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월요일의 아침은 좋은 아침이 아니었다. 해는 떠오르고 시간은 6시 9분. 아아, 이 위험한 시간. 난 어떻게 딱 깨어나 시간을 봐도 이렇게 위험할 수가 있어. 태어나기를 위험하게 태어난 나 자신에게 애도를 보냈다. 어쩌다 이렇게 생기고, 어쩌려고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누워서 보기 편하게 침대 위 천장에 붙여놓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섹시했다. 내 미래의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거야.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 구준회, 밥을 먹다 고개를 들면 구준회. 난폭한 형은 내가 침대 위에 거울을 다는 것을 보고는 그 거울이 내가 잠 잘 때 내 얼굴 위로 떨어질 것이라 저주를 퍼부었다. 그 말이 무서워 청테이프로 꽉꽉 붙여놓자 김한빈 형은 그 테이프를 떼어냈을 때 벽지가 뜯어지거나 테이프 자국이 남아있다면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자국을 남겨주겠다고 했다. 걱정 마요, 형. 저 거울을 떼지 않으면 그럴 걱정이 없잖아요? 따지듯이 반박했을 때 김한빈 형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려 했다. 옆에 있던 토끼형은 그런 김한빈 형을 받쳐주며 어, 어! 한빈이 쓰러졌다! 하고는 안아들어서 날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이젠 익숙해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집에 오게 된 지도 벌써 두 달. 난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얼굴은 더욱 잘생겨졌고 목소리는 더욱 매력적이게 됐으며,
-빨리 안 나와? 이 왕자병 새끼야?
자존감이 낮아졌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슬퍼 보였다. 슬퍼하지 마 구준회. 너 어디 가서 꿀리는 외모는 아니야. 단지...,조금 멍청할 뿐.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 말이야. 빨리 나오라고 문을 쾅쾅 두드려 대는 저 난폭한 남자는 김진환 형이 분명했다. 무서운 사람, 잔인한 사람. 아무도 나의 취미 생활을 막을 순 없어. 화장실은 3개인데 왜 굳이 내가 있는 화장실에 들어오겠다는 거야. 이러다 내가 스트레스성 변비라도 걸리면 김진환 형은 나를 더러운 놈이라 비난할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손거울을 세면대 위에 대충 올려놓고 가로막혀있는 천장을 바라봤다. 아...,난 진짜 하늘이 보고 싶어.... 하고 중얼거리자 밖에서 이 미친 새끼야, 그럼 밖을 나가면 되잖아! 하고 진환 형이 빽빽 소리를 질렀다. 결국 협박을 받은 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화장실을 나왔다. 퍽! 하고 어깨빵을 한 진환 형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내가 어깨빵 당할까 봐 일부러 어깨 늘어트리고 나온 건데 진환 형은 보란 듯이 내 어깨를..., 의미 없는 인생 살아 뭐 해.
"너 오늘 학교 안가?"
"형이나 가세요...,전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준회야 밥 먹고 가! 고기 구워 줄게!"
"형이 구운건 안 먹어요"
한빈 형이 체리를 먹다 말고 왜 학교에 가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래... 방학 한 대학생은 프리하지. 나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 프리한 생활! 내 대학 라이프! 기분이 좋지 않아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내 엉덩이를 걷어찬 형은 밥이나 먹으라며 옆에 간단하게 햄과 밥을 꺼내놨다. 조촐하지만 토끼형이 만든 음식보다는 나았다. 왜 김한빈 형이 토끼형 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는 것인지 똑똑히 깨달았다. 저 형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 죽는다. 이제 토끼형이 울먹이며 왜...,왜 내 음식은 아무도 먹지 않는 거야! 하고 소리쳐도 당황하지 않는다. 어차피 한빈 형이 다 달래주니까 난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집에 들어온 지 정확히 일주일 정도 됐을 때 토끼형, 그러니까 김지원 형이 라면을 끓여준다고 큰소리를 쳤다. 난 설마 라면도 못 끓이겠어? 하고 끓여주면 감사히 먹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난 그날 응급실에 실려가 위세척을 했다.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 코를 찌르는... 라면 냄새? 아악! 난 응급실에서 악몽을 꿨다. 그리고 소리를 꽥 지르며 깨어났다. 옆에 있던 지원 형은 준회야!! 하며 나를 껴안으려 했지만 진환 형이 지원 형의 뒤통수를 갈기는 것으로 나를 구해줬다. 아무튼, 난 그 뒤로 지원 형이 따라준 물도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첫날 한빈 형에게 신들린 듯 처맞으며 잠들었던 (자칭)프린스송은 자신을 재벌 3세라 소개했으며 사정이 있어 시골에 내려온 것이라 했다. 처음에는 미친놈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형이 입고 다니는 옷들이나 차고 다니는 시계 등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난 (자칭)프린스송의 개가 됐다. 형은 취하면 하하! 이 쓰레기나 주워가라, 이 쓰레기들아! 하며 오만원권을 뿌려댔고 난 열심히 그 돈을 주웠다. 한빈 형은 배알 없는 놈이 그걸 또 줍고 있다며 타박했다. 하지만 난 분명히 봤다. 형이 발아래 떨어진 오만원을 슬쩍 밀어서 소파 밑에 넣는 것을. 솔직하지 못한 건 좋은 게 아니야, 형. 난 그 말을 내뱉었다 신 나게 처맞았다.
