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김한빈 짝사랑 하는 썰 03
w. 루체
며칠전에 한빈이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
친척어른이 대게를 한박스 보내준다고 하셔서 내 생각이 나더라며 택배로 좀 보낸다고 하시는 거야.
내가 대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애거든.
그걸 기억하고 대게를 보내준다고 하시는 미래 시어머니의 센스에 감동. ㅠㅠㅠㅠㅠ
미안, 내가 너무 앞서 간거 알아.
아직 한빈이 마음도 못 얻은 주제에.
그래도 한빈이 마음은 못 얻었어도 대게는 얻었다. ㅋㅋㅋㅋㅋ
암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게 택배가 오늘 도착한거야.
난 학교 마치자 마자 컴백홈~
그런데 택배 박스가 커도 너무 커.
대게를 뭘 얼마나 보냈나 싶어 서둘러 박스를 풀어 보는데...
왜 때문에 아이스박스안에 얼음팩과 함께 냉동대게가 들어있는건가요?
왜 때문에 찜통도 같이 택배로 보내주신건가요?
대게 사이에 팔랑거리는 메모지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어.
[한빈이도 대게를 참 좋아하는데... 여기서 쪄서 택배로 보내면 다 식어서 맛도 없을테고... ㅇㅇ야, 너 먹을때 좀 더 쪄서 한빈이도 좀 가져다 주겠니? 그럼 맛있게 먹으렴.]
이 대게의 최종 목적지는 한빈이였군요.
전 휴게소 같은 곳이였군요.
한숨이 푹푹 나왔어.
내가 대게 같은 걸 쪄본 적이 있었겠니?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빈이 주는 거니깐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어.
생각보다 안 어렵더라.
정말 물 조절하고 찜통에 찌기만 하면 되는 거였음.
요리에 서툴러 뜨거운 찜통에 손이 살짝 데인 거 말곤 펄펙트 했음.
마셰코 나가도 될 것 같아.ㅋㅋㅋㅋ
기다려요 레오 강~~~
나 또 너무 앞서갔니? ㅋㅋㅋㅋ
암튼 다른 연습생들 먹을 양까지 넉넉하게 쪄서 서둘러 한빈이 연습실 앞으로 갔어.
따뜻할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내 발걸음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흥에 겨워 연습실앞에 도착한 뒤 그제야 난 출발할때 한비이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난거야.
대게에 정신이 팔려 연락을 깜빡한거지.ㅠㅠㅠㅠㅠ
오 쉣!
김한빈 연락 안되는 거, 둘째가라면 서러운 앤데.
서둘러 전화를 했어.
지가 먹을 복이 있다면 전화를 받을거야, 받을거야, 받을...
[여보세요.]
아... 역시 먹을 복은 타고 난 놈... 인데, 목소리가 한빈이가 아닌 것 같은데?
"김한빈 폰 아니에요?"
[아, 맞아요. 한빈이 형 지금 작업중이라 폰 두고 갔어요.]
"아... 한빈이랑 통화 안되나요?"
[지금은 안될텐데. 두어시간은 지나야 끝날거에요.]
"안되는데..."
[형 나오면 연락하라고 전해드...]
"다 식는다고요!"
대게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버리고는 나도 놀라고 상대방도 놀라고 침묵...
[뭐...뭐가 식어요?]
"대게요. 아줌마가... 아 한빈이 엄마가 한빈이 가져다 주라고 한 거거든요. 지금 연습실 앞인데..."
[대게요?]
"네."
[아... 식으면 안되죠. 대게는. 제가 가지러 갈게요.]
한빈이 얼굴을 못 보는건 아쉽지마 대게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난 그제야 마음이 놓였어.
연습실 앞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으니 키가 훤칠한 애가 나오는 거야.
얼굴도 말끔하고 어려 보여서 혹시 나와 통화했던 연습생인가 싶어서 시선을 주니 그 남자애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오더라.
"방금 통화하신 분?"
"아, 맞아요."
내가 환하게 웃으니 그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거야.
"구준회라고 한빈이형이랑 같이 연습하는 연습생이에요."
"아 난 ㅇㅇㅇ라고 한빈이 ...소꿉친구에요."
"우와, 형한테 이렇게 귀여운 친구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한빈이랑 옆집에서 태어나서 쭉 친구였는데...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네, 없어요."
