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찬열을 그대로 보내고 버린 백현은 어쩔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물한모금 마시고 집을 보니 총체적 난국이였다
거울은 아까 찬열과 다투면서 이리저리 다 헤집어 놓았고
방안은 뭐 침대에 백현의 옷밖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지러운 느낌이였다
그리고 들어간 찬열의 서재
그의 향수냄새가 은은하게 돌고 안어울리게도 책상위엔 영자 신문들 그리고 큰책장과 수많은 책들
역시 애초부터 나와는 먼사람이였구나 싶다
왜 이제와서 깨닳았나 싶었지만
성격이 지랄맞은거 빼곤 집안 외모 학벌 그정도를 갖추고 남자를 좋아한다면
이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내가 죄를 짓는기분이 들정도니까 말이다
근데 난 그를 여태까지 내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환경이 그래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정말 이럴지는 몰랐다
갑자기 찬열의 결혼이 생각이 나면서 한번더 어질했다
" 정말 박찬열 넌 개새끼야.. "
거실 쇼파에 털썩앉은 백현은 창밖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 이제 어쩌지... "
뜬금없이 찾아온 김준면 뜬금없이 결혼한다는 박찬열
누가 더 개새끼일까
뜬금없이 여자생겼다던 김준면도 그땐 정말 세상누구보다 개새끼였는데
뜬금없이 결혼한다는 박찬열은 그에 몇십배는 개새끼 소새끼인듯싶다
그보다도
" 난 이제 어쩌지... "
찬열과 만나면서 나의 월세방이 끝나고 자연스레 이집에 들어오게되었는데
그럼 일단 이집부터 나가야 되는거겠지 싶어 짐을 하나둘씩 챙기기 시작했다
옷들, 가방이 없으니 찬열이 사준옷들은 놔두고 원래의 내옷들만 챙기고
화장실에 스킨로션 그리고 칫솔
아침에 같이 일어나서 같이 서서 같이 이를 닦았던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 아!!! 건드리지마 이닦잖아!!!! "
" 아몰라몰라몰라..."
욕실에 걸터앉아 나를 끌어당겨 안는데
난 또 거기에 따라가 너의 무릎에 앉고...
피식웃음이 나오는데 코끝이 찡해온다
" 하... 난 왜 항상 이런식이냐.. 마음좀 줘보려고하면 뭐 다 여자만난대!!! 씨발 박찬열도 김준면 처럼 나중에 오기만 해봐 죽어진짜.. "
보통 연인들처럼 다른여자생겼다면 한대라도 때려주고 아님 잡기라도 잡고싶지만
어쩔수없이 그사람의 인생을 생각해주다보면 잡지 못하고 속으로 울어야 할때가 있다
게다가 박찬열과 나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였고 그냥 가벼운 사이였는데
왜이렇게 마음이 무거운건지 닫혀있는 변기커버위에 털썩 앉고말았다
그렇게 넋을 놓고 밤이 지나가고 찬열이 오기전에 나가려고보니
" 아!!! 근데.. 어디로가지.. "
큰일이다
갈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