"야, 가서 동혁이 깨워. 밥 먹으라고 해."
"형 김동혁 위장 썩는 거 아니에요?"
"걔는 뭐 지가 좋아서 먹더만"
한빈 형은 자기가 깨우면 되지 나를 시켰다. 김동혁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지원 형이 만든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게 김동혁 얼굴만 보면 발이 간지러웠다. 음..., 발이 간지럽다기보다는 발의 근처가 간지러웠고, 사실 그 근처가 간지럽다기보다는 그 근처가 간지러웠다. 결과적으로 간질 거리는 부분은 내 시... 심,...,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게 다 김지원과 김한빈 때문이야! 내가 이 게이들이랑 어울려 사느라 여자를 못 만났더니 이렇게 된 거다. 괜히 발로 문을 뻥 차서 열고 침대에 누워있는 김동혁을 베개로 때렸다. 움찔거리던 김동혁은 벌떡 일어나 나를 째려보더니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 한빈 형의 뒤에 쏙 숨었다. 마치 5살 어린애가 엄마에게 형의 잘못을 일러바칠 때 표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뭐라 속닥속닥 거리더니 한빈 형이 나를 벌레보듯 쳐다봤다. 아, 한빈 형은 김동혁 덕후였다. 일층에 방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지원 형이랑 같이 잠을 자는 방이였고 다른 하나는 굳게 잠겨져있었다. 나는 한국판 해리포터 김한빈과 비밀의 방 같은 스릴러 판타지를 상상하며 형들이 외출한 틈을 타 몰래 꿍쳐놓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문 안에는 충격과 공포만 가득했다. 벽 한 쪽에는 김동혁의 실제 사이즈 판넬(어디서 구했는지 아직도 모른다)이 세워져있고 다른 한쪽 벽에는 김동혁 얼굴이 프린팅된 암막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건 꿈이야, 실제 일리 없어!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김동혁은 지원 형 사촌이란다.
"넌 왜 깨우랬더니 애를 두들겨 패고 지랄이야?"
"와, 씨. 나 억울해! 지원 형 뭐라 말 좀 해봐요!!"
그리고 지원 형은 구준회 덕후였다. 하, 이 매력. 애인 있는 남자도 나에게 빠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김동혁 룸(김한빈의 오덕 룸)에 하나둘씩 무언가 추가되기 시작했는데 그건 내 실제 사이즈 판넬(역시나 어디서 구했는지 모른다)과 내가 프린팅된 이불이 추가됐다. 이 씨발 취향도 똑같이 좆같아 저 오덕 게이들은! 결국 내가 그 오덕 룸에 들어가 내가 프린팅된 모든 물건들을 깨부수자 지원 형은 충격받은 듯 하루 종일 우울해했다. 물론 난 신경 쓰지 않았다. 한빈 형이 잘 달래줄 테니까. 그리고 정말 잘 달래줬다. 안 좋은 점은 둘이 몸의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나갈 때 하필이면 형들의 방 바로 위 층인 난 밤 잠을 설쳤다. 아, 앙! 지원,김지원,하읏,좋아,더...,아! 한빈아, 나, 흐, 우울해. 왜, 읏! 준회, 때문에? 아아! 응. 준회는 내가 싫은가 봐. 씨발 너 지금 나보다 구준회가 더 신경 쓰이냐? 어? 어?! 아니? 아닌데?? 그 다음날 본 지원 형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새겨진 잇자국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아, 그런데 지금 몇 시지? 7시 4분? 아아, 구준회! 어쩌자고 자꾸 이래! 이 위험한 운명! 김동혁은 거울을 보며 울부짖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그럴 입장이냐? 네가 먹고 있는 그 밥을 봐! 김동혁이 먹고 있는 고기는 분명 겉은 안 익었는데 속은 탄 경악할만한 살덩어리였다. 어떻게 구워야 겉은 생고기인데 안은 탈 수가 있는 거야? 이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리고 분명 그 고기에 지원 형 손가락 피가 잔뜩 묻어있을걸?!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먹고 싶어?"
"너나 많이 먹으렴"
"달래도 안 줄 생각이었어"
"줘도 안 먹을 생각이었어"
신나게 고기를 굽는 지원 형이 듣지 못하게 입모양으로만 말하자 김동혁이 쪼르르 지원 형에게 다가가 형! 구준회가 형이 구운 고기는 줘도 안 먹는데! 하고 꼭 질렀다. 저 시발새끼. 나쁜 새끼. 또 한동안 삐친 지원 형은 나에게 자신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이해시키기 위해 틈마다 찾아와 방문을 열고 정체 모를 음식만 쏙 두고 사라질게 뻔했다. 그리고 난 지원 형을 풀어주려 그 음식을 먹고 응급실에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겠지. 내가 백번 그 음식 먹는 것보다 한빈 형이 한번 안아주는 게 효과가 더 크겠지만.
"그런데 너네 학교 진짜 안 가? 지금 7시 40분인데?"
"헐 시발"
"너 때문에 늦었잖아!"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니가 느릿하게 처먹어서 그렇잖아!"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밀치면서 싸우다가 결국 구준회가 먼저 뛰쳐나갔다. 김동혁은 개새끼야!! 하며 뒤를 따라 우사인 볼트처럼 달렸다. 쟤네 되게 행복해 보인다, 그치? 지원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빈에게 말했다. 한빈은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지원의 양볼을 잡아 늘렸다. 으어어, 아파아. 울상이 된 김지원이 귀여웠다. 쟤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해. 그건 당연한 거고. 그런 둘의 말소리를 들으며 화장실에서 나올 타이밍을 놓쳤던 진환은 씹새들 지랄하네, 하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나가야 하는 거야. 구준회가 거울에 손을 짚고 지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봤는지 떡하니 거울에 구준회 손바닥이 찍혀있었다. 웃기는 놈이야 진짜. 아 내가 언제까지 화장실에 있어야 해! 벌컥 문을 열자 보인 모습은 소파 위에 겹쳐져 입술을 부비는 김한빈과 김지원이었다. 너무 개방적인 거 아니냐. 아무리 미국에서 살다 왔다지만. 퍼킹 아메리칸이다 이 씨발놈들아. 24살 프리랜서(를 가장한 돈 많은 백수)인 송윤형은 이제야 일어났는지 거북이처럼 바닥을 기며 방에서 나왔다. 저렇게 하고 계단을 어떻게 내려갈지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자 계단 앞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내려온다. 아 뭐야, 재미없게.
"진환 형 방금 실망한 표정 지었죠?"
"아닌데?"
"내가 기어서 계단 내려오길 바란 거지! 다 알아!"
송윤형은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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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없어서 썼던 글들 다 올...려야디... 라고 해봤자 이게 끝이지만 말입니다..... 준혁이 좋아요 그런데 불마크를 못달겠는게 얘네가 97년생이야!!!!!!!!!!!!!!!!!!!!!!!!!!!!!!!!!!!!하하하하하하!!!!!!!!!!!!!!!!!!!!!!!!!!!!!!!!!!!!! 손목 시리다!!!!!!!!!!!!!!!!!!!!!!!!!!!!!!!
꽃잎님 자갈치님 키오님 슈퍼문님 육비님 모디네일님 건망증님 비둘기님 야상님 더럽님 동경님 수달님 녹차님 몽실님 순희님 콜라님 요리님찬밥님 :D !암호닉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