가는 느낌일 겁니다. 올라가기 전에 순간적으로 좋아지는 주사를 맞았어요. 마약 같은 건데 약기운이 떨어지면 전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아지겠지만 콘서트는 무사히 마치겠죠. 아무래도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에 옆에 있던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연이한테 이만큼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빨리 나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의지를 심어주고자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버렸네요."
오래전부터 하던 얘기인 듯 둘은 담담하게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 표정은 그렇지 못 했다. spring 씨도 큰 결정 내리셨어요. 학연이 무대에 올려주시고, 진짜 마지막 인사하겠다고 해서 허락했더니 다시 시작할 것처럼 얘기하네요. 죽을 날 얼마 안 남겨놓은 놈이,
둘이 얘기하는 학연의 상태는 가히 심각했다. 무대 위에선 멀쩡한 척 노래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걸을 힘도 남지 않았다는 것, 아직까지도 그가 걸린 병에 대해선 그 어떠한 지식도 없다는 것, 다 나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더 나빠져 더 이상 손쓸 수도 없이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시한부 환자라는 것. 학연에게 남은 건 그것뿐이었다.
".. 학연이는 어때요?"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인 것 같아요. 제가 데리고 왔는데 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면 이럴 줄 알았다고 괜찮다고 그러는데 괜찮을 리가 없죠. 죽는다는데.."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학연은 무대뒤에서 쓰러졌고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로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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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식이 끝나고 형은 정말 이 세상을 떠났다. 무대 위로 올라와 처음 노래할 때만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꿈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그 길에서 무너져내렸다.
다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학연이 형을 옮겼지만 그 무리에 속할 수 없었다. 늘 그랬듯이 우리만 모르고 있었다.
병원으로 따라가는 순간에도 오랜만에 무리해서 그런 거라고 말도 안되는 합리화를 시키기 바빴고 병실에 들어서 흰색 병원복을 입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형의 몸을 본 순간 절실하게 깨달았다.
정말 끝이구나, 저 형이 또 괜찮은 척 거짓말했구나, 결국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저 병이 끝내 차학연을 집어삼키는구나.
학연이형이 수면제를 맞고 잠들자 병실이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형이 누워있는 침대옆으로 다가갔다. 멍하니 간이의자에 앉아 시간을 흘렸다.
형이 깨어날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뀌고 이러면 안된다고 밥이라도 먹고오자는 말을, 눈 좀 붙이라는 말을 들은 게 몇번인지 셀 수도 없이 들은 후에야 학연이형이 눈을 떴다. 이른 새벽 조용히 눈을 뜬 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입을 뗀다.
"다 미안해.."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입만 뻥긋거렸지만 그렇게 얘기했다. 형은 다시 눈을 감았고 감은 눈 사이에서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렸고 병실에 삐- 하는 시끄러운 소리만 남았다.
'나 지금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형은 지금쯤 하늘나라에 잘 도착했겠죠? 우린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어요.
다음 세상에, 형 있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로 그렇게 약속하고 우리 다 헤어졌어요.
난 다시 태어나도 우리 형 동생이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우리 형이 더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걸 마지막으로 더 이상 메일을 보내지 말아야지 해서 이렇게 쓰는데 내일도 모레도 오늘처럼 글을 쓰고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조금씩 잊혀가겠죠. 형 사랑해요.'
암호닉
닭벼슬/ 워더/ 내여자/ 꽃잎/ 밑입술/ 차돌백/ 조아/ 비호원/ 지네/ 돌back2/ 보보/ 엔이야/ 핑크운동화/ 별님/윤슬 님
감사합니다!!♥
왜 갑자기 포인트가 붙었냐하면 텍파가 있기때문이죠..! 는 무슨 그냥 몇분이나 읽고 계신지 궁금했어요.
어쨌든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끝이나는군요. 내가 바란거 이런게 아니였는데ㅠㅠ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텍파는 공유가능합니다! 2차가공만 하지말아주세요
다운로드 (차학연은 죽었을까, 살았을까.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