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와도 같은 단내 음이 입속을 맴돌았다. 너의 이름 석 자는 지극히 향기로웠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중간마다 알싸함이 감도는 너의 향기. 너는 한마디로 꽃 한 송이 그 자체였다. 그와 비슷한 모양의 꽃들이 널려있지마는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유일무이한 너. 새삼 사람의 이름이 이렇게나 향기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안 나는 몇 번이고 너의 이름을 되새겼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선들이 내 입술을 가볍게 간질였다. 한동안 자물쇠로 굳게 잠긴 듯 빈틈을 보이는 걸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던 그 두 입술은 마법에 걸린 듯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영화 필름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그 선들은 곧 하나로 이어져 내 혀를 감싸 안아 마법 같은 힘으로 하여금 소리로 바뀌어 내 입속을 그렇게 놀려대다가 소리로 바뀌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때 무언의 엄청난 욕심이 삐져나와 너의 이름을 씹어 삼켜 평생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마는, 너의 이름은 팅커벨마냥 상당한 장난스러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은 날 놀리듯 살짝, 아주 살짝 그 황홀경을 맛보게 해주고는 바로 사라졌다. 마약이냐고 의심할 수 있을만큼 유혹적으로 날 희롱하였기에 그 늪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끝내 난, 네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기에 바쁜 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내 입가엔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미치게 아름다운, 너를 닮은 꽃송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