해맑게 웃으며 없다고 말하는 준회의 모습을 보며 난 괜히 기분이 울쩍해지더라.
그래도 서울에서 연락하는 유일한 친구가 나일텐데 나에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게 넘 섭섭하더라고.
내가 무슨 연인관계를 바란것도 아닌데... 연습실 앞에 그렇게나 많이 왔고, 간식 배달 심부름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건지.
"말 놓으세요. 한빈이 형 친구면 저한테는 누나인데."
"아... 그래도..."
"그럼 담에 볼땐 꼭 말 놓기에요."
"그럴게요."
대게를 건네 받고는 생글거리며 들어가는 준회와는 달리 난 축쳐진 어깨로 집에 돌아왔어.
집에 돌아오니 난장판이 된 부엌이 날 반기더라.
한빈이 따뜻하게 먹여야 한다고 다 찌자마자 챙기고 나가서 맛한번 보지 못한 대게 다리 하나를 그제야 뜯었어.
그런 내 모습이 청승마자 보여 눈물이 막 흐르는 거야.
그래서 부엌정리는 뒤로 한채 그냥 침대에 누웠어.
얼마나 누워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그때 초인종 소리가 나더라.
"누구세요?"
[나야.]
한빈이 목소리에 내 몸은 자동반사.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었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온건가 싶어 기쁜 마음에 한빈이를 보는데 한빈이 표정이 별로 안 좋은 거야.
"넌 왜 연락도 없이 찾아 오고 그래!"
연락도 없이 찾아간건 내가 잘못한 거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화를 낼 것 까진 없잖아.
게다가 대게 찐다고 난리 친거 생각하니깐 한빈이 말투에 괜히 나도 욱하는거야.
"내가 연락도 없이 너네 연습실 안으로 쳐들어 갔냐? 연습실 앞에서 전화 했잖아!"
"그러게 왜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안하고 도착해서 전화를 하냐고! 그리고 내가 아니면 그냥 전화를 끊어야지, 통화를 하긴 왜 해!"
"준회가 받은 걸 왜 나한테 뭐라고 해?"
"준회? 와, 벌써 통성명까지 했냐?"
"그래 나보고 누나라고 말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 왜!"
"너! 앞으로 연습실 오지마. 앞으로 엄마 심부름도 하지..."
한빈이가 막 쏘아붙이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 모습에 한빈이도 좀 놀란 건지 하던 말을 멈추고 어쩔줄 몰라 하는거야.
내가 손으로 눈물을 닦는데 갑자기 한빈이가 내 손을 잡고는 잡아 당기는 거야.
"너 손이 왜 이래?"
그제야 아까 찜통에 데였던 게 생각이 났어.
"대게 찌다가..."
"니가 찐 거였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빈이가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부엌을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더라.
"요리도 못하는 애한테 엄마는 진짜!"
"조금 데인거야. 나도 한다면 하는..."
"약은 발랐어?"
"응, 연고 발랐어."
"잘했어."
그러더니 한빈이가 부엌으로 가 고무장갑을 끼는 거야.
"뭐해?"
"정리해야지."
"내가 하면 돼."
"데인 곳에 물 묻으면 안 좋아. 넌 가만히 앉아있어."
날 억지로 티비 앞에 앉히더니 티비 틀어주고 부엌으로 가더라.
근데 왜 틀어준게 투니버스니?
나 어린애 아니거든?
암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빠른 속도로 부엌 정리를 마친 한빈이가 내 옆에 앉아 같이 만화를 보는 거야.
"안가봐도 돼?"
"야, 나 개판 된 니 부엌 치우는 거 이제 끝냈거든? 좀 쉬자."
"응."
한빈이 취향이 투니버스인가 싶어 난 채널을 돌리지 않은 채 만화를 봤어.
그런데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거야.
옆을 보니 한빈이가 내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더라.
너무 곤히 잠들어서 깨우기가 좀 그래서...
사실 너무 좋아서 안깨우고 있는데 눈치 없이 한빈이 휴대폰이 울리는 거임. ㅠㅠㅠㅠㅠㅠㅠ
한빈이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눈 떠서 전화 받더니 가봐야 된다면서 갔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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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왔죠 ㅠㅠ
다시 열씨미 글